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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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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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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4일 07시 42분 등록

1997년의 어느 날, 정현종 시인이 버스를 타고 있었습니다. 그의 눈에 각자 꽃다발을 든 남녀가 들어왔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로 버스를 함께 탄 승객입니다. 젊은 여성은 장미를 들고 있고, 남자 손에는 국화가 들려 있습니다. 시인의 마음은 즐거워집니다. “그 꽃들은 버스 안을 환하고 환히 밝혀 달리는 낙원이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나게” 했으니까요. 그날 저녁 시인은 다음과 같은 시를 씁니다.

 

   내가 타고 다니는 버스에

  꽃다발을 든 사람이 무려 두 사람이나 있다!

  하나는 장미-여자

  하나는 국화-남자.

  버스야 아무데로나 가거라

  꽃다발 든 사람이 둘이나 된다.

  그러니 아무데로나 가거라.

  옳지 이륙을 하는 구나!

  날아라 버스야.

  이륙을 하여 고도를 높여 가는

  차체의 이 가벼움을 보아라.

  날아라 버스야!

- 정현종, ‘날아라 버스야’ 전문

 

이 시를 읽는데 마음이 환해집니다. 세상도 환해집니다. 빛나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그 장면을 포착한 시인의 눈이 부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시인처럼 볼 수 있을까요? 정현종 시인이 말하는 ‘명상적 성찰’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산문집 <날아라 버스야>에서 명상이란 “주의(attention)를 완전히 기울인 상태”이고, “모든 바라보는 것이 명상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체험이 대단히 중요한 몫을 하는 명상의 공간이 있는데, 그게 시”라고 강조합니다.

 

체험 없는 시는 살아 숨 쉬지 않습니다. 또 체험만으로는 힘이 없어서 체험이 작품이 되려면 자기 체험을 요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관찰과 성찰이 중요해집니다. 요컨대 시적인 시선은 명상적 관찰과 성찰에서 나옵니다. 정현종 시인은 말합니다.

 

“명상은 놀라울 만큼 기민한 마음을 요구한다. 즉 명상은 삶의 전체성-그 속에서는 모든 단편화(斷片化)가 중지된-에 대한 이해이다. 명상은 생각의 통제가 아닌데, 왜냐하면 생각이 통제될 때 그것은 마음속에 갈등을 키우기 때문이다. 생각의 구조와 근원을 이해하는 것이 곧 명상이다.

 

명상은 모든 생각과 모든 감정을 느껴 아는 것이며, 옳다든가 나쁘다고 말하지 않으면서 다만 그것(생각과 느낌)을 바라보고 그것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 관찰 속에서 우리는 생각과 느낌의 모든 움직임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관찰은 밖을 보는 것이고, 성찰은 자기 안을 보는 것입니다. 통찰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을 통해 보는 것입니다.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 역시 통찰입니다. 안과 밖은 생각만큼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안팎을 보는 것은 숨쉬기와 같습니다. 들숨 없는 날숨, 날숨 없는 들숨은 죽음입니다. 들숨은 나 아닌 것이 들어와 내 안에 살고, 날숨은 내 안의 생명을 밖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들숨과 날숨은 단절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이뤄지고, 호흡은 둘의 종합입니다. 그러니까 호흡은 안의 것과 밖의 것이 하나 되는 것입니다. 들숨과 날숨 둘 중 하나가 없으면 호흡이 아니듯 관찰과 성찰을 구별하는 것도 의미 없는 일입니다.

 

또 정현종 시인은 “명상은 모든 것을 완전한 주의력을 가지고 보는 것, 즉 그것의 일부가 아니라 완전하게 보는 마음의 상태이다. 그리고 아무도 어떻게 주의 깊어지는가를 가르칠 수 없다. 명상은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이며, 아무에게도 그것을 배울 수 없는데, 그 점이 그것의 아름다움이다”라고 말합니다. 누구도 가르쳐 줄 수 없다고 해도 명상을 배우는 방법은 있습니다. 시를 읽는 것입니다. 시는 시인의 명상적 관찰 · 성찰의 정수이니까요. 우리에게 좋은 시가 더 많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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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저, 날아라 버스야, 큰나,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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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4 13:20:18 *.242.48.3

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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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8 19:10:06 *.155.217.141

관찰, 성찰, 통찰, 명상, 시 읽기. 전체를 보는 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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