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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일 03시 42분 등록
타이거우즈가 황무지에 떨어졌다. 그의 명예와 재산이 모두 없어졌다고 가정해본다. 그에게 골프채 하나만 주면, 다시 재기할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마이클 조던에게 농구공을 준다면 다시 일어날 것이다. 빌게이츠에게 컴퓨터를 준다면 역시 새로운 운영체제를 만들 것이다. 그들에게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언제나 혼자 일어설 수 있는 그 힘.

그 힘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가지고 싶다. 아니, 가져야 한다.

사업을 시작할 때, 손님에 대한 부담이 컸다.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는 계속해왔지만, 음식 단가가 틀리면 손님이 자리에 머무는 시간도 틀리고, 손님이 음식점에서 기대하는 바도 다르다. 알바로 일할 때와 사장으로 일할 때 역시, 마음가짐이 다르다. 당연히 손님의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이 곤두 선다. 

가게가 오픈해서 맛과 시스템이 자리를 잡을려면 최소 3개월이다. 이 3개월 동안은 주인도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고, 직원들도 우왕좌왕이다. 

음식사업 경험이 있어도, 동네와 업종에 따라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어설픔을 이용해서, 컴플레인을 거는 손님도 있다. 밥에서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였는데, 사실 날수도 있고, 안날수도 있는 정도였다. 장사하다 보면, 이런 경우가 많다. 일행중 한 사람이 음식에서 냄새가 난다고 하면, 잘 먹고 있던 사람마저 입맛이 떨어진다. 이런 컴플레인은 가게 분위기와 직원들의 숙련 정도, 주인의 태도에 따라서 나올 수도 있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주인의 능숙하게 대처하면, 손님은 안심하고 먹지만, 버벅거리면 집요하게 추긍한다. 

손님이 좀 예민한 것같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예민한 손님의 경우'라고 얼버무렸지만, 자기한테 하는 말로 받아들였나 보다. 이 손님은 예민하다는 말에 컴플렉스가 있는지, 쏘아붙였다. 내 생전 사람에게 그렇게 쏘아붙여 보기는 처음이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고, 뒷골목으로 가서 주저앉았다. 다음날 구청 위생과에서 나와서, 가게를 보고 갔다. 그정도 일에 민원까지 넣을 필요가 있을까? 구청 직원도 자기들은 신고가 들어오면 일단 나올 수 밖에 없고, 장사하다 보면 여러 손님들이 있을 수 있다며 나를 위로해주고 돌아갔다.

지금도 그 손님을 만나면, 받고 싶지 않다. 이런 경우가 생긴다면 적절하게 대응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손님의 컴플레인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기준은 터무니 없는 컴플레인을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음식이 서빙되어 왔을 때, 손님은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는 지 주인은 느낀다. 주인은 음식에 대한 손님들의 평에 노심초사한다. 열이면 열, 모두 맛있게 드시기를 바란다. 9명이 맛있게 먹어도 1명이 맛없어한다면 기분이 좋지 않다.

행여나 젓가락 몇번 대보기만하고,음식을 대부분 남기고 간다면, 그것만큼 속상한 일이 없다. 주인의 그런 마음을 아는 지 단지 배불러서 남길 뿐이라고 말하는 손님도 있다. 이와는 정반대로 대놓고 맛없다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디까지 손님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흘려버려야 하는가? 이 또한 이손님 저 손님 접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고객의 이야기는 무조건 경청하라는 말은 비현실적이다. 곧이 곧대로 다 듣다간, 우울증에 탈진해 버릴 것이다.

손님은 유아다. 표현과 겉모습만 세련되었지, 보살펴야 하고, 한시도 눈을 떼서는 안된다.유아는 돌보기가 힘들지만, 사랑스럽다. 돌본다는 행위는 사랑과 관련있다. 사랑해서, 돌보기도 하지만, 돌보다보니 사랑이 생기기도 한다. 이제 이곳 장사에 적응이 되었는 지, 손님들이 반갑다. 아니꼬운 일은 이제 없다. 유아에게 아니꼬운 감정을 느낄 수는 없다.

장사를 통해서 나는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손님을 위해 정성을 다하자. 정성을 다하는 만큼 손님에 대한 사랑도 깊어진다. 1만 시간을 쌓아야 할 내 실력은 손님에 대한 감각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낚시하다가 방귀를 뀐 일화가 있다. 다들 아무 소리 안하는데, 한 수행원이 '각하 시원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적어도 이것은 아부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 밖으로 표현되었을 뿐이다. 

감각은 방법이 없다. 많이 접하고, 많이 부딪힐 수록 노련해진다. 손님을 대하면 대할수록 나는 노련해진다.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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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9.02.01 08:04:02 *.220.176.189
마치 업을 통해서 도를 닦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저의 고객(내부고객,외부고객)에게 불만을 표현하는 것 조차 쉽지는 않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갑니다.

장모님이 늘 기도하시는 소망처럼

나의 생에 그리고 딸아이가 살아가는 동안 정말 "특이한" 사람들을 덜 만나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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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9.02.02 11:13:23 *.94.31.27
맑은 님의 글을 읽다보면
생활이 '도' 라는 말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 평상심이 도라는 말의 구체적인 실예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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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9.02.03 00:27:22 *.129.207.121
자신에게 맞는 길을 가는 것 보다는, 어떤 길을 가든 자기 답게 만드는 것이 '도'가 아닐까요?

'도'라고 하니까, '도'를 아십니까? 분들이 생각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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