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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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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8일 23시 59분 등록
 

소설가 김영하의 홈페이지에 한 고등학생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느냐는 질문을 올려놓았더랍니다. 그래서 김영하가, 글을 잘 쓰는 방법을 묻기 전에 왜 글을 쓰고 싶은지 자문해보고, 즐겁게 글을 써 나가자는 요지의 답을 했다지요. 그런데 그 글을 보고 다른 분이, 세상에 글을 즐겁게 쓰는 사람도 있느냐고, 그런 말하면 다른 사람들에게서 욕먹는다고 김영하를 걱정해 주는 댓글을 달았다는 겁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우리 주변에 글쓰기울렁증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글을 많이 써 보지 않은 사람은 ‘과연 내가 글을 쓸 수 있을까’하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글을 자주 쓰거나 심지어 업으로 하는 사람들 중에도 글쓰기가 어렵고 힘들다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들은 ‘책상에 머리를 짓찧고 싶다’는 식으로 창작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초심자의 멋모르는 자기만족일지 몰라도, 저 역시 글쓰기란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껏 살면서 제일 잘 한 일이 글을 쓰게 된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글쓰기는 나를 곧추세우는 기둥이자, 더 나은 삶을 살고 싶게 하는 추진력이며, 내 삶의 매 장면을 인증하는 성스러운 의식입니다. 오죽하면 남은 시간을 ‘글쓰기 전도사’로 살고 싶어 하겠습니까. 삶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깨달음을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것이지요.


즐겁게 글을 쓴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성학자인 오한숙희는, 머리에서 글감을 충분히 구상하여 오프닝멘트와 클로징멘트가 생각나면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요, 그 때부터는 일사천리라고 하네요. 한 시간에 열 장을 쓰는 속도이니, 서 너 시간이면 2,30 장을 쓰기도 한다는 거지요. 그러면서 ‘책상에 머리를 짓찧고 싶은 고통’을 모르는 자신의 글이 부족한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해 보았다구요.


옛이야기 다시 쓰기에 주력하고 있는 서정오 역시 ‘내 인생의 글쓰기’에서, 창작의 어려움이 과장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펼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두 분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글쓰기가 마냥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난공불락이 아니요, 소수 선택된 사람들만이 익힐 수 있는 천상의 기예가 아니라는 거지요.


쉽고 재미있는 글쓰기, 삶의 도락이요 위안이 되는 글쓰기, 계속해서 잘 쓰고 싶고 나아가 잘 살고 싶게 만드는 글쓰기,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아마도 그것이 제 두 번 째 책의 주제가 될 것 같습니다.



 ������

<라라>는 writingsutra의 줄임말로서, '글쓰기라는 경전'이라는 뜻입니다.
 2월 3일부터 시작하여 3개월 간, 주 5회 글쓰기에 대한 글을 쓰겠다는 솔로프로젝트의
제목입니다. 위 글과 같은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는 개인강좌를 하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카페 http://cafe.naver.com/writingsu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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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2.09 12:43:32 *.157.123.246
<라라> 멋지네요. 라라의 스카프가 생각나며 슬픔까지도 기꺼운 낭만적 글쓰기가 연상되는 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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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0.02.09 13:47:08 *.209.239.32
ㅎㅎ 써니!  댓글퀸이 돌아온 건가요?^^
반가워요.
타이틀 붙이고, 순번 매겨가며 글쓰면 훠얼 신나요, 써니도 고려해보길.
어제는 딸네미하고  명동가서 하루 종일 놀았거든요.
오며가며 자투리 시간에 머리 속에서 굴려보다가, 집에 와서 스스로 정한 데드라인 1분 전에 글 올리는 스릴!
목표는 시간을 밀도있고 은밀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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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10.02.09 14:35:02 *.122.216.98
호랑이 오프모임에서 하루에 하나씩 글쓰기 솔로프로젝트 이야기 듣고 '쾅' 했습니다.
작년에 100일 창작-거침없이 그리기를 시도했었는데, 제대로 안되어서... 명석님 이야기 듣는 중에 다시 그걸 수첩에 적어 넣었지요. 매일쓰는 사람이 작가, 매일 그리는 사람이 화가.
저는 그리는 게 쬐금 많이 두려워서 작년 하반기에 100일창작을 제안하고 멤버들하고 잘 놀아봤어요. 그래도 역시 그리기는 두렵더라구요. 잘 써야한다는 부담처럼, 잘그려한다는 부담도 있는 거죠. 하고 싶은대로 해봐라는 뜻에서 '100일 거침없이 그리기'라고 이름 붙였는데, 마음의 장벽은 스르르 생겼다가 스르르 없어졌다가 다시 강력하게 그자리에 있고는 하거군요.

솔로프로젝트, 즐겁게 글쓰기와 즐겁게 그리기는 접근하는 점이 같은 거 같아요.
손의 자유를 주자는 점, 생각의 자유를 주자는 점에서요.
 
랄랄라 즐겁게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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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0.02.10 00:20:15 *.209.239.32
정화씨 말처럼 글쓰기든 그림이든,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
바로 거기에 내가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
<라라4> '즐겁지않으면 오래 가지 못한다' 는 정화씨에게 주는 말이야.
아직 미흡하긴 하지만 말이야
우리 계속 궁리해 보자, 물론 쓰거나 그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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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례
2010.02.19 14:48:20 *.253.60.34
..
ㅎㅎ 천상의 기예란 표현 멋지네요.
글쓰기는 유전이 아니고 훈련에 있다는 말에 용기백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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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10.02.20 09:21:50 *.209.239.32
안녕하세요?  제 글을 죽 읽어주셨나봐요.
감사합니다. 댓글도요.^^
제가 좋아하는 비유 중에 만화영화에 대한 것이 있는데요.

만화영화를 만드려면 수많은 정지그림이 필요하잖아요.
보통사람들은 자기가 한 걸음씩 노력하는 상태는 한 장의 정지그림처럼
미흡하고 불만족스럽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성취는 매끄럽게 돌아가는, 완성된 만화영화로 생각한다는 거지요.
하지만 만화를 완성한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정지그림을 그렸을 뿐이지요.
그러니 오늘도
한 장의 밑그림을 더 그리는 것이 필요하지,
쓸데없는 자괴심 으로 도달할 수 있는 곳은 아무 곳에도 없는 거지요.

편안한 주말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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