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나의

일상에서

  • 맑은
  • 조회 수 2197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1년 11월 29일 23시 13분 등록
연구원 생활 1년은 휘몰아치듯이 지나가다. 몇년을 고민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여건은 더 안좋아졌다. 어렵더라도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도전하다. 장사하면서 연구원 생활은 무척이나 힘들다. 야간에 일이 끝나는데, 새벽 2,3시에 집에 들어간다. 그 다음날 오프라인 수업이 있으면 장거리를 아침부터 운전했다. 도착해서 철야 수업을 하고, 다음날 새벽같이 밥먹고 또 어딘가로 간다. 몸도 힘들었지만, 수업을 받으면서도 신경이 가게에 있다보니 집중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당시 음식장사(닭한마리)는 안한다.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외식업은 예민한 산업이라, 손님들도 까다롭고,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른다. 항상 긴장하고, 예의주시해야 한다. 특히나 내 성격이 종업원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직접해야 안심이 되는지라, 현장을 반드시 지켜야 했다. 근 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가게에 나가서 접객하고 서빙을 보다. 

올해초 화장품 사업을 하면서, 닭한마리 매장으로는 가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몸이 가지 않으니까 신경이 딱 끊어지더라. 그 매몰참에 스스로 놀라다. 이렇게 신경을 꺼버릴 수도 있는 일인데, 아둥바둥 장사했단 말인가? 연구원 생활을 할때는 좀더 집중을 할껄, 이라는 후회가 든다. 그리스 여행은 꽤 길었으나, 매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매일 전화를 하고, 매출을 확인했다. 지금 화장품 사업은, 닭한마리 보다 매출이 더 높다. 그런데도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여유롭다. 직원들이 있으니까, 알아서 돌아간다. 

이쯤 되면, '과연 사업을 통해서 내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애쓰고, 하루하루 매상에 아둥바둥했다. 10만원, 20만원 덜 팔거나 더 팔면 기분이 좋거나 나쁘거나 왔다갔다한다. 그런데 그 돈은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은행이자이고, 재료값, 주류비, 인건비....그렇게도 나를 옭아맸던 것들이 지금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남아있지도 않다. 어떤 이는 '직원, 사람'이 남는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는 참 운이 좋거나, 인덕이 있는 사람이다. 직원도 사장의 능력과 매출에 따라서 남거나 안남거나 한다.그저 사람 자체가 좋아서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결국 내게 남은 것은 '미아리에서 3년 동안 장사'한 경험이 전부다. 

온라인 게임으로 매출 수조를 기록하고, 구멍가게 같던 연예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기업화 되었다. 애들 장난이라고 치부했던 놀이가 큰 산업이 되다. 이런 놀이를 하던 사람들, 예를 들어 구글 같은 회사가 기존 어른 회사, 모토로라를 사들이는 일도 벌어졌다. 돈이 돈을 벌고, 뼈 빠지게 일해도 이상하게 빚만 늘어간다. 숫자를 가지고 요리조리 분석하고, 이리저리 옮겨서 수익을 올리는 것을 일이라고 부르기 시작하고, 그것을 잘 하는 사람을 능력있다.라고 평가해준다.(인기 직종이라, 여자 아나운서들이 시집 많이 간다.) 금융업은 자본시대에 필요한 업이지만, 어디까지나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받쳐줄때만이다. 돈을 모아서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돕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다. 주주를 위해 투자를 꺼리고, 고용을 줄인다. 산업 구조 자체가 변하다. 월급 꼬박꼬박 받아서 적금 들고, 종자돈으로 무언가 하는 시대가 아니다. 내 생산력으로 벌어들인 돈은, 하루종일 시세와 계약서와 금융 법률을 쪼아보는 사람들이 1원 단위로 뜯어간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가 창조의 시대라고 했다. 다시 말해서, 창조적이지 못한 일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콘텐츠와 저작권, 특허 산업을 중심으로한 독점적인 사업만이 혁신할 수 있는 수익을 창출한다. 다음 일을 준비할 수 있는 잉여수익을 만들어준다. 반면, 생계형 창업 같은 외식업, 택시, 학원, 편의점은 점점 설자리가 줄어든다. 앞으로도 많이 늘어나겠지만, 할 수있는 것이 없기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경우가 더 심해진다. 퇴직금, 2,3억은 참 애매한 돈이다. 창업 시장에서 할만한 사업이 없다. 은행에 넣어둘수도 없고, 마땅히 투자할 것이 없다. 결국 늦은 나이에 자영업을 해야하는데, 경험이나 자기 노하우가 없다면, 딱 까먹기 좋다. 퇴직금 날리고, 극빈층으로 추락하고, 50대 베이비부머 자살율도 높아진다. 

저작권의 시대에서는 경험과 상품을 콘텐츠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모든 일꾼은 스스로 콘텐츠 제작자로 자신의 업을 바라보아야한다. 경험하고, 학습하기 위해서 일한다.생각을 이렇게 고쳐먹지 않고, 쌈지돈 만들 생각으로 알뜰하게 일하면  돈은 돈대로 안남고, 나중에 할 수 있는 일도 의욕도 남아있지 않다.  
IP *.196.74.104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