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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19일 19시 18분 등록
일식학원 선생님은 자기 사업을 준비중이다. 그에게서 '칼쓰는 법'을 배웠다. 힘을 쓰지 말고, 칼날을 결에 맞게 '떨어트린다.' 힘을 빼고, 골프 스윙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선생님은 경력이 좋다. 호텔에서 10년 가깝게 일했고, 일본과 미국에서 경력을 쌓았다. 영어는 모자르지만, 일본어는 네이티브처럼 한다. 요리 실력이야 두 말할 것도 없다. 칼날을 떨어트리는 것처럼, 경력도 자신이 의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방향만 줄 뿐이다. 나머지는 칼의 속성이 알아서 한다.

가른다.

방향만 주어지면, 그 업에서 나의 속성이 알아서 일을 할 것이다. 나는 나를 직장에 떨어뜨려 놓을 뿐이다. 주어진 일, 자체를 의심하면 칼이 안든다. 딴 생각하면, 나만 모른다. 내 머리는 유리뇌라는 사실.   

선생님은 한달후 자영업으로 뛰어든다.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긁어다가 작게 차린다. 외식업은 사장이 요리를 할 줄 알면 유리하다. 주방장이 속 썩여도, 자기가 할 수 있기 때문에 배짱을 튕길 수 있다. 요리를 매우 잘 할 필요는 없다. 말그대로 할 줄만 알면 된다.

주방에 오래 있어도, 전반적인 경영을 알기는 어렵다. 월급 받는 자는, 월급 주는 자의 입장을 모른다. 회사가 어려워도, 월급만 제때 나오면 직원들은 어려움을 잘 못느낀다. 분위기가 다소 안좋을 뿐이다. 사장의 눈에 보이는 것이 종업원에게는 안보인다. 기초적인 것도 종업원이 보지 못한다면, 사장은 분노한다. 못마땅해 한다. 반대로, 사장이 보지 못하는 것을 먼저 간파하는 종업원은 사랑해주고 싶다. 이들은 비전이 있는 것 같다. 자신의 미래와 업무가 일치하기에 기꺼이 시키지도 않는 일을 한다. 면접 때 보통 개인의 비전을 묻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사장은 종업원이 알아서 내 일 처럼 해주기를 바란다.   

업무는 회사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를 위한 것이다. 업무가 밥줄이 된다. 재취업 컨설팅을 받아보면, 전직 경력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전략을 짠다. 준비 없이 나오면, 그 분야로 다시 들어가야 한다. 물론 대우는 전보다 못하다. 그때 후회를 한다. 이 일, 저 일 많이 해볼걸.... 그래도 하기 싫은게 사람 마음이다. 외식 영업에서 핵심은 '주문받기'다. 오더 능력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 오더는 고도의 기술이다. 이 기술을 닦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오더를 많이 받아보아야 한다.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하기 싫다. 힘들기 때문이다.손님에게 상처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본성을 꺽어야 한다.

조직에서 톱니바퀴 하나만 가지고 나오면, 갈 곳이 없다. 다른 조직에는 들어맞지도 않는다. 적어도 톱니바퀴 3개는 가지고 나와야 어설프게나마 이를 맞물려 돌릴 수 있지 않은가? 톱니바퀴 3개면, 작은 시스템이다. 이직을 위해서,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하는가? 이직은 새로운 도전이라기 보다는 수평적인 이동이다. 무언가 크게 각오한다면_물론 각오가 필요하겠지만, 실패할 확율이 크다. 준비 부족을 큰각오로 보지않을려고 할 수 있다. 현직과 크로스오버 하며, 왔다갔다 할 수 있어야 한 쪽으로 옮겨도  자연스럽게 안착한다.

물론 현업에서 다른 업을 두리번 거리기는 어렵다. 지금 업무를 하기에도 벅차다. 한 눈 팔 새가 없다. 조직 안에서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 현실적이다. 복사기 고치는 것 부터, 재무, 기획등...모든 일을 나 혼자 할 수 있다면, 시스템이 형성된다. 그 시스템을 가지고,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다. 강점과 강점을 모아서, 강점 다발로 만드는 것이 우선은 현업에서 해놓고 볼 일이다. 업무는 물어보면, 내것이 되지만, 묻지 않으면 10년이 지나도 모른다. '지금 있는 곳에서 승부를 걸라'는 말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이야기다.

주방일을 하면서, 외식경영을 공부했다면, 창업이라는 것이 새로울 것이 없다. 부담은 상당 줄어든다. 경영공부란, 사장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혹은 어떤 고민을 하는가?를 알고, 마음으로 느껴보고자 애쓰는 것이다.  입장이 바뀌지 않는 이상,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해야한다. '내 일만 하면 된다'는 마인드는 자기파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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