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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6일 04시 59분 등록

와이셔츠가 걸린 옷걸이를 아이가 가져왔다. 와이셔츠가 자기 키보다 길기 때문에, 한 손을 치켜세우고 까치발로 왔다. 기적은 자연스러워서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 사람은 어디서 와서 내 마음을 흔드는가? 거대한 힘이 나를 모니터링한다. 내가 성장함에 따라, 그에 맞는 아이템을 적절하게 주변에 놓아둔다. 내 마음에 드는 것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tv를 보면, 모항공사가 여행광고를 한다. 황금시간대에 자주 노출되는 것을 보면, 이 항공사는 여행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이 분명하다. 광고에서는 꿈과 낭만적인 색으로 여행을 표현했다. 가보고 싶다. 가서, 낯선 사람들과 이질적인 문화를 비비며, 나를 다시 느껴보고 싶다. 정말이지, 여행은 삶의 모든 것이다. 
 
한국에는 여행사가 많다. 왜냐면,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전화기 한대만 있으면 영업이 가능하다. 여행에 대한 전문 지식도 필요없다. 손님을 모객해서, 연결시켜주면 커미션을 받는다. 대부분 영세 여행사는 알음알음으로 손님을 모아서, 큰 여행사(대표적으로 H투어나 M투어)에 넘긴다. 큰 여행사는 작은 여행사에서 모은 손님을 더 모아서, 규모를 키운다. 손님이 많으면, 항공료, 숙박비등 단가는 낮아진다. 이들 큰 여행사의 경쟁력은 바로 모객 규모다.

개인이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행사를 통하는 것이 관례였다. 여행사를 통하면, 더 싼 가격으로 항공권과 호텔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이런 사업구조는 바뀌었다. 개인은 더이상 여행사를 통할 필요가 없다. 인터넷으로 항공사와 호텔과 직접 거래할 수가 있다. 웹상에 가격이 오픈되어 있기 때문에, 손님은 싼 가격을 비교해보고 조건에 맞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한다리 걸치지 않음으로, 커미션도 들지 않고, 더 싸게 여행을 갔다올 수 있다. 여행을 많이 가본 사람은 아예 여행사가 하는 일을 자신이 해버린다. 인터넷 카페에서 모객을 한 뒤, 자신은 공짜로 나간다. 상대적으로 기존 여행사는 할 일이 없어졌다.

항공사가 여행사업을 하는 것은 대놓고 이야기하자면, 여행사 밥그릇을 빼앗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막강한 브랜드 파워가 있다. 때문에 영세 여행사는 가뜩이나 코딱지만한 커미션으로 먹고 살았는데, 이제 더 살기가 막막해졌다. 여행은 낭만적이지만, 여행업은 고달프다.

여행사에 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대학교 때, 배낭여행하고, 워킹홀리데이를 갔다오고....를 운운한다. 막상 입사해서, 첫번째 출장을 갔다오면 100이면 100, 실망한다.  비단 여행업뿐만 아니라, 다른 업도 그렇지 않은가? 겉에서 보는 것만큼 그리 화려하지 않다.  

어쨌든, 대학을 마치면 직장에 들어간다. 자기가 원했던 직장이라 해도, 막상 업무를 시작하면 환멸을 느끼리라.  일이란 그렇다. 드라마에서는 신입사원이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사무실을 수시로 들락날락한다. 현실은 어떤가? 신입사원이라면, 대학원을 나왔건 유학파건, 전화받기나 팩스보내기 부터 시작한다. 할 일이 없어도 자리를 지켜야 하고, 뻘줌한 그 고통을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

견디지 못한 일도 있고, 어떨결에 시간이 지나서 해낸 일도 있다. 돌이켜 보면, 싫은 일이건, 뻘줌한 일이건, 짜증나는 일이건, 희열 가득한 일이건, 무엇이든 간에 그 모든 일이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더 열심히 할껄, 그 사람과 그 상사와 더 잘 해볼껄, 한 번더 물어볼 껄, 조금 더 적극적일껄, 조금 더 버틸껄....이라는 후회가 남는다.

난 무뚝뚝하다. 이런 성격 때문에 조직에 잘 융화되지 못했고, 심지어 쫓겨나기 까지 했다. 어린 시절에는 내 굳은 표정때문에 시비가 붙은 적도 있다. 이런 성격인데, 가게에서는 나보다 나이 어리고, 아니꼽기도 한, 손님에게 웃으면서 아양을 떤다. 돈 벌기 위해서였지만, 어쨌든 덕분에 얼굴과 마음이 밝아졌다.

천직이란, 하늘이 주는 직업이 맞다. 하늘은 내게 '맞는' 직업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게 '필요한' 직업을 준다. 그 의도를 나는 잘 몰랐고, 앞으로도 모를거다. 이젠, 주어진 일에 토를 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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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다
2009.02.18 12:26:04 *.130.66.140
마지막 말이 와 닿네요... 주어진 일에 토를 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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