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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7일 04시 10분 등록

포털 사이트 파란의 블로그는 10개의 블로그에 동시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덕분에 사용자가 20% 늘어났다고 한다. 콘텐츠를 여기 저기 올리는 것도 노가다인데, 그 일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하나의 콘텐츠가 10배의 파급력을 갖는다. 개인의 힘은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국가나 기업이 세상을 변화시켰다면, 지금은 60억 인구가 모두 힘을 가졌다. 힘을 사용할려는 개인의 욕망이 클수록, 세상의 변화 속도는 가늠하기 어렵다. 직장에 취업해서 월급을 받는다는 개념은 100년도 되지 않았다. 회사인간은 변화의 정점에 서있다.

우리 직원은 모두 3명인데, 오랫동안 나와 일했다. 보통 인건비는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한다. 3명이면 적은 인원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셈이다. 아무리 바빠도 거뜬히 해낸다. 매장 시스템이 잘 정비된 이유도 있지만, 손발이 척척 맞는다. 예전에는 주문을 받으면 주방에 일일이 일러주어야 했다. 주방은 음식 만들기 급급한데, 거기다가 새로운 주문을 꽂아주어야 한다. 피크 타임에 자칫 주문이 엉켜버리면, 하늘로 솟구치고 싶을 정도로 난감하다.

이제는 이런 동선이 전산화되어 있기에 말이 필요없다. 인건비 2명분이 덜 나가는데도, 더 빠르고 더 정확하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2명을 더 고용하기 보다는, 그 두명분을 직원들과 나누어 먹기를 선호한다. 임금이 높으면, 이직율이 떨어져서 오래 일할 수 있고, 서로의 의사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년차가 오를수록 연봉이 올라가는 이유는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에서 생기는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이 적으면 적을수록 조직이 누릴 수 있는 장점은 커진다. 조직원이 적을수록 조직은 완전해진다. 가장 이상적인 조직의 모습은 말이 필요없는 상태다.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번 말했는데, 못알아 먹는 것만큼 속터지는 것도 없다. 조직의 역량을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야지, 조직 내부에서 소진되는 에너지가 많으면, 균열이 생긴다.

테이크아웃 중심으로 1인 외식업도 성업중이다. 본사에서 원재료를 받으면, 살짝 가공해서 판다. 주방이 필요없다. 이런 상황인데, 주방 몇십년 경력의 주방장을 몇백만원 주고 데리고 있을 경영자가 있을까? 실력있는 주방장의 경우도 푼돈 받으며 일할려고 하지않는다. 그렇다면, 수많은 주방장들은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 더 낮은 급여와 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매일 자괴감을 느끼며 일하는 것이 첫번째다. 두번째는 자기 실력을 밑천삼아 작게나마 사업을 하는 것이다. 얼핏 사업을 하는 경우가 리스크가 높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월급을 받는다고 해도 그 월급으로 풍족한 것은 아니다. 하루 매출에 상관없이 월급이 나오기에 마음은 편하다. 이런 하루하루가 쌓여서 나이만 먹으면 갈 곳이 없다. 즉, 마음 편하게 월급 받는 쪽이 더 위험하다.

안정은 안정이 아니다. 자영업 30년 경력의 우리 어머니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30년전 외식업에 입문할 당시, 남의 식당에서 일했다. 그때 다른 아주머니와 함께 일했는데, 우리 어머니는 한달만 일하고 나와서 사업을 시작했다. 탁자 3개로 신당동에서 떡볶이를 팔았다. 나도 기억이 나는데, 어린 내가 보아도 장사가 무척이나 안될 것 같은 입지였다. 고군분투해서, 30년이 지난 지금, 어머니는 입신양명했지만 같이 일하던 아주머니는 지금도 남의 집에서 일을 한다.

