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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13일 19시 56분 등록
힐쓰에 면접보고 오다. 대기실에는 졸업생들 그림과 브로셔가 놓여있다. 그림을 보자, 가슴이 울렁거린다. '이걸 해야하는데'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교수님 두명과 면접 보는 사람 4명이 함께 자리했다. 고등학교 막 졸업한 여학생, 미술고등학교와 미대를 졸업한 남학생, 현재 어린이집 선생님, 그리고 화장품 파는 나, 이렇게 4명이다. 

'저는 고교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미대를 가려고 했으나 별 생각없이 대학을 진학했는데, 그 결과 지금 20년 가깝게 그림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긴장하지 말라면서도,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와 장사중 하나만 택하라고 하면 어떤 것을 택할 것입니까?'

설렁설렁 말로 때우려고 했다. 그러자, 옆의 교수님이 질문을 분명히 한다. 

'친절하게 질문을 드렸는데, 이건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2년 동안 이 과정에 몰두하지 않으면 서로가 곤란해져요' 

그 말을 듣자, 말문이 막힌다. '둘 다 하고 싶은데요. 그러면 안되나요?'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두 교수님의 진지함에 대답이 쏙 들어가버렸다. 이들의 눈빛은 마치, 비밀 결사조직이 거사를 앞둔 모습 같았다. 우리와 같은 열정과 각오가 아니면, 꿈도 꾸지 말라고 그들의 눈빛은 말했다. 계속 가게에서 전화가 온다. 

'포트폴리오는 충분히 보았습니다. 가져가도 됩니다. 당신이 본, 우리 학교 학생들의 작품은 2년동안 엄청난 노력으로 만든 결과물입니다. 그들은 이 학교에 오기 전부터 그림에만 몰두했던 사람들이지요. 학교를 입학해서, 어떤 결심을 하고 그때부터 열심히 한 것은 아니에요. 작가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림 그 자체입니다. 작가의 길에 학교가 있는 것이지, 학교를 졸업하고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특별한 자격증이나 시험이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엄청 잘 해야 작가 대접을 받는다. 무언가를 잘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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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가볍게 들떠서, 이것 저것 배우러 다니지만, 결과는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본업을 위한다는 배움이 오히려 본업의 지겨움을 피하는 도피가 아니었나 반성합니다. 

저는 할 줄 아는 것이 많습니다. 아는 것도 많습니다. 허나, 제대로 하는 것 없고, 제대로 아는 것 없습니다.  '사람은 아니, 저는 하나를 제대로 해내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받아들입니다. 또한 가지고 있는 시간과 에너지의 양도 바로 봅니다. 시간은 모자르고, 할 일은 많습니다. 하나를 충분히 하기보다, 여러개를 날치기로 해치웁니다. 오늘 하루 그랬습니다. 이런 인생에 무엇이 남을까요? 어설픔과 버벅거림뿐입니다. 

한계를 인정하고, '하나(the one)'를 보고, 다듬고 또 다듬습니다. 2008년 댄스와 장사를 시작하고, 아이를 키웠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지금 부터입니다. 나는 지극히 모자른 사람이라는 사실. 한 여자만 사랑하기에도 가슴이 작다는 사실. 한가지 일에 집중하기에도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 

조급함에서 뿌리깊음으로, 산만함에서 일편단심으로, 08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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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은 당연해야 한다. 하지만, 그 일로 빛을 낼려면 쉽지 않다는 것은 알자. 살아오면서 나를 온전히 던져본 일이 얼마나 되는지, 묻는다. 

-하나에 집중하기 위한 '맑은'의 전략-
 1. 현장에 오래 있는다. 
2. 없으면 없는대로, 때운다. 보충하거나, 배우려거나, 구하려거나 해서 오히려 본업에 투자할 시간을 뺏기지 않는다. 
3. 오늘 하루만 생각한다. 내일도 너무 길다. 더욱이 2,3년 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난 작년 이맘때까지도 닭장사를 하고 있었다. 화장품 사업을 할지는 몰랐다. 

4.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리자. 서재를 정리했다. 책이 많을수록 읽지 않고, 책을 정리하는데 시간을 쓴다. 
5. 일단 올라가면, 골라 내려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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