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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8일 06시 49분 등록
 

전략적 사고라는 것은 넓게 해석하면  불확실성과 상대성을 감안하여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미래의 목적을 달성할 것인가를 판단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불확실성이란 미래 환경의 불확실성을 말한다. 미래의 환경이 확실하게 정해진 상황이라면 전략을 수립하기가 쉽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전략을 수립하기가 쉽지 않다. 대선이 끝나기 전에는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고 나면 불확실성은 확연히 줄어든다. 기업들은 그 이후에 전략을 수립하려 할 것이다.

상대성이라는 것은 좁게는 경쟁 상대, 넓게는 이해 관계자들과의 상호작용의 상대성이다. 나의 어떤 행동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이 민감하다면 상대성이 높은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상대성이 높으면 전략을 수립하기 쉽지 않다. 반면 상대성이 낮은 상황이라면 전략을 수립하기가 쉽다. 10대 사춘기의 아들을 어떻게 대할까 하는 고민도 전략적인 고민이다. 왜냐하면 부모의 대응에 따라 사춘기의 아들은 민감하게 반응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에 여러분의 행동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들만 있다면 여러분은 굳이 전략적일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 환경의 불확실성과 상호작용의 상대성도 낮은 상황이라면 전략을 수립하기 쉽다. 당신이 사냥꾼이라고  가정 해보자. 모든 것이 명확하게 보이는 넓은 들판에서 어슬렁 거리며 돌아 다니는 멧돼지가 있다. 멧돼지는 위험한 상대이기는 하지만 당신의 의도를 쉽게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어리석은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멧돼지는 당신 몫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략 자체의 차별성이나 탁월함보다는  전략 실행의 성실성이 승패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반면  환경의 불확실성도 높고 상호작용의 상대성도 높다면, 전략을 수립하기가 매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번에는 당신이 검객이라고 가정해보자.  안개가 자욱한 산 속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경쟁자를 상대해야 한다. 경쟁 상대도 마찬가지이다. 산 속은 숲이 우거져 잘 보이지 않는데, 안개마저 자욱하게 끼어 있다. 언제 어디서 상대 검객의 날카로운 칼 끝이 당신을 향해 날아 올지 모르는 상황 속에 있다고 상상해 보면 느낌이 올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전략 실행의 성실성에 앞서 전략 자체의 탁월함이 먼저이다.   

이렇게 불확실성과 상대성을 고려하여 세운 전략은 결국 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개인에 따라 미래의 목적은 다 다를 것이다. 한정된 자원을 쟁취하려는 목적도 있고, 명성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개인마다 목적은 달라도 전략을 통해 이것을 달성하는 방법은 누구에게나 네 가지가 있다.

가장  우월한 방법이 바로  ‘win-win’이다. 어떤 전략이던 win-win을 통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최고의 전략이다. 상대도 좋고 나도 좋은 것이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완전한 승리(全勝), 즉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것이 바로 이 뜻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win-win’이야말로 전략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 다음으로 바람직한 방법은 no deal이다. 서로 win-win할 수 없고 꼭 누군가 lose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런 관계는 피하는 것이 전략적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no deal’ 하고서도 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no deal’ 당장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어야 한다. 나폴레옹이 이 두 번째 방법을 잘 쓴 전략가이다. 나폴레옹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전투는 모두 피했다. 무리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전투를 피하면서도 종국에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즉 결정적인 전투에 임해서는 이길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절대 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순위 상 세 번째가 바로 ‘win-lose’이다.  도저히 no deal을 할 수 없다면 즉 직접적인 대결을 피할 수 없다면 ‘win-lose’를 택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win-lose는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3번째 순위의 대안인 것이다. 그렇게 높은 경지의 전략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많은 경쟁전략은 바로 이 win-lose를 마치 유일한 대안인양 다루고 있다. 

 

전략을 통해 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 중 가장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바로 ‘lose-win’이나 ‘lose-lose’이다. 이는 내가 패배하는 경우이다. 패배를 하는 데 무슨 목적 달성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전략가는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으로 패배를 눈 앞에 둔 상황에서도 절대 자포자기해서는 안 된다.  lose를 피할 수 없을 때, 감당할 수 있는 lose, 즉 피해를 가능한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당할 수 있는 피해라면 훗날 재기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무라이들처럼 패배의 굴욕을 씻기 위해 깨끗하게 자결하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결코 전략적이라 할 수 없다. 대신  중국 한나라 고조인 유방처럼 비겁해 보이더라도 패배 후에는 적군을 피해 도망가서 새로운 전투를 도모하는 것이 전략적인 방법이다. 

전략이란 환경의 불확실성과 상호작용의 상대성이 높은 상황에서 win-win, no deal, win-lose, lose-win의 방법을 통해 자신의 미래 목적을 달성 하고자 하는 행위들의 조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전략적 행위들을 생각해 낼 수 있을까?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가장 고민해야 할 질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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