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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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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6일 03시 44분 등록
강점을 발견하기 위해서,  피터드러커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예상하는 성과를 적어놓고, 10개월 뒤에 꺼내보라고 했다. 아래 글, '바늘로 우물파기'는 18개월 전에 썼다. 충분히 삭혔다. 당시에 생각했던 내용중, 지금 실천하고 있는 것이 내꺼다. 

타치바나 타카시의 '우주로부터의 귀환'은 우주비행사의 우주체험에 관한 책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작가는 자신도 우주체험을 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고 한다. 우주여행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때문에 우주비행사들은 정치와 비지니스, 심지어 여자를 유혹할때도 자신의 이력을 이용한다. 우주여행이라는 희소성을 충분히 활용한다. 

이처럼 남들과 달라야, 기회가 온다. 우리 가게 옆에 고깃집이 생겼다. 우리 매상이 줄었다. 매상을 올리기 위해서는 그들과는 다른 서비스가 필요하다. 우리가게 뿐만 아니라, 산업 일반이 이렇다. 돈이 된다 싶으면, 다른 자본이 속속 끼어든다. 평생 우려먹을 수 있는 나만의 것이란 없다.  

남들과 다르고, 희소성을 높이기 위해 자기개발을 한다. 한국은 자기개발에 광적이다. 관련 서적을 읽고, 강좌에 참여한 후 얻은 결론은, 자기개발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방법을 아는 것'이 자기개발의 전부인냥, 착각했는데 강점은 정보나 방법이 아니라, 훈련의 결과다. 재미있는 훈련이 있을까?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들이 4년동안 즐겁게 훈련했을까?

일은 훈련이며, 그 결과가 재미있지, 과정은 재미없다. 반대로, '일은 놀이'라는 생각을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갖는다면, 좌절할 가능성이 크다.

삶에 있어서, 그 무엇, the one, 거시기, 무기...이런 것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집중적인 노력과 더불어 일관된 시간이 필요하다. 그 양이 1만 시간정도라고 생각한다. 일, 내지는 업무, 지금 다니는 직장을 훈련, 훈련터라고 받아들이면, 지금 일을 강점으로 만드는데, 5년이면 족하다. 적어도 이정도는 해야, 또 다른 기회가 보이리라. 엄밀히 말하면, 내가 변화한다기 보다, 변화가 나를 찾아온다. NHN의 대표이사가 바뀐다. 김상헌씨는 판사로 있다가, 기업체(LG)로 자리를 옮긴 독특한 이력이다. 법조계에서건 기업에서건 각각 잘 했으니까 비전있는 곳으로 또 옮긴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별다른 일이 없는 이상, 어제 했던 일, 오늘도 했고, 내일도 할 것이며 죽을 때까지 할 것이다는 사실이다. 새털같은 시간을 같은 일로 채운다는 사실에 흥분은 되지않지만, 적어도 까마득함에 기운 빠지지는 않는다.  깨알같은 모래를 바늘로 헤집으며, 난 야금야금 깊어질거다.

특히나, 장사는 평생직업이다. 금융위기 직후 급속도로 사회가 술렁인다. 공사의 구조조정과 재계의 임금삭감, 여기저기 칼부림이다. 창업시장에는 5, 60대가 주류였는데, 지금은 3,40대가 비집고 들어왔다. 솔직히 갈 곳 없어서, 장사를 시작했지만, 일찍 시작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1년 정도 글을 꾸준히 써서, 처음 글부터 업데이트 해나간다는 생각에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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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개발, 바늘로 우물파기

'바늘로 우물 파듯이 글을 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터키의 '오르한 파묵'은 말했습니다. '자기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의 말은 단순합니다.

'바늘과 파기'는 방법도 도구도 단순합니다.

자기개발 열풍이 한창입니다. 직장인들은 퇴근하면, 각종 세미나와 강연을 찾기 바쁩니다. 이런 교육은 달콤한 사탕처럼 유혹합니다. 먹기만 하면, 대인관계, 시간관리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인양 꾸밉니다. '하루만에 훌륭한 작가 되기'라는 강좌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강연에 많이 참석했고, 이런 교육을 기획해 보기도 했습니다.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돈주고 듣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럴듯하게 포장해야 합니다. 실제로 기획할 때 예상했던 기대감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왔습니다.

디지털시대에 여러가지 상술과 더불어서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유혹은 '긁어다 붙이거나, 가져다가 조립하면 된다'라는 생각입니다. 빠른 시간에 그럴듯한 무언가를 생산할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해도 학습에 있어서 '스피드와 질은 반비례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바이올린을 연습하는 사람들은 빠르게 연습하지 않습니다. 한 음, 한 음 정확히 집어가며 천천히 훈련을 합니다. 근력운동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근육의 이완때 느껴지는 고통을 날치기 하지 않고, 고스란히 느낍니다. 그 과정은 따분하고 지리멸렬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뇌가 알아듣지 못합니다. 머리가 알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반복이 필요하고, 자연스럽게 체화하기 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리적으로 실력은 신경세포간의 통신속도에 좌우됩니다. 동시다발적으로 통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물론입니다.

나쁜 버릇이 있는데, '짧은 시간에 끝마칠 수 있다'는 오만입니다. 일이건 공부건 관계이건,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이런 생각이 발전하면, 비현실적인 감각을 갖습니다.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높은 목표를 설정합니다. 당연히 실패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립니다. 약간만 어려워도 금방 싫증을 내고, 끝까지 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성과는 없고, 벌려놓은 일은 많기에 복잡합니다.

스토리텔링 형식의 자기개발서, 동영상으로 시간 때우는 세미나와 강연이 판칩니다. Less is more, 지식 사회의 필요악은 오히려 너무 많은 방법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방법만 찾다가 볼장 다 봅니다. 방법을 아는 것은 자기개발이 아닙니다. 진실된 자기개발은 하나도 재미없습니다. 이승엽은 혼이 들어간 연습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성공하기 위한 방법을 버젓이 말했는데, 이승엽같은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재미없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 무엇'을 개발하는 과정은 고독하고 지루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1년 확 지나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없고, 한없이 늘어지는 시간의 길이를 직시하며 1각 1각 오롯이 느낄수 밖에 없습니다. Ctrl+V가 아니라, 바늘로 땅파기입니다. 새로운 바늘을 찾겠다고 투정부리거나 더 잘파지는 땅으로 옮기는 것도 지루함을 면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합니다.

오늘 한 일 내일도 하고, 그 다음날도 하고, 그렇게 10년을 쌓아가는 것이 가장 확실한 자기개발임을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앞으로 70년은 더 살테니까요.

학력위조가 판치는 곳에서도 아랑곳 하지 않고, 우뚝 선 사람들. 장정일이 시간관리 강좌 듣고 저술했을까요? 서태지가 1인기업 강좌 듣고 최고 뮤지션이 됐을까요?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바늘로 우물 판 사람들입니다. 날뛰는 본성이 관찰을 방해합니다.(200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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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9.03.06 22:55:42 *.220.176.102
맑은님의 말씀에 많이 공감을 합니다.

바늘로 우물을 파는 일이나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는일이나 비슷한 이야기겠지요.

맑은님의 글에 자극을 받아서 나도 새로운 걸음을 시작해 볼까 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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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9.03.07 05:10:08 *.128.114.11
햇빛처럼님도 좋은 주말 보내세요.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도움이 되며, 선물이 되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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