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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2일 00시 36분 등록

공병호 신간, '사장학'을 읽다.

그의 책은 한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한, 여러버전이다. 새로운 내용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편집이 더 어울린다. '했던 말 또 하네'라고 느끼면서도, 출간되면 대부분 구입을 했다. 아마도, 그가 일관있게 말하는 화두와 내 스스로 충전시키고자 하는 것이 일치하기 때문이리라.

일년에 4~5권의 책을 출간하는 그의 주된 테마는 '생존'이다. 더불어 시장, 냉엄, 상품, 긴박함....은 그가 주로 쓰는 단어다. 어쩌면 그의 책은 열심히 책쓰고, 강연하는 그 자신을 위한 채찍일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언제 시간이 나서, 300회 강연 틈틈히 책을 써내는 것일까? 숨돌릴 틈도 없이,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그의 태도와 이야기에 암암리에 동의하기에 그의 책을 사는지도 모르겠다. 몇년 전부터 읽어왔지만, 이번 사장학에서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나도 머리가 컸는 지, 무작정 주입하는 책읽기가 잘 안된다. '이게 정말 그런가'라고 자문할 때가 많아졌다.

독특한 상품, only one, 그 누구도 따라하지 못하는 그 무엇.

수요가 많은 상품을 나 혼자만 생산할 수 있다면, 돈걱정할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게 존재할까? 카피의 왕국 중국은 유인우주선 '선저우'를 만들어냈다. 만리장성에 가면, 화장실이 있다. 돈주고 가라고 해도 꺼려지는 화장실을 돈 받고 운영하고 있다. 또 중국남자들은 머리를 잘 안감는다. 구질구질하고, 못 먹은 것 같다. 엉뚱하게 갖다 붙이는 것일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런 중국이 미국이나, 소련이 해낸 일을 똑같이 해냈다는 사실이 당황스럽다. '개나 소나 다 만드네'라고 넘겨버릴 수없다. 인공위성도 아니고, 우주선이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세계 1위지만,  대만과 일본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시간 문제이지, 못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예로, 20년 경력의 주방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일자리가 다급해 보였지만, 거만하기도 했다. 주방은 음식업의 핵심이다. 다른 준비가 안되어있어도, 음식은 나와야 영업을 할 수 있다. 사장이 주방일을 모르면, 주방장이 사장을 가지고 논다. 혼자 해도 될 일을, 둘은 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식재료에서 장난을 칠수도 있다.  음식점 사장으로서 남자 주방장은 다루기가 힘들다. 사장이 사업 경험이 없다면, 주방장 밥이다.

사실 요즘 외식업은 주방장이 필요없다. 라면만 끓일줄 알면, 누구나 조리가 가능하다. 물 붓고, 이미 다듬어진 재료를 넣기만 하면 된다. 칼질을 할 필요도 없이, 1인분에 필요한 야채가 진공 포장되어서 배달되어 온다.

일본은 독일과 더불어 카메라 렌즈 강국이다. 독일이 100% 정통 렌즈를 만들어서 비싸게 판다면, 일본은 1%를 포기하는 대신, 99%의 대중적인 렌즈를 만들어냈다. 

주방 경력 20년이 끓인 라면과 내가 끓인 라면은 다르다. 그 손끝의 내공을 내가 어떻게 따라갈 수 있겠는가? 하지만, 손님은 그 미세한 맛을 포기하더라도 싸고 다양한 맛을 즐기고 싶어한다. 솔직히 외식업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음식에는 주방장의 혼이 깃들어야 하지 않는가?' 그러던 어느날 맥도널드에서 고딩 알바들이 햄버거를 조리라기 보다, 조립하는 모습을 보고 내 사업에 우울한 감정은 사라졌다. 

'무엇이 원천소스인가? 무엇이 나만 할 수 있는 것일까?'

오늘도 변함없이 손님이 먹다 남은 닭뼈다귀를 치우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여행사에 있을 때, CS라고 하는 서비스 교육 많이 받았다. 인사와 미소, 말투와 같은 기술적인 면을 교육 받는다. 손님에 대한 마인드가 없는데, 이런 기술이 필요할까? 나도 껍떼기뿐인 인사와 미소에 오히려 기분 나빠한 적 많지 않은가?

'친절한 마음을 가져라, 손님에게 정성을 다해라'는 쉽게 남발할 말이 아니다. 이런 마인드를 갖는다는 것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손님을 증오한 경험이 없다면, 손님을 깊이 사랑할 수 없다. 까다로운 손님일수록, 마음이 여리다는 사실은 당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손님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정성', '내 사업에 대한 열정'. 이 두가지 마인드는, 나만이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일을 지금 하기에 행복하다. 그렇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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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9.02.12 09:39:16 *.29.226.158
제목만을 읽고도 가슴이 덜커덩했습니다^^ '나 만 할 수 있는 일' - 저처럼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더 중요한 화두가 아닌가 합니다. 회사에서 초청강사로 온 공병호씨 강연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저도 그 이후로 그 분 책이나 관련 칼럼들을 계속 읽어었는데요, 사실 이해 안되는 부분도 있고 너무 '덜' 인간적인 것 같아(반대로 구본형선생님은 너무 인간적이신^^) 좀 그렇지만, 그래도 도움되는 말씀도 많아서 제 나름대로 골라서 읽고 저한테 도움된는 것들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맑은님 글에서도 항상 배우고 있습니다.
참, 저희동네 뚜레쥬르 주인아저씨 무지 친절하신데, 그 때문에 옆이 파리바게트는 안가게 되더라구요. 빵맛도 빵맛이지만서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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