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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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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7일 08시 46분 등록

오, 사라졌구나. 내게 무척이나 소중한 그대,

내 소망도 꿈처럼 날아가 버렸네

내 아름다움의 비결도 그대와 더불어 가 버렸네

 

그러나 여신인 나 자신은 죽을 수 없기에

그대를 따라갈 수 없네

한번만 더 입 맞추어 다오, 마지막 긴 이별의 입맞춤을

내 입술로 그대의 영혼 빨아들여

그대의 사랑 전부 들이키도록

 

이 시는 3세기 쯤 살았던 알렉산드리아의 한 시인의 시입니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사랑하는 연인 아도니스의 죽음에 애통해 하는 장면이지요. 청년 아도니스는 사냥 중에 멧돼지 한 마리에게 상처를 입혔는데, 상처에 불같이 미친 그 멧돼지는 커다란 송곳니로 아도니스의 몸을 꿰뚫어 놓습니다. 높은 곳에서 백조가 이끄는 마차를 타고 가던 여신이 아도니스의 신음을 듣고 내려와 죽어가는 연인을 안고 입을 맞춥니다. 그리고 눈물과 함께 탄식합니다. 그게 바로 이 시입니다. 아도니스의 피가 흐른 곳에서 붉은 꽃이 피어 오르기 시작했지요. 그 꽃이 바로 아네모네입니다. 봄꽃이지요.

 

여름에는 꽃이 별로 없습니다. 배롱나무 꽃은 아직 피지 않았고, 능소화만 한참입니다. 그나마 어제 쏟아져 내린 장마비에 피어 있던 꽃들은 다 떨어졌습니다. 데크에 수북히 떨여져 누운 꽃들이 아직 싱싱한데, 문득 한 생각이 날 찾아들었습니다. 사람이 죽어 꽃이 된다면, 그리하여 내 죽은 자리에도 꽃이 핀다면, 어떤 꽃이 필까 ?

 

난 꽃이 귀한 여름에 피는 꽃이면 좋겠습니다. 시냇가에 하늘거리며 피는 흰 수술을 가진 파란 돛단배 같은 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혁명은 자신에 대한 멋진 이야기를 써 보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가 바로 자신의 신화입니다. 지웠다 맘에 들지 않아 다시 써 보고, 그 짓을 되풀이 하다 보면 정말 마음에 드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나 만들어 낼 테지요. 자신이 만든 이야기가 스스로의 운명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으로 살게 됩니다.

 

당신이 꽃이라면 어떤 꽃인지요 ?

 

(2009.7.10)

 

***

지난 5.31일 ‘웃고 노래하라, 춤추라’ 는 주제로 마지막 추모의 밤이 끝났습니다. 노래와 춤이 꽃으로 피어난 유쾌한 밤이었습니다. 대지는 꽃을 통해 웃고, 사람은 노래와 춤을 통해 꽃을 피운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6차에 걸친 추모의 밤을 지내고 공식적인 추모행사를 종료합니다. 시로, 사연으로, 그림으로 함께 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곧 다가올 7월,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가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납니다.

새롭게 인사를 드리는 7월까지 구본형 선생님의 금요 앵콜편지를 연장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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