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산업사회가 아니라 지식정보사회에 살고 있다. 소규모 기업, 독립된 개인들이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사회다. 내가 벼룩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들 중 다수는 포트폴리오 노동자다-을 모두 합치면 등록된 영국 노동인구의 절반을 넘는다. 요즘 직업의 세계는 공식통계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세분화되어 있다. 우리는 이제 세상으로 나가는 젊은이들에게 세상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려주어야 한다. 그들이 준비해왔고 부모 세대가 이미 경험한 세상은 앞으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며, 만약 존재한다 해도 그들의 노년기까지 지속되지는 않으리란 사실을. _포트폴리오 인생171_찰스핸디.

'고용없는 성장 시대'에는 회사 안에 있건, 밖에 있건 모두 자영업자다. 1인 기업이다. 1인기업이 해야할 일은 자신의 전문성 개발과 홍보이겠지만, 더 시급한 것이 수익원 다각화이다.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1인 기업가를 보아도  그들의 수익원은 적어도 1개 이상이다. 월급에만 의존하는 회사원과는 다르다. 회사원은 시간당 수당을 받지만, 1인기업가는 결과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 노동자의 임금이 '급여에서 수수료'로 변해가는 사실은 이 시대, 가장 큰 변화다.
전주의 이종용씨는 하루 5, 6개의 아르바이틀 소화하며 산다. 작업과 작업간을 물 흐릇듯이 이동하며, 그 정점만을 해치우는 모습은 예술이다. 물론 따라하기 힘든 노동 강도지만, 그가 일하는 형태는 찰스핸디가 말하는 포트폴리오 삶과 닮았다. (관련 자료 링크)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스타, 빅뱅, 소녀시대는 그룹활동도 하지만 솔로앨범도 발표한다. 솔로활동이 더 잘되면, 아예 그쪽으로 나간다. 가수가 연기도 하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한창 주가가 올라 있을 때, 최대한 벌자는 전략이다. '건초는 햇볓이 들때 말리라'고, 전성기는 짧고, 노후는 길다. 하물며 연예인 인기 수명은 얼마나 되겠는가? 양현석, 이수만, 박진영같은 엔터테인트먼트社 사장은 누구보다 이 생리를 잘 아는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조급하다.  판을 벌릴 수 있는 곳이라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어디든지 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무리해서 결과물을 많이 만들어 놓을수록 존재 기반은 단단해진다.

IMF직후부터 직장인의 삶이란, 연예인이나 유명 스포츠맨의 처우와 닮아왔다. '몸값'이라는 말은 이제는 익숙하지만, 사람 몸에 값을 매긴다는 사실에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으리라. 지식의 수명과 직업의 수명은 비례한다. 정규직이 문제가 아니라,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면 퇴출이다.

회사와 함께 흥망성쇠를 하겠다고 생각하는 직장인은 이제 없다. 10년안에 승부를 보아서, 은퇴해야한다.는 생각이 주류를 이룬다.  물론 회사안에 있으면서 딴 생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부분 결과도 좋지 않다. 그래도 무리를 벗어나는 연습은 필요하다. 이런 질문이 유효할 것이다. '지금 일을 못한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명함에서 회사로고를 뺀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제대로 대답하기 위한 준비가 무리를 벗어나는 연습이다.

급여가 아닌, 수수료 시대에는 직업을 펀드처럼 포트폴리오 구성을 한다. 위험을 분산할 수록 안전하다. 배우 홍석천은 이태원에 매장이 5개다. 그에게 매장 운영은 부업이다. 주업은 배우다. (현재 '태양을 삼키다'에서 열연한다.) 처음부터 외식사업이 잘 된 것은 아닌데, 적자가 생기면 밤업소를 뛰면서 충당했다. 지금은 5개 매장에서 월 2억원 매출을 올린다. 안정된 재정기반이 없다면,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을까?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돈은 따라온다'고 한다. 88만원 세대에게 이 말을 건낸다면, 그들은 짱돌을 들지도 모른다. 얼마전 '잡지 만들기'워크샵에서 대학생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취업'이라는 말을 꺼내자, 한숨부터 터진다. 적어도 취업에 있어서는 틈새시장을 노릴만한 틈도 그들에게는 없어보였다. 시대가 변했다. 너무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