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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17일 17시 45분 등록
한국의 벤처산업은 화투의 '섯다'를 닮았다. 쌈박해 보이는 아이템을 가지고,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주식을 현금화 시킨뒤 뒤로 빠진다. 잘 되면 대박이고, 안되면 말고 식이다. 판돈 잃은 사람만 가슴을 친다. 단 한번의 성공을 위해서 100번 실험하는, 실리콘밸리의 벤처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14일 넥슨이 일본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올해 상장된 회사중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불혹을 갓 넘긴 김정주 창업자는 부인과 함께, 3조원이 넘는 재산을 이루었다. 이건희, 정몽구 다음으로 재계서열 3위다. 사실, 이건희와 정몽구 회장은 선친이 일군 사업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또, 국가의 비호아래 여러 특혜를 받고, 안전하게 성장했다. 이런 대기업의 경영 방식은 재벌 3세들도 따라한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명품같은 수익이 보장된 사업에만 진출한다. 게임은 다르다. 김정주 대표는 단칸방에서 시작했다. 본래 주업은 게임이었지만, 회사가 어려우면 웹에이전시 역할도 하면서 회사를 키워나갔다. 무엇보다, 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은 어떠했는가? 이제야 게임은 명실공히 국가 기간 산업급 대우를 해준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게임이라고 하면, 애들 놀이 수준으로 폄훼했다. 이런 인식때문에 상처 받고 사업을 접은 개발자들도 많으리라. 

김정주 대표는, IT라는 첨단 업종에 있지만, 경영은 보수적이다. 그는 부채를 만들지 않는다. 은행에서 융자 받아서 사업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넥슨은 자기자본 100%로 성장해왔다. 안정된 바탕에서 장기적으로 제품을 하나씩 런칭해 간다. 그의 사업 지론은 이렇다. 

'회사가 어려우면 노가다를 뛰면 되고, 직원이 나가면 또 뽑으면 된다. 남의 돈 끌어다가 2,3년만에 현금 만들어낼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회사를 통해서 그가 이루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넥슨은 콘텐츠 회사입니다. 플랫폼이 있는 곳이라면 달려가지만,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플랫폼이라고 하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사업이 될 것이다. 넥슨은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할뿐, 본인 스스로가 통신회사를 만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회사 경영을 안정화 시킨뒤, 그는 경영 일선에서 빠진다. 사무실에서 책상을 아예 뺐다. 그가 오랜만에 출근하자, 빌딩 관리 아저씨가 잡상인취급 했다는 일화도 있다. 경영에서 물러난뒤, 엉뚱하게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고 있다. 한예종에 입학해서 연극도 공부한다.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며, 중요한 부분만 결정을 내린다. 

'연극을 하면서 얻은 경험을 사업에 적용한다고 생각하면 행복합니다' 

그가 골몰하는 것은, 바로 '콘텐츠'다. 넥슨 이라는 회사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것은, 돈이 아니라 '콘텐츠'다. 마치 스티븐 잡스가 애플을 통해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경영3.0 시대다. 1.0 시대에는 대량 소비였다.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찍어내서,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팔렸다. 2.0시대에는 마켓팅이라는 경영도구가 등장한다. '소비자를 알자'는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맞춤 제작하는 것이 2.0 시대의 특징이다. 경영 3.0에는 마켓팅과 제품이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는 물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파는 사람의 가치관과 사상을 먼저 본다. 그의 생각이 마음에 들면 필요하지 않아도 물건을 구입한다. 

부를 축적하는 방법도, 변화했다. 가치가 있는 곳에, 돈이 쏠리는 속도가 예전보다 빨라졌다. 이제 더이상 물건을 싸게 구입해서, 비싸게 팔아먹는 상술이 득이 안된다. 한국에 있는 대다수의 장사꾼, 편의점 주인, 식당 주인, 택시 운전, 화장품 사장들은 이런 생각들을 할 것이다. '열심히 하지만 남는 것이 없다' 원재료는 오르고, 마켓팅 비용도 많이 나간다. 경쟁사도 많이 늘었다. 

그런데도, 별다른 가치 없이 많이 팔아먹겠다는 생각은 고치지 않는다. 물론,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점점 상황은 안좋아지고 있다. 프랜차이즈의 힘이 커지면, 가맹점은 그들에게 휘둘릴 수 밖에 없다. 엇비슷한 사업도 우후죽순 생기고, 온라인으로도 유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중이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쇼핑할 수 있는 시대가 바로 눈앞이다. 모두가 기존 사업자들의 파이를 조금씩 갉아먹는 중이다. 

벤쳐란, 일확천금'이라는 느낌이 강한데, 벤쳐란 '돈이 아닌, 가치에 몰빵'하겠다는 용기다. 공교롭게도 이제 누구나, 식당 주인, 편의점 사장님, 호프집 사장, 모두 벤쳐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 돈만 벌려고 하면,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IP *.1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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