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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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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28일 00시 30분 등록
관념으로 쓰는 마지막 편지


오늘 당신께 나의 마지막 ‘마음을 나누는 편지’를 띄웁니다.
‘비교하지 마십시오’ 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행복숲 칼럼’은 나무와 식물, 숲을 통해 삶을 배우자는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그것의 핵심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타인과 경쟁하려 말 것, 내가 되어서 오로지 나 스스로와 경쟁하며 나의 방식으로 성장할 것. 비바람 견디며 스스로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마침내 저마다의 수형(樹形)을 갖춘 멋진 한 그루 나무로 성장할 것. 그것이 우리 인간들이 나무에게서 배워야 하는 삶의 철학이요 자세요 행복의 요체임을 역설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목요일 마다 칼럼을 쓰며 스스로 못마땅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러한 생각이 당신께 잘 전달되는지, 어떤 작은 의미라도 되고 있는 것인지… 회의감이 들어서라기 보다, 과연 나는 사랑과 진실, 깨달음에 기반한 진정한 글을 쓰고 있는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좋은 글은 체험하며 깨달은 삶의 이야기, 사람을 향한 진한 사랑에 기반하여 비롯된다고 믿기에, 그렇지 못한 글, 즉 삶과 깨달음은 빈약하고 관념이 넘치는 글을 보내는 날을 아쉬워 했습니다. 그런 글, 마다 않으셨으니 당신이 참 너그러운 분입니다.

어느 시인은 글과 공부만으로는 인간이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콘크리트가 아닌, 땅에 발 딛고 하늘을 우러르며 자연과 더불어 건강한 생산을 위한 노동과 함께 살아갈 때 비로소 인간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 시인의 이야기에 공감합니다. 말이란 본래 공허한 것이니까요. 책과 글로 얻는 깨달음도 깊은 것이 되지 못하고, 삶으로 구체화되지 못하는 말과 글은 관념을 넘기 어려우니까요.
그간 부족한 글 따뜻하게 받아 주셔서 참 고마웠습니다.

오늘 송구스럽게도 당신께 관념으로 쓰는 마지막 칼럼을 드립니다. 이제 숲에 들면 든든한 대지에 발 딛고 하늘과 바람, 숲과 나무에 귀 기울이며 살 작정입니다. 나무와 자연이 전하는 지혜를 엿듣게 되거든 다시 글 드리겠습니다. 관념이 아닌 실천의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나무에게서 엿들은 이야기를 적어보며 이별을 고하려 합니다.


내가 될 것
나만의 방식으로 생명의 질서 안에서 현재를 살 것
그리고 한 그루 아름다운 나무로 자라며 자신의 꽃을 피워 올릴 것
나아가 다른 나무들과 더불어 숲을 이루는 인생을 살 것
그러면 모두 행복하리.



모두 행복하시길 빌며…
행복숲 지기 김용규 드림.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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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6.12.28 12:14:04 *.81.24.52
그동안 정말 애쓰셨습니다.
굳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하는 용규님의 선택과 노고에 격려와 지지를 보냅니다.

행복숲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한참 애쓰셔야겠어요.

아무쪼록 힘내시고, 꾸준히 기록하는 것도 잊지마시구요.
좋은 필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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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6.12.29 00:14:42 *.115.153.34
그댈 처음 만난 장소는 삼송인가하는 지하철 역이였을 겁니다. 그날 따라 비는 억수같이 솟아졌다가 멈추고, 안개가 끼였다가 다시 굳은 비가 내리는 침침한 여름이였을 겁니다. 구선생님께서 당신을 데리고 나온 것은 아마도 진정 자신의 길을 몰라 헤메는 문하를 걱정하여, 일생 거짓으로 살아온 날더러 그의 길을 가르쳐 주라고 비를 맞으며 만나게 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우린 "꿈속의 산" 괴산으로 여행하였읍니다. 그게 엇 거제 같은데 당신은 꿈을 실현하려 숲으로 간다하니 세월이 무상한것 같습니다.

진정 당신은 山人입니까 谷人입니까 아니면 하얀 까마귀(白烏)입니까?
"鴻漸于陸 其羽 可用爲儀 吉"
<큰 기러기가 날개를 펴고 육지로 날라 가는 모습이 가히 웅장하다. 길하여 뜻을 이룬다>

만난지 육개월 정도인데 마치 몇십년된 지기 같으니 그대의 인품 향기가 합원(合願)을 인룬 것일 겁니다. 난 당신을 만나면 시시로 무위철학자자 되지 말것을 강요한 것이 지금에야 몹씨도 부끄러워 집니다. 마치 장돌뱅이가 성현에게 훈수 한것 같이 말입니다.

"良馬逐 利艱貞 日閑輿衛 利有攸往"
<명마가 달리니 여려운 일을 극복하고 매일 마차 끄는 연습을 하니 그는 뜻을 이룬다.>

매사를 비우고, 겨울나무처럼 초연히 山으로 가니 谷은 그댈 맞이하여 아름다운 향기를 품어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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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06.12.29 15:07:20 *.116.34.141
애썼네. 그동안 그대 글에서 풀냄새 나무 냄새 가득했다네. 사람 냄새 또한 좋았다네. 마흔 즈음에 택한 제 길이니 노래 부르면 즐기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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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동
2007.01.31 09:30:56 *.122.11.62
무엇을 시작하기 보다 멈추기가 때로 더 어렵다는 걸 저는 압니다. 결행에 맞춘 적절한 판단과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행복 숲을 일구는 노정에 오래토록 함께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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