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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 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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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3일 04시 26분 등록
운동을 안한지 1개월이 넘었다. 몸의 선들이 예전처럼 퍼져버렸다. 배는 다시 나왔고, 다리는 짧아보인다. 아저씨 몸매다.  삶은 관리가 없으면, 그 순간부터 몰락한다. 실시간 모니터링만 있을 뿐, 선순환의 시스템이란 없다. 다시말하면, 관리할 수 있을 만큼만 내 능력이다. 매일 관리할 수 없다면, 새로운 일은 시도하지 않는 편이 낫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을 포기해야 한다. 모두 다 취할 수는 없다.

자영업자자 수가, 8년만에 600만 밑으로 떨어졌다. 경기한파의 첫직격탄을 맞는 곳은 자영업이다. 분식집, 고기집, 빵집, 목욕탕은 경제활동의 최전선에 있다. 그렇다고, 예비 자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부가세와 소득세에 카드수수료와 임대료, 대출이자등. 버는돈 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다. 신용사회라지만, 원래 경제활동은 이렇게 얄궂은 것일까? 야금야금 떼어가면, 남는 것이 없다. 경영을 하면서 먹고 사는 정도이지, 여분의 돈이 있을리 만무하다. 이들에게 어떤 경영 시뮬레이션이 있겠는가? 손님 끊기면, 문 닫을 수 밖에 없다.

메스컴에서는 연신 성장율 운운한다. 하반기에 상승기세라고 하더니,  점점 시기는 늦추어지고, 왔다갔다한다. 이런 이야기에 계속 노출되면, 감각이 무디어진다. 상황에 휘둘리는 것도 지치고나면, 삶을 관조하는 태도로  바라본다. 지난날을 반성하고, 다시 앞날을 생각한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 앞으로 어떤 삶이 되었으면 좋겠는가? 

내 삶에 모자른 것이 있었는데, 정성과 겸손이다. 이 둘은 같은 말이다. 겸손하면, 정성을 다하고, 정성을 다 한다는 것은 경솔하지 않다는 말과 같다. 더불어 감사함도 모잘랐다. 내게 주어진 기회를 당연하게 여기면, 기회운이 다한다.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는 것이다. 운이라고 할 것도 없이, 물리적인 현상처럼 정확하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누가 기회를 주겠는가?

동물이든, 사람이든, 힘들고 어려울 때 자기안으로 들어간다. 나에게 있었던 일을 돌아보며,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일이다. 

나를 불러주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갈 곳도 없었다. 겸손하지 않으면서도 , 실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다. 내 생각보다, 난 많이 모자르다. 이 사실을 모르기에 오만하다.

저번달에 미국 허드슨강에 기적이 일어났다. 이륙하자마자 새떼와 부딪혀 동력이 멈춘 비행기가 강에 불시착하는 사고였다. 기장은 1만9천 시간 운항 경력이 있는 베테랑이었다. 대형참사가 될 수도 있었지만, 모두 무사했다.
극도로 불안한 상황인데도 그는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만인을 구해냈다. 어떻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어떤 일이든 1만 시간을 넘으면, 신기神技가 된다.

겸손하게 나를 훈련시키자. 불황속에서 그나마 확실한 것은 실력이다.

새로움과 기발함을 위해 분주하지 말자. 악惡은 바쁘다. 일과 일의 경계가 애매모호하다. 결국 아무것도 아닌 인생이 된다. 
IP *.128.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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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3 07:50:48 *.38.42.99
어젯밤 동생에게 충격적인 소리를 듣고 밤잠을 못 이루다가, 쾡한 눈으로 새벽을 맞았습니다.
'제대로 하는 것도 없으면서......'
맞습니다. 제대로 하는 것도 없으면서 벌써 삼십년 가까이 살아 버렸습니다.
착잡하고 횡한 마음을 어쩌지 못해 식구들이 잠을 깨기 전 도망치듯 후다닥 집을 나섰습니다.
어스름이 짙은 새벽, 버스를 기다리며 눈물을 꿀꺽 삼켰습니다.
본래 허튼 소리를 잘 하지 않는 동생입니다.
어지간히 제가 제대로 한 것이 없었나 봅니다.

맑은 님의 글을 읽으며 잠시 마음을 가다듬어 봅니다.
이 아침, 산란하고 정돈되지 않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깊은 숨을 들이마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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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9.02.04 00:22:22 *.32.37.3
나이 30이면, 계란판 하나로써 많다고 생각할수도 있지요. 허나 사회적으로 보면 유아기입니다. 물론 20대 임원, 32세 은행지점장들도 있지만, 그런분들은 특출난 경우입니다. 대부분 30세는 제대로 하는 것이 없습니다.

