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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21일 03시 53분 등록
요리를 한다고 하니까, 아내가 앞치마와 계량컵, 스푼을 챙겨주었다.

음식점을 운영할려면 주방과 재고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주방 이모들이 퇴근하고 나면, 내가 주방에 가서 조리를 한다. 간단한 것은 할 수 있지만, 식재료 원가 산출이나 신메뉴 개발은 못한다. 주방을 휘어잡지 못하니까, 운영을 하면서도 어딘가 나사가 풀린 것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게다가 주방의 부주위로 손님이 컴플레인 하면 화가 난다.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라는 마음이 굴뚝같다.  

첫날, 영양돌솥밥과 버섯매운탕을 배웠다. 선생님이 시범을 보이고, 실습하는 방식이었다. 이번에도 남자는 나밖에 없다. 선생님 설명이 재미있어서,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싶었다. 시범을 보이면서, 중간 중간 인사동과 낙원상가 일대 맛집을 소개해주셨다. 음식 만드는 것을 보면서, 음식 이야기를 들으니까, 금새 시간이 흘렀다. 이런식으로 요리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홍보하는 방법도 괜찮을것 같다.   

칼질이 서툴러서 걱정했는데,  재료들이 손질된 상태였기 때문에 신경쓸 필요없었다. 개인적으로 음식은 빨리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에게 음식은 맛도 있어야 겠지만, 그 보다 빨리 나와야 한다. 빨리 나오면, 다소 맛 없어도 봐준다. 그 반대라면, 맛 있어도 짜증난다.  이런 습성이 몸에 배어서일까? 어설퍼도 제일 먼저 시작하고, 제일 먼저 끝냈다.

돌솥밥은 중간중간 찹쌀이 타지않도록 물을 넣어주면서 끓인다. 물 양조절에 실패하면, 밥이 아니라 죽이 된다. 이것은 어려웠다. 은행과 밤, 대추를 넣으니까 구색은 갖추어졌지만, 손님에게 내놓아서는 안된다. 반면, 버섯매운탕은 놀랍게도 먹을만 했다. 무엇보다도 다데기를 내 손으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자신감이 붙었다.  

음식을 많이 보았기 때문인지, 맛을 보지 않아도 얼추 눈짐작으로 간을 볼 수 있다. 우리집 찜닭도 주방이모의 컨디션에 따라 어떤 날은 짤때가 있다. 찜닭을 매일 보면, 소스의 미묘한 색깔만으로도 그 컨디션을 알 수 있다. 짜다. 달 것 같다등.....눈으로 보면 감이 오는데, 정작 혀로는 간을 모르겠다. 그 맛이 그 맛이다.

수업이 끝나고, 식기 정리를 한다. 돌솥밥은 냄비를 많이 태워서, 철수세미로 힘들게 닦아냈다. 박박 닦으면서, 요리는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의 성패는 그 원재료, 소스에 달렸다. 원재료의 속성을 조화롭게 살리는 것이 디자이너, 요리사가 하는 일이다. 때문에 원소스가 부실하다면, 그 결과물이 제대로 나올리 만무하다.

요리는 조리를 하는 과정이 아니라, 얼마나 양질의 재료를 준비하느냐가 관건임을 깨달았다.

올해는 두 달 정도 기초를 학습한뒤, 한식 조리사에 도전하고 싶다.

DSC09087.JPG

IP *.201.20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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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1 04:46:28 *.212.21.111
요리는 조리를 하는 과정이 아니라, 얼마나 양질의 재료를 준비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말을 통해

마치 세상의 어떤일을 하던지 그 자격증 취득이 중요하지만 실질적 그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것을 제대로 배우는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느껴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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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9.02.24 02:19:37 *.37.24.104
갑자기 '장금이'가 생각나네요.
버섯매운탕이 맛있어 보여요. 왼쪽 밥은 좀 질것 같네요.^^ 전 진밥 보다는 꼬돌꼬돌한 밥을 좋아해요.ㅎㅎ 진밥은 국물에 말아먹기 어렵죠. 밥알사이의 공간이 없어 국물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나봐요.

지난 주말 설악을 다녀오면서 점봉산 필레약수터 근처 식당에서 송어매운탕을 먹었는데 국물맛이 작살이더라구요. 맛난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업된 기분에 그집에서 파는 겨우살이도 한보따리 사왔죠.
역시 매운탕은 시원하고 얼큰한 맛의 조화가 관건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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