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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24일 22시 53분 등록
용산 전자상가. 이곳은 10여년전  동대문 밀리오레와 함께 시대를 풍미했던 곳이다. 누구나 이곳에서 판매를 하면 두둑히 현금을 벌었다. 오늘 가보았는데, 대다수 개점 휴업 상태인듯하다. 한 매장에서 구매를 하려고 했다. 사장인 듯 보이는 사람은 시큰둥하다. 오늘 하루 벌이도 시원치 않은 듯하다. 다른 곳을 둘러보고 그곳을 다시 찾아간 것이었는데, 사장은 성의가 없다. 기분이 나빠서 구매하지 않고, 나왔다. 뒷통수가 쏴아 하다. 살짝 뒤돌아보니, 구매하지 않고 그냥 나가버리는 나를 쏘아본다. 그 눈빛에는 '똘아이 같은 놈'이라고 말한다.

나도 판매업을 하기에, 그 기분 잘안다. 매출이 별로인데, 어린 손님들이 와서 '이건 뭐에요''저건 뭐에요''이건요...?'라고 꼬치꼬치 물으면 짜증난다. 나이 50이 되었는데, 파리 날리는 매장을 지키고 있는 내 모습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판매업, 유통구조가 변화했다. 용산전자상가와 동대문 패션몰이 몰락한 이유는 '인터넷 쇼핑몰, 중국의 대량생산'때문이다. 가게를 차려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사업구조는 이미 끝난 셈이다. 유통구조는 끊임없이 혁신을 거듭한다.

일례로 스마트tv로 드라마를 본다. 여배우가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있다. 그 옷에 대한 정보가 바로 옆에 뜨고, 드라마를 보면서 구매 가능하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화면을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더 간단하게 구매가 이루어진다. 2000년대 초반의 결제 수단은 단연 '카드'였다. 우리는 어디서나 '긁었다' 나라도 기업도 국민이 줄기차게 긁도록 독려했다. 덕분에 한 사람이 카드를 수장씩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 이것이 번거롭다. 스마트폰 하나면, 카드가 필요없다. '긁는'대신 갖다 '대면' 결제가 된다. 친절하게도 사용 가능한 쿠폰도 제시해준다.
 
스마트폰은 위치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카운터에서 계산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결제가 된다. 몇해전 모 마트 카운터 직원들이 집단해고 사태가 화제가 되었다. 카운터가 있는 상태에서라면, 복직하는 것을 때라도 써볼 수 있다. 하지만, 카운터가 없다면 그녀들의 할일 자체가 없어지는 셈이다. 울고 불고 떼써도 의미가 없다.

이 시대의 '일과 벌이'는 계속 줄어드는 중이다. 텅빈 식당, 개점 휴업 상태의 매장, 늘어져있는 택시....그들은 '왜 손님이 없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빠져서 오늘도 공친다. 지금 생각할 것은, '왜 이렇게 손님이 없을까?'가 아니고, '어떻게 하면 손님을 끌 수 있을까?'도 아니며, '수익율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인가?'도 아니다. 과연

'물건을 팔아서 이윤을 남기는 것이 올바른 사업인가?'라는 질문부터 다시 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프로그램은 매출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구글은 오피스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구글 계정을 만들면, 몇십만원짜리 워드, 엑셀,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른바 요즘 유행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그들의 수익원은 '광고'다. 예전에는 게임을 개발하면, 패키지로 만들어서 팔았다. 하지만, 무단 카피가 횡행하는 상황에서 게임 패키지 상품은 수익성이 없다. 요즘은 양질의 게임을 무료로 앱마켓에서 다운한다. 대신 게임을 하면서, 광고를 봐야 한다. 게임 개발자의 수익원이 게이머가 지불하는 돈이 아니라, 광고주로 바뀐 셈이다.

기발한 상품을 개발해서 파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 자체가 수익원이 된다. 유명해지면, 그 자체가 수익을 끊임없이 창출한다. 화장품에는 모델이 필요하다. 개업을 하면 그 기념으로 해당 모델을 불러다가 사인회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 당연 영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마비가 된다. 이때 모델을 2시간 정도 부르는데, 몇천만원이다.

일례로 카카오톡을 보자. 최근에 카톡은 무언가 수익성을 위해서 시도하는 듯 하다. 하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일단 사람들에게 카톡을 많이 알리는 것에 주력했다. 카톡도 스마트폰 보급 특수를 톡톡히 누렸는데, 덕분에 국민 채팅 프로그램이 되었다. 네이버와 다음이 '라인'과 '마이피플'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한발 늦었다. 스마트폰 국민 다수가 '카톡'을 사용한다. 카톡의 영업력은 적어도 한국 사람의 절반이다. 무언가 기획을 하면, 즉시 전파한다. 엄청난 힘이다.

예전 여행사 다닐때 사장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레고 블럭이 있다고 치자. 레고블럭이 많으면 여러가지 모형을 만들 수 있다. 비행기도 만들고, 자동차도 만든다. 레고블럭이 없으면, 만들 수 있는 것이 없다. 만들어도 멋없다.' 여기서 말하는 레고블럭은 브랜드 가치다.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은 고달프다. 이 세상을 잘 사는 것은, 조금 일하고 많이 버는 것이다. 반대로 못 사는 것은 '많이 일하고, 조금 밖에 못버는 것이다' 일이 좋다면야 많이 벌든, 못 벌든 상관없지만, 많은 사람에게 돈은 큰 기준이다. 희소성이 클수록 조금 일하고 많이 벌 수 있다. 일반적인 일들, 택시 운전, 학원 강사, 음식점, 닭집은 뼈빠지게 일해도 조금 밖에 못번다. 게다가 마음도 많이 다친다. 택시 운전 아저씨. 하루종일 공쳤는데, 기껏 탄 손님이 걸어가도 되는 골목길을 요리조리 요구한다. 그 벌이에 자기 식솔들이 모두 목메고 있다면 그 심정은 어떨까?

이 글 쓰면서 한숨이 나오는데,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어찌되었든 시간은 가고, 인생은 자기 책임이다.

모든 사람이 아이돌가수나, 정치가 처럼 유명해질 수는 없다. 하지만, 아주 작은 점 하나는 분명히 유명해야 한다. 사업은 그 점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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