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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4일 05시 08분 등록

소설가 지망생이 100명 있다고 하자.

3개월도 안되어서 반이 떨어져 나간다.
반년이 지나면, 다시 그 반이 나간다.
1년이 지나면, 그 반에 반이 나간다.
2년이 지나면 몇명 남지 않는다.

열심히 길을 가다가 주위를 둘러보면, 함께 출발했던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재능과 소질은 필요없다.
오래 버티는 것이 재능이라면 재능이다.

-일본 어느 작가의 글, 생각나는 대로 써보았음


'몰입'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것도, 이때 쯤이었다. 신문 서평으로 미하이 칙센 미하이의 '몰입의 즐거움'을 보았다. 바이올린 연주자가 무아지경에 빠져있는 사진이 서평기사와 함께 있었다. 지금은 없어진, 종로서적에서 책을 구입했다. 두루뭉실하게 구했던 것을 이 책에서 명료하게 찾았다.  

몰입은 매력적이지만, 일상에 적용하기는 쉽지않다. 특히 조직생활에서는 그렇다. 조직에서는 눈치를 보아야 한다. 몸이 달았다고, 나만 열심히 할 수 없고, 보조를 맞추어가면서, 적당히 해야한다. 피터드러커는 조직원의 수가 적을수록 완벽한 조직이라고 했다. 조직원이 많을수록, 성과를 내기 위한 에너지 보다, 조직원 상호간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른 부서와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해당 부서에 평소 기름칠을 해두어야 한다. 이 때문에 한 사람이 조직에 들어가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까지 7년이 걸린다. 나 혼자 잘한다고, 옆에서 서포트해주는 것이 아니다.

'몰입의 즐거움' 뒤로 몇권의 책이 더 나왔고, 나올 때마다 반가운 마음에 구입해 읽었다. 'flow, 몰입의 경영, 창의성의 즐거움, 몰입의 기술  ....등이 있다.

작년, sbs에서 '몰입, 최고의 나를 만나다'라는 다큐를 방영했다. 기대만큼 내용이 충실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몰입에 관련된 사람들을 보여주었다.. 그 프로에서 서울대 황농문 교수를 보았다. 중학생에게 고교 수준의 미적분 문제를 풀게 하는 실험이었다. 보통 수학문제는 기본개념을 학습하고 문제에 접근한다. 일상도 마찬가지다. 어떤 문제와 만났다면, 그 문제에 바로 뛰어들기 보다는 관련 매뉴얼을 보거나, 비슷한 사례를 먼저 찾는다. 이직을 할 때도, 창업을 할 때도, 영어공부를 할 때도, 바로 시작하기 보다는 그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한다. 이것은 도피일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10년 동안 사업준비만 한 사람을 안다. 방법만 찾다가 시간만 보냈다.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시간이 지나자 문제를 풀어낸 학생이 나타났다. 선수학습을 하지 않았음에도 문제를 풀어낸 것이다. 결국 대부분 학생들이 문제를 풀어냈다. 문제해결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사전지식이 아니라, '시간과 집중'이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문제에 관련된 무언가를 찾을 것이 아니라, 문제 자체와 친해지는 것이 방법이다.

반갑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황농문 교수는 '몰입'을 출간했다. 이 책, 북세미나에 참석했다.

'처음에는 지긋지긋했던 문제도, 시간과 정성을 다하자,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고 한 말은  지금 내 삶을 지배한다. 이 말 한마디로 내 직업관을 되돌아보았는데, 반성할 것은 나에게 맞는 일을 찾기만 했지, 재미가 느껴질 만큼 열정을 받친 일이 없다는 사실이다.

난 나에게 맞는 일을 찾기 위해서, 애썼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적성검사도 했고, 역시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커리어 코치에게 상담 받았고, 직업 훈련소에 가서, 버크만 검사와 강점발견등 이름도 생소한 검사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결과는 이미 내가 알고 있던 대로 였고, 나는 그 일을 하고 있었다. 파랑새와 함께 파랑새를 찾으러 다닌 꼴이다.

칙센 미하이 교수의 몰입이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몰입이라면, 황교수는 지속적이고 충만한 몰입이다. 전자는 열정적으로 숲길을 탐험하다 신천지를 발견한다면, 후자는 정적으로 한 곳을 관觀함으로써, 나를 이룬다.

이제 나의 마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귀기울이지 않는다. 내 마음이 하는 이야기는 잘 안들릴뿐더러, 일관적이지도 않다. 한마디로 어린아이 같다. 그대신, 내 마음에게 들려준다. 글쓰기는 그 구체적인 방법이다. 글을 쓰지 않으면, 지금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의미를 찾지 못하고, 나를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그 일은 내게 맞지 않는 일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천직이란 주어지기 보다, 만들어가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을 것이 아니라,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는 방법을 찾는다.

일事은 내 손때가 묻으면, 나 다운 일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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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스
2009.02.14 13:07:01 *.37.24.104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멋진 글입니다.
일본 어느 작가의 글을 인용한 부분에 자꾸만 눈길이 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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