얼마전 우리 가게 뒤에 프라이드치킨 가게가 오픈했다. 그 가게는 무엇에 씌었는 지 터가 매우 안좋다. 입지가 안좋으면 간판 및 아이템이 중요한데, 사장은 이 중요한 일을 프랜차이즈 업체에 맡겨버렸다. 인테리어에만 1억 가깝게 들었다. 사장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운영하고자 프랜차이즈 업체를 선택했겠지만, 그러다보니 사장 본인의 안목이 없는 것이다.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는 아웃소싱한다는 말은 그럴듯하다. 문제는 그 핵심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왜 20/80 법칙 대로 살지 못하는가? 20%를 알기 위해서는 100%를 모두 경험해 보아야 한다. 삶이란 결국 내 핵심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그래서 구글은 '빨리 실패하라'고 했나 보다. 장사도 마찬가지로 사업의 모든 요소를 제어할 힘이 있어야, 외주를 줄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맡기기만 하면 사기 당하기 딱 좋다.

사업을 하면, 경험이 남는다. 자기 돈 들여서 일을 시작하면 죽을 힘을 다 한다. 열정이 식었다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투자해서 사업을 하면 없던 열정도 솟구친다. 타치바나 타카시도 이야기했듯이, 사람 내면에는 본전심리가 있어서, 자기 돈을 들이면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책을 돈주고 사놓으면, 결국 읽는다. 외국어를 단기간에 수준급으로 올리고 싶다면, 과감히 원어민 교사를 고용한다. 몇백만원 들여서 어학연수 가는 것보다 한국에서 1:1로 네이티브로 공부하는 것이 낫다. 남 밑에 있을 때는, 퇴근 시간만 기다리지만, 내 사업을 하면 정시에 출퇴근하는 직원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직장생활에서는 무임승차를 할 수 있다. 내 돈으로 사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 상황이 나빠도, 어디까지나 그것은 사장의 몫이지, 사원인 나는 상관없는 것이다. 그저 안좋은 분위기에 적당히 맞추어가면 별탈 없다.

좋건, 싫건 누구나 자영업자다. 괜찮은 직장은 더 선택된 사람들만 들어갈 것이고, 나머지는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로서 불안한 고용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현 직장인과 자영업자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그리고,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가?

오바마 대통령도 한다는 트위터, 질 높은 사진을 공유하는 플릭커, 구글이 인수한 유투브의 경우는 100명도 안되거나 심지어 10명도 안되는 인원들이 모여 만든 작품이다. 이들 서비스의 특징은 소통과 공유라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포착해서 기획했다. 소규모의 유니크하면서도, 본질적인 작업들이 성과를 올린다. 영화같은 단발적인 콘텐츠 뿐만 아니라, 개성있는 시스템이나 서비스가 앞으로 개인이 해나가야할 사업이다. 물론 이런 서비스는 유통기한이 짧다. 일정 시점에 다다르면 폐기하고 다른 사업을 시작한다. 이것을 혁신이라고 한다. 무의식적으로 '회사에 들어가서 무사하게 퇴직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포맷을 다시 해야한다. 이제 정상적인 삶은 근속년수가 아니라, 몇십개 혹은 몇백개의 기획서와 포트폴리오가 채울 것이다.

분위기가 이런데,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은 쥐약이다. 지금 일을 하면서, 새로운 사업에 대한 안테나를 세워야하고, 내 자원을 성과로 연결시키고자 노력한다. 정리보다 확장에 집중한다. 나를 파악하는 방법은 과거와 지금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을 일단 해봄으로써 스스로 느끼는 것이다. 나를 직접 파고들면, 포 떼고 차 떼고 이게 안맞고, 저게 안맞고 그야말로 내 직장이 없다. 어렵게 내 길을 정립해도, 현실에서 먹혀든다는 보장도 없다. 그야말로 탁상공론이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에 도전하고 해낼려고 노력하면 그 일이 내 일이 된다. 나답게 일하면, 천직이 따로 없다.정말이지,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천직을 찾겠다며, 나의 성분 분석하는 짓을 그만두자. 도피다.

혁신의 시대는 많이 해보는 사람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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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9 16:01:44 *.132.8.162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지금  그 수많은 '주방장'중의 한명인 듯 합니다.
님의 글을 읽을 때 마다 새로운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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