30세와 35세는 천지차이입니다. 35세부터는 귀엽게 봐주지 않습니다. 사람의 인생이 이 5년에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본이 없어도 기회가 가장 많이 주어지는 나이이지요. 5년이라면, 어떤 일이든 1만 시간을 채울 수 있습니다.

님은 매우 중요한 시기에 계시네요. 게다가 다행인 것은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님이라면, 5년 동안 한 곳에서 한가지 일만 할 겁니다. 어떤 일이든 나답게 만들겁니다. 그 깊이와 철학을 자본으로 다른 일에 도전할 겁니다.

전 그 시기에 이리저리 많이 옮겨다녔습니다.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제 가게에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좋건 싫건, 제 평생업은 장사입니다.

또 나리님의 글을 보면, 감성적일 것 같습니다. 동생의 아쉬운 말한마디에 심하게 흔들리시네요. 저도 그렇습니다. 이것은 개인에게 약점일수도 있습니다. 훈련해야 할 부분이고, 저 같은 경우는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경험할려고 합니다.

그래서 전 음식장사가 좋습니다.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지요. 사람과의 관계가 훈련입니다.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비슷한 상처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세상살이에 상처가 당연하다라고 깨닫는 순간부터 상처 받지 않습니다. 그것을 알기까지는 아프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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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우단비
2009.02.03 12:34:19 *.83.208.247
마음에 와닿네요 어쩌면 내얘기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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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녘
2009.02.03 22:57:32 *.217.162.241
'동물이든 사람이든 힘들고 어려울때 자기안으로 들어간다'는 글귀에 많이 공감합니다
내 안으로 들어가보려 하지만 항상 겉돌다 나오게 되네요
작은일에 너무 힘겨워 하나 봅니다
강한척하지만 나약하기 그지 없습니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력이 강한 나로 다시 태어나고픈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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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2009.02.04 02:25:29 *.142.180.35
님이 올려 주신 글을 쭉 읽고 그냥 느낀 점 하나 올려 봅니다.
어디까지니 개인적인 생각이니 받으들이셔도 좋고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경험도 적지 않으시고 또 열심히 현재를 사시며 나름 일리 있는 말씀을 하고 계신 것은 부인할 수 없는데 조금 뭐랄까 너무 여백이 없어 보이고 빡빡하다고나 할까요.
특히 위에 나리님 글에 대한 답글에서 그런 기운이 강하게 보입니다.

한번도 뵌적 없고 글동냥만 하던 객이 실례를 하는 것 같습니다만..
이번엔 실례를 무릅쓰고 제 얘기를 좀 하고 싶어졌습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만 님을 비난하려 하는 것은 아니고 그럴 이유도 전혀 없습니다.
다만 열린 공간에 올라온 글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받아 들여 주셨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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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9.02.04 02:56:05 *.32.37.3
좀 제 성격이 그렇습니다. 강박적인 면이 많지요. 주위 사람들도 저 때문에 피곤해하고.

예의 있게 지적해주셔서, 오히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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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9.02.04 06:05:18 *.220.176.245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다양할 수 있겠지요.

자신은 바담풍하면서 제자들에게 바람풍하라고 하는 서당 훈장들 보다는 좋아 보입니다.

아마도 부모님과의 관계 그리고 님이 살아오신 길들이 님 스스로를 단련시키려고 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님의 성격이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님이 살아온 환경이 님을 그런 쪽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저는 알지 못합니다.

지금 그대로의 모습도 참 좋아 보입니다만 흠님의 말씀처럼 자신에게 조금은 여유를 주심도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무리하게 노력하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세월이 님에게 여유를 주실 것이라고 저는 믿기 때문이죠. 스스로의 단점을 매일 매일 살피고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님의 모습이 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을 사랑을 하다가 보면 합리화가 아니라 스스로의 못난점 또한 받아들이게 되는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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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4 08:55:52 *.38.42.99
아아~~~맑은 님의 덧글을 보며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었습니다. 헤헤......
좋은 말씀이시구요, 다른 분들께서 함께 나누어 주신 마음도 감사하게 받아들입니다.
맑은 님의 말씀이, 잘못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아직 어리숙하고 미숙한 저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 동생이 저에게 모르는 척 먼저 인사를 하더군요^^;;
가족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두루뭉실, 부대끼고 부딪히며, 다시 까르르 웃어 넘기며.
안개가 많이 낀 오늘이지만 괜스레 마음만은 "맑음"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오늘이 봄이 오는 길목, 입춘이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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