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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0일 15시 23분 등록

시간활용이 경쟁력인 시대입니다. 기업에서 직원을 평가할 때 업무시간(엄밀히 말하면, 초과근무 시간) 보다는 업무성과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탁월한 두뇌를 가진 인재들은 타고난 능력으로 뛰어난 성과를 일궈내지만,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계발해야 남다른 성과를 낼 수 있지요.

그래서인지 독서에 힘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문가가 오랜 시간에 걸쳐 얻은 지식들을 단시간에 습득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투자비용과 투자시간을 고려한다면, 독서만큼 생산적인 자기계발방법은 없을 겁니다. 정비례하지는 않지만, 독서량에 따라 지식이 쌓이고 실전을 통해 지식활용능력 또한 향상되지요. 이러한 경험을 몇 번 해보고 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이 부쩍 늘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그래서 독서량을 유지 혹은 늘리려는 욕심이 생기게 되지요. 이러한 욕심이 생기고 나면 독서량 자체에 집착하게 되는 부정적인 현상도 생기게 됩니다. 저의 경우에는 매년마다 백 권 이상의 책을 3년 넘게 읽다 보니 어느 순간에 지적 빅뱅현상을 경험하게 되었고, 이 때를 기점으로 전과는 차원이 다른 단계에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다들 어렵다고 하는 책도 망설임 없이 읽게 되고, 저자의 주장을 비판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사고를 찾아내 더욱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이 생긴 겁니다. 검증된 방법은 아니지만,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일년에 백 권 정도의 책을 꾸준히 읽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자 일정 독서량을 고집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바쁜 일정으로 일정독서량에 도달하지 못하게 되면 요약본을 읽어서라도 채우려는 유혹에 시달리기도 했지요.

사실 요약본은 여러모로 유용합니다. 중요한 내용들을 추리고 추려서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구매할 책들을 고르는데 도움이 됩니다. 하루에도 수 많은 책들이 출판되고 있지만, 모든 책들이 제 값을 하는 건 아니므로 요약본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양질의 책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0분 정도면 핵심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급박할 때 필요한 부분만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편이함 때문에 독후감 제출과 같은 과제물을 하는데 악용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대형서점에서 제공하는 신간목록에는 1쪽 분량의 책 소개와 함께 요약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정보만으로 책을 구매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인터넷서점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라면 모를까,[1] 서점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관심도서들을 유심히 읽어보고 나서야 구매합니다.[2] 저의 경우에도 신간목록은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 출판되었는지 알아보는 용도로만 사용합니다. 눈에 들어온 책은 서점에서 읽어보고 구매여부를 결정하지요. 특히 필자는 서점을 빙 둘러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신간목록의 도움은 거의 받지 않는다.[3]

무엇보다 요약본은 저자의 사고과정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주요내용만 추려내면서 앞 뒤 문맥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요약한 글은 나중에 읽어도 이해가 되겠지만,[4] 다른 사람에 의해 요약되었기에 그 내용에 대한 지식이 갖추어지지 않는 상태라면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핵심어(keyword)만으로는 문장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듯이, 핵심문장만으로 문맥을 이해할 수 없지요. 요약이란 문맥을 통해 핵심문장이 가려진 후에 이뤄지니까요. 사실 독서란 지식습득 이외에도 저자와의 교류, 상상과 분석적 사고가 병행되는 행위이고, 책 내용 보다는 독서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열매가 더 많은데, 요약본은 이러한 과정을 단절시키므로 따지고 보면 득 보다 실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저는 요약본은 가급적 읽지 않습니다. 한 때는 편법(?)이더라도 독서할당량을 채우는데 중점을 두었지만, 이제는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독서 자체를 즐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가급적 요약본은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1] 인터넷서점은 도서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해준 정보와 구매자들의 후기 외에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2] 이와 관련해서는 필자의 <프로필은 잠시 잊어라>란 글을 읽어보세요.

[3] 이와 관련해서는 필자의 <대가와 소통하라>란 글을 읽어보세요.

[4] 저도 가끔 주요문장들은 요약해 보관해두는데, 필요에 의해 찾아보면 무슨 의미였는지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면 앞뒤문맥을 읽어야 겨우 기억해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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