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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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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8일 15시 49분 등록


이름없는 그가


 

1. 

그가 나를 깨우고




 

이름없는 깊은 밤

잃어버린 오랜 시간으로

메마르고 황량한 가슴속

깊은 어딘가에서

울컥이며 솟아나는

눈물

 

일념만큼이나

그 겹겹이 에워싸인

치기 어린 오만함의

참회의 눈물

 

그렇게

 

한없이

몸부림치는 동안

그 해와 달이

그 빈 공간을 바꾸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끝없이

묻고 또 묻고 있는 동안

바람과 구름이

그 시간을 메우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래,

나는 화가 나 있었다.

두려움과 상실의 고통으로

화가 나 있었다.

 

 

일그러진 사간

흩어진 조각들을 부둥켜 안으며

분노와 절망으로

눈은 멀고 귀는 먹었다.

 

뒤틀린

옹이진 상처들로

적개심의 날을 세우며

진실로 사랑했던 것을

잊어버리고

 

그 일념만큼이나

깊은

원한에 찬 가슴으로

하루를 심판하고

누군가를 심판하고

그리고 세상을 심판했었다.

 

반 백(半百)

되고 나서야

 

반 백(半白)

되고 나서야

 

깨닫지 못해

화가 난

그 지난 날의 내가

허송한 세월을 참회하고 있다.

 

그렇게 그가

나를 깨운다.





 
2.
 
그가 나를 일으켜 세울 때 까지



 

얇고 가벼운

흔들리는 나를 붙드는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목소리

 

살아온 날의

휘청거리던

모든 순간들 속에서

생각이 멈추던

그 순간에

언제나 들려오던  

그 목소리

 

뇌리 속의 소리 없는

그러나 너무나도

뚜렷한

그 목소리

 

내 이름으로 주어진 생의

파노라마 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념으로 나를 이끌어 온

 

그 목소리가

주인 없는 눈물 속에서  

고개를 떨군 내게 묻고 있었다.

 

아직 분노가 남아있는가?

이제 충분하지 않은가?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

 

그가 묻는데

나는 고개를 떨구며

 

열망과 일념이 빚어 낸

고통과 절망에 찬

빗나간 시간들을 

참회하는 눈물만 쏱아 내고 있었다.

 

그가 나를 일으켜 세울 때 까지

그렇게

눈물로 답하고 있었다.

 


3



두려워서

 


옳다고 믿어 의심치 않고 행할 때
두려워 했던 적이 있었던가?
옳다고 믿었던 그것들이
위협과 협박 속에서 꺾인 적이 있었던가?

 

 사실, 

바로 내 안,

한 뼘도 되지 않는 내 가슴속에,

영원과 이어지는

,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침묵의 목소리 

그것만으로 충분했었다.

 

그 목소리 만으로 충분했거늘

 

나는

끊임없이 밀려오는

두려움과 의심 때문에

 

하루를 유지하는 삶에 허덕이고

내일을 걱정하는 오늘로서 삶은

 

그 목소리 외면하기 위해

수많은 이유와 명분으로 가장하고

모든 논리와 법칙으로 무장한

말과 글로 애써 왜곡시켰다.

 

두려움과 의심 때문에

 

잃을까 봐 두렵고 

잊혀질까 봐 두렵고

그리고 빼앗길까 봐 두려워서

 

그러나

진실로 위장한 왜곡과 편견으로

상처와 분노를 감출수록  

빗나간 야심과 삶의 무게는

고통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었다.

 

그 삶의 고통

 

그것은

헛된 규칙과 편협,

그 갈증 난 욕망으로

 

내가 끌어다 놓은

삶의 모든 사건이며

나의 선택 이고

나의 기대이자 반응이었다

 

고통은

두려움과 의심이 만든

그 목소리를 부정한 증거였다.

 

4.


 
있는 그대로



 

기억으로부터의

모든 생각과

모든 계획과

모든 기대를 버릴 때

 

매일의 삶 속에서

왜곡과 편견으로 오해하지 않고

나를 여기에 있게 한다.

바로 여기

바로 지금

 

그 언제나 여기

그 언제나 지금 이던

있는 그대로의 순간속에 있게 한다.

 

그것이

시작이고 끝이며

유일함이며 전부다.

 

그것이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

무언가를 잃지 않기 위해서

선택한 최악의 결정이 아닌

 

아무런 기대 없이

아무런 요구 없이

아무런 보상 없이

아무런 이유 없이

있은 그대로의 삶을 사는 것이다.

 

그것이

자유다. 그것이 사랑이다.

 

5.
 

해방과 구원



 

이젠 삶이

온갖 방법을 써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며

기적밖에 기대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아니며

위협하며 다가오는 난제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지금 여기에 있고

언제나 이루어지고 있는

있는 그대로였다.


삶은  

원할 필요가 없고

그러니 분노할 필요도 없고

선택할 이유도 없으니

그러니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얻을 것도 없으니 바랄 것도 없다.

이룰 것이 없으니 잃을 것도 없다.

 

그 삶은

내 안 깊은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나를 애도하고

상처와 분노를 어루만지면

항상

나와 함께하고

언제나 거기 있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의 하나로서

다가오는

 

 그래,,


그 목소리의 주인이며  
사랑의 실체이다.

 

그 사랑이,

쏱아지는 참회의 눈물처럼

차분하게 내려

나를 평화롭게 하고

나를 유연하게 하고  

나를 사랑하게 한다.  

 

그렇게 그가

나를 해방한다.

나를 구원한다.

 

***   ***   ***   

 구원은 스스로 말미암는다.

ps

그 와 그 목소리, 삶이 잘 구별이 안 되는 군요.
같은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삶 자체 인것 같기도 하고
사랑의 목소리같기도 하고
어쨋거나...
목소리가 들리니 주인인 그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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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9.01.19 15:55:21 *.190.122.154
모두들 새해에 득도를 하셨나 ^_^

백산형님도 눈물이 많으세요?

머리가 반백에 나이가 반백이 되어도 울 수 있는 그 무엇이 남아 있었나보죠?

형님...명절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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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9.01.19 18:23:24 *.94.31.27
아우!

슬퍼서 우는 경우도 있지만 감동으로 우는 경우도 있으니까...

가끔씩 우는 것도 나쁘지 않는 것 같네...
아우님도 명절 잘 세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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