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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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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9일 04시 00분 등록

자정 넘어서 중년 커플이 들어오셨습니다. 남자분은 많이 취했습니다. 닭을 먹을 때는 와사비가 있어야 한다며 꼬장을 부리셨습니다. 아주머니들과 저에게 욕을 하고, 맞은편 젊은 손님들을 약올렸습니다. 경찰을 부를까 생각하며 핸드폰을 쥐었습니다.

뜬금없이 미안하다며 악수를 권합니다. 손을 만져 보니 따듯합니다. 상처 깊은 사람일수록 꼬장이 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술을 많이 드셨습니다. 그 모습이 지겨워, 저는 술을 한방울도 마시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팔을 하나 잃고 상처가 깊은 분입니다. 후회할 것을 뻔히 알지만, 안아드리지 못합니다. 

중국 아주머니는 저와 띠동갑입니다. 비자 갱신으로 중국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근 6개월간 같이 일했습니다. 월급을 건네주었습니다. 봉투에서 5만원을 꺼내더니  다시 저에게 줍니다. 고맙다며 애 엄마에게 주라고 합니다.

중국 사람들과의 거래는 풀에 풀칠한 느낌입니다. 이야기 하다 보면, 삼천포로 빠지고, 돈은 오리무중이지요. 여행사에서 일할 때부터 그랬습니다. 의심으로 선을 긋고, 중국 아주머니들을 대했는데, 쪽팔립니다.

작가의 자산은 지식이 아니라, 상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神이 나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질문해 봅니다.

드럽게 춥지만, 깨끗한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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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11.21 19:43:55 *.190.122.154
저도 어릴 적 아버님의 술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지요.
님의 말씀처럼 아버님도 참 상처가 깊고 마음이 연약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 봅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불쌍한 그분을 놓아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알코올중독자 아들은 알코올 중독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참 싫었습니다.
지금도 싫습니다. 하지만 올해 만난 인연 덕택에 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요.

어릴적 했던 술 한잔 안하겠다는 말은 지켜지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나이들어서 점점 술이 줄어들고 있군요.

상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상처투성이인 인생이 더 아름다워 보일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서 영광은 한 번도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 마다 일어서는 것이라는 말이 기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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