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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 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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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6일 01시 45분 등록


9개월 동안 영업일지를 적었다. 몇 번 테이블에 손님이 무엇을 먹고, 어떤 반응과 태도로 먹었는 지 기록했다.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과 그때 내 감정이 어떠했는 지도 알 수 있다. 앞에 횟집 손님이 음식 먹고 도망간 이야기도 있다. 

춤을 출때는 선생님의 말씀을 기록했다. 항상 반박자 앞서간다는 이야기에 내 성격이 그러하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멀게는 고교때 일기장에서 부터(중학교 일기는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주었다), 군대시절 몰래 적은 일기, 직장다니면서 쓴 메모, 책들을 초서한 노트들.

이런 기록이 어떤 의미가 있는 지 아직 모르겠다. 단지 기록을 하기 위해서 깨어있었고, 기록하는 그 순간은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팃낫한 스님의 마인드풀니스 명상을 시도한 적이 있었으나, 어려웠다. 정말이지 사람은 한순간도 온전하게 몸과 마음과 정신이 일치하기 어려운 존재다. 사람의 속성은 '흩어짐'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집중자체가 목표가 아닐까?

기록은 정신집중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기록이 많을수록, 집중력도 강해진다. 기록은 노력과 시간의 구체적인 결과물이다.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 일상을 기록한다. 소소한 편린을 소품상자에 넣어두는 것은 중요하다. 의미는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시간을 두고 삭혀야 한다. 보고 또 보면 기록은 무르익는다. 

가족을 기록한다. 아이가 글을 읽고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그에게 성장일기를 선물해준다면 아이는 어떤 마음을 가질까? '나는 소중하다'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가질 것이다. '나는 소중하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그 사실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천지차이다. 자존감은 강력한 하드웨어로서 아이에게 장착된다. 하드웨어가 없으면, 소프트웨어로 살아야 한다. 고달프다.

업을 기록한다.

나를 기록한다. 3년 전, 4년 전의 메모를 보면, 나는 같은 걱정을 하고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걱정과 문제가 없어졌다. 분열된 자아는 통합된다. 받아들임 전에 필요한 것은 인식이다. 나에 대한 기록은 나에 대한 통찰력을 준다.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정성껏 기록한다. 기록 만큼 중요한 것은 정리이다. 잘 정리되지 않은 기록은 다시 보기도 싫고, 재활용하지 못한다. 기록으로서 의미가 없는 기록이다. 보고 또 보아야지 기록은 성장한다. 기록을 도와주는 보조도구도 많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이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디카, 캠코더등을 다룰 수 있고, 편집해서 여러 매체로 다양하게 출력할 수도 있다. 아마도 나는 기록에 욕구가 있는가 보다.  기록하는 사람인가 보다.

대학교 시절, 일본에서 찍은 다큐멘터리도 있고, 카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을 읽고 현지를 답사한 비디오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기록에 함몰되지는 말자.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만 기록하고, 그 만큼이 내 삶의 능력이다.
 
  

IP *.129.207.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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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9.01.26 02:43:59 *.131.127.38
기록은 기억을 정확하게 해 줍니다.
기억은 과거의 사건, 상황에 대한 과거의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록을 통해 오늘의 시각으로, 오늘의 시간 속으로 끌어와 재해석할 때
기억은 오늘의 삶에 관여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오늘을 사는게 아니라 과거를 반복하는 것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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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9.01.27 00:09:00 *.129.207.121
기억은 객관적이지 못하지요.

기록이 없으면, 성장할 수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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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9.01.26 03:05:25 *.228.187.71
맑은님..

님의 글에서 언제나 배울 수 있는 무엇을 찾습니다.

기록하라. 가족을 업을 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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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9.01.27 00:06:09 *.129.207.121
전 햇빛형님 때문에 글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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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2009.02.06 10:55:16 *.132.203.199
맑은님의 글을 읽고있으면 무언가 빠져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뭔가 느낌이오고 머리가 채워지고 넉넉함을 얻어갑니다.
저도 장사를 하는 사람이지만 장사도 계획,실행,평가하며 다시 피드백하며 교훈을 얻지요.
저도 6년간 장사하면서 기록을 하는데 과거의 자료,데이터는 많은 참고가 됩니다.
나만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기록하고 성찰하고 배우며 장사한다면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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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9.02.07 14:27:50 *.129.207.121
아...그러세요. 장사 노하우좀 얻을 수 있을까요? 의외로 장사꾼끼리는 교류가 없더군요.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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