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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8일 22시 16분 등록

여행업은 사회 첫발을 내딛은 곳이다. 여행은 자유롭고, 평화롭지만, 여행업은  숨가쁘고, 애가 탄다. 좋게 말하면 박진감 넘치고, 환희가 있기도 하다.

호텔에 김치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손님에게 1시간 반동안 잔소리 들은 적 있는가? 난 있다. 눈물이 쏙 들어갈 만큼 서러웠다. 공항에서 작별인사를 하는데, 1만엔 짜리 팁을 준 손님도 그 손님이었다. 솔직히 얌전히 왔다가 가시는 손님보다는, 이것 저것 짜증나게 시키면서도 갈 때 팁 주는 손님들이 기억에 남는다. 돈때문만은 아니다. 수고했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표시다.

삿포로는 잘 정비된 계획도시다. 전망대에서 시내를 보면, 바둑판처럼 가지런한다. 그 도심을 분초를 다투며 뛰어다니는 내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국제적인 비지니스로 활약하는 것 같았다. 대단한 이유는 아니다. 손님과 식당에 갔는데, 호텔에 술을 놓고 왔다고 한다. 그것을 가지러 가는 길이었다. 워낙 괄괄한 분이라서, 바람같이 갔다올 수 밖에 없었다. 

골프장에서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본인 스태프가 카트로 먼저 가버린 적도 있다. 골프장은 망망대해다. 백미터 달리기 속도로 호텔 로비까지 왔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심장이 벌렁거린다.  

이런 이야기를 여행사 선배님들과 나누었다. 옛 일을 추억하며, 나는 유쾌했다. 그분들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아직도 우리는 그렇게 산다며 씁쓸해하셨다. 게다가 여행업이 불황이라 많이 어렵다고 한다. 우연히 내가 잠깐 근무한 여행사 이야기를 들었다. 직원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업무에 적응을 하지 못해서, 쫓겨난 회사다.

아는 사람을 통해서 회사에 들어가면, 쉽지가 않다. 업무를 탁월하게 해내야하며, 그러지 못할 경우 지인과도 끝이다. 그 분과는 회사 나오면서 연락이 끊겼다. 아니, 끊었다. 당분간은 보고 싶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소식을 물었는데, 작년 여름 성수기때 부도 내고 잠적했다는 이야기다. 처음 놀랬지만,  생각해 보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능력에 비해서 항상 일을 많이 벌리는 스타일이었다. 사실 부도 이전에 부도를 준비한 것이나 다름없다.

오늘 하루를 보자. 나는 어떤 사람인가? 사람은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내가 잘 된다면, 항상 될 만한 인물이었을 것이고, 그렇지 않는다면, 평상시에도 싹수가 있었을 것이다.

오늘 하루, 오후 3시가 다 되어서 일어났다. 물론 아침 7시에 잠들었기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어제는 손님이 좀 있었기에 늦게 귀가했다. 밥먹고 아이와 잠깐 놀았다. 그리고, 다시 가게로 왔다. 가게에서 변함없이 장사를 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다. 

변화하는 목적은 특별해지기 위함이 아닌가? 하루에 특별함이 없는데, 어떻게 특별한 삶이 되겠는가? 바쁘다는 것은 핑계가 될 수 없다.  시간은 예외없이 그 책임을 묻는다. 답답하고, 뾰족한 방법 없는 날들이다.

손님이 없으면, 그것만큼 답답한 것도 없다. 지나가는 사람 끌고 올 수도 없고, 딴 집에 있는 손님 우리집으로 데려올 수도 없다. 무엇인가 해야하지 않는가 스스로 다그치면서도, 텅빈 매장을 멍하니 볼 수 밖에 없다. 사실 뾰족한 방법이 없기에 돈 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닐까? 구체적이고, 확실한 방법이 있으면 쉽다. 누군들 그 방법을 하지 않겠는가?

나는 그 답답함 속에서 방법을 찾고자 애쓴다. 삶은 몸부림이다. 그 결과는 그럴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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