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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13일 04시 27분 등록
3층 호프집 사장은 걱정이 많다. 설마 문 열어 놓았는데, 손님이 없을까 싶었는데, 예상보다 적다. 피크 시간에는 손님이 많지만, 테이블이 일곱개라 꽉 차도 고민이다. 술집은 회전율이 높지 않다. 만석이라면, 손님이 대기하고 있을리 만무하다. 장사 시간은 짧고, 일곱 테이블이 차면,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다. 계산해 보니까, 수지가 안맞는다. 개업한지 1개월 되었다. 

직장을 그만두기 전에는 '이동할 자리를 알아보고 나가라'고 이야기한다. 창업을 하기위해서도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회사에서는 준비없이 나왔다. 갈 곳 없으니까, 놀 수 밖에 없었고, 그 기간은 그대로 공백기간이 되었다. '공부를 했다.' '학원을 다녔다'라고 둘러댈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내 입장에서만 그럴듯한 핑계다. 인사 담당자는 그런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이런 쓰린 경험때문에, 그 다음에는 알아보고 나왔다. 퇴사후 몇일 텀을 두고, 입사하기로 했다. 막상 입사해서 일을 해보니, 또 이건 아니다. 겉에서 보는 것과 실제로 일해보는 것은 다르다.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속속 나온다. 연봉은 액면가에 만족했는데, 출퇴근시간, 점심값, 야근...오히려 손해다. 피부로 와닿으면 추상적인 것들이 구체적으로 느껴진다. 불합리하고, 내가 바보같다. 더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얼른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시 이런 경험때문에, 그 다음에는 해당 회사의 직원을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 당신네 회사 갈려고 하는데, 비전이 있느냐? 근무여건은 어떠냐? 당신은 지금 만족하느냐?라고 물어보았다. 다짜고짜 찾아가서 질문을 퍼부은 나도 웃기지만, 묻는다고 대답해 주는 사람도 범상치 않았다. 아무튼 이렇게 까지 하고 들어가도,  실제로 일해보고 견디지 못했기에 다시 나왔다.

자기 사업하는 사람은 더 치밀하지 않을까? 호프집 사장이라고,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았을까? 막상 뚜껑 열면 상상치도 않았던 문제가 나온다. 손님은 저녁 부터 시작해서 돌고 돌다가, 입가심하고자 호프집 온다. 안주는 주문하지 않고, 술만 먹는다.게다가 술이 떡이 되었기에 오바이트도 하고, 기물을 파손시킬 수도 있다. 여기까지는 좋다. 이렇게 하고서도 수지가 맞지 않다면, 일할 맛이 똑. 떨어진다. 

상권을 알기 위해서는 해당 상권에서 1년 정도 일을 해보아야 한다. 실례로 대학로의 경우, 농심가 먹자골목은 사람이 엄청 많다. 얼핏보면, 근방에 있는 식당은 연일 대박행진이라고 추측할 수도 있다. 실상은 이곳은 약속장소일 뿐이다. 이곳에서 만나서, 건너편 마로니에공원 가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신다. 사람이 많아도 내용 없는 셈이다. 이 상권에서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이 상황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같은 영업장에서도 종업원과 사장의 입장이 다르다. 같은 것을 보아도 다르게 본다. 해당 업종에 경험이 없는 사람은 치밀하게 준비할 수 없다. 무엇을 알아야 준비할 것 아닌가? 기술과 노하우는 차후의 문제다. 그렇다면, 이직이나 전직, 창업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큰 회사에서 중역으로 대접 받던 사람이 퇴직해서 음식점을 창업했다. 자식뻘 되는 사람에게 고개 숙있을 수 있을까? 이런 마인드는 마음 먹는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것인데, 쉽게 간과한다. 마인드 때문에 그만두는 것인데, 그 마인드를 전혀 준비하지 않는다. 그저 '하면되지'라고 가볍게 생각할 뿐이다.

마인드는 쌓여간다는 개념이 옳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치밀어오르기도 하고, 그런 내 마음 내가 다독이고, 삭히고, 익혀서 형성된 마인드다. 보람과 좌절이 교차하고, 희열과 쓰라림을 맛보아야 한다. 일과 동고동락해야 마인드가 생긴다.  기술은 단시간에 따라할 수 있다. 기술은 눈에 보이기에 대단해 보인다. 또는 별 거 아닐 수도 있다. 요즘 요리를 하면서 나도 놀란다. 그림을 그릴 때도 놀랐다. 댄스를 할 때도 그랬다. 모두 나에게 소질이 있어보였다. 기술은 어느정도 따라하면, 누구나 그 정도가 나온다.

마인드는 쉽게 따라할 수 없다. 마인드가 생기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마인드가 있어야 예상치 못했던 문제에 대처하고, 좌절해도 일어날 수 있다.

전직이나 이직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해당 회사나, 업종에서 실제로 일해 보는 것이다.  일을 해서, 어느정도 마인드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여기 까지가 준비다. 명함만 바꾸면 변화인가? 변화란 자연스럽지 않다. 힘들다. 2배로 더 살아보고자 애쓴다면 변화한다. 이 정도 준비가 없다면, 한눈 팔지 않고 하던 일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는 의사였다가, 프로그래머로, 다시 경영자에서 지금은 교수가 되었다. 변화무쌍하게 변화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는가? 잠 줄이고, 남들 놀 때,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이다.

우주선 비행사들이 달에 가서 전혀 실수하지 않는 이유가, 지구에서 시뮬레이션을 수백번해보았기 때문이다. 우주에서는 한치의 오차가 생겨도, 치명적이다. 이직, 전직도 마찬가지 아닌가? 새롭게 진출한 사람은 우주에 혼자 있는 것과 같다. 우주복(경력)도 흠이 없어야 하고, 능수능란하게 해야할 일을 알아야 한다. 예상되는 문제에도 경력자 답게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다. 버벅거리면, 실패다.

상사와의 불화등, 홧김에 회사를 나온 사람들이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이유는, 이 준비가 없기 때문이다.

우주로부터의 귀환
카테고리 과학
지은이 다치바나 다카시 (청어람미디어,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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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 벤처기업인
출생 1962년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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