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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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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5일 01시 30분 등록


일필휘지.

방향을 아는 손길은 힘이 있고 명쾌합니다. '저 길을 뚫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을까? 처음 부터 방향 아는 이 없고, 뚫려 있는 길 없다. 바늘로 우물 파자' 선생님은 형태를 만들고, 순식간에 이야기가 탄생했습니다.

결과물은 컨디션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기획에서 표현', '머리에서 손끝', '구상에서 결과물'이라는 길은 콘텐츠를 생성할수록 넓어집니다. 길이 좁아지면, 입지(立地) 또한 좁아집니다. 갈 곳 없고, 불러 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져도 길은 좁아집니다. 좁은 길에서 기득권을 지키는 모습은 추합니다. 겸손하게 배우고, 부단히 연습합니다.  

난생 처음 누드를 그렸습니다. 전날 부터 설레였지만, 현장에서는 그리기 바빴습니다. 장시간 움직이지 않고, 버티는 모델이 프로답습니다. 그 긴장감이 전달되어, 바쁘게 펜을 움직입니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몰입입니다. 내가 주의(attention)를 집중하면, 삶은 자존감을 줍니다. 마음이 사업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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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동안 생각보다 많은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바빴지만, 서두르지는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왜 그렇게 조급했을까? 콘텐츠 생산자에게 조급함은 자살행위입니다. 엘빈 토플러를 비롯 미래학자와 경제학자, 경영자들이 '속도'를 강조합니다.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숨 돌릴 틈도 없이 빛과 같은 속도로 움직여야 생존할 것 같은 뉘앙스입니다.

빠른 속도는 완벽한 시스템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시스템 없는 빠른 의도에는 좌절만 있습니다. 정교함과 시간은 비례관계입니다. 정교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들어갑니다. 정교한 시스템과 시간은 반비례 관계입니다. 시스템이 정교할 수록 결과물이 나오는 시간은 줄어듭니다. 전문가는 빠릅니다. 일을 던져주면, '무엇을' '어떻게'라는 길이 순식간에 트입니다.

슈퍼마켓은 가격이 싸지만, 계산을 할 때 줄을 서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500원 짜리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서 5분 가까이 기다린다면 짜증 납니다. 아직 실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RFID기술을 이용한다면 카운터도 필요없고, 고객은 계산을 하기 위해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각 물건에 RFID 칩이 내장되어, 고객은 물건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됩니다. 위성으로 위치를 파악하고, 고객의 통장에서 자동으로 돈이 빠져 나갑니다. 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 겁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시간적으로 누리는 혜택은 큽니다.

속도의 변화는 삶의 패러다임 변화라고 할 정도로 큰 변화입니다. 남들이 빨리 가길래, 덩달아 숨 가빴습니다. 그렇게 살아온 지금, 내세울 만한 '거시기(시스템)'가 없습니다. '빨리 끝내버리겠다'는 강박관념만 없어도 삶의 메모리가 늘어납니다. 그 주위(attention)를 모아서 기초에 기초를 다듬습니다. 그 기초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일상에 더 정성을 쏟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미래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현재에 정성을 다 합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 로드맵을 짜겠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강점은 행하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고, 길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희망적인 사실입니다. 행하기 보다, 궁리만 하고, 도전하기 보다 성공 사례를 먼저 찾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입니다.

기획하지 않고, 실행 합니다. 결과물이 더 큰 결과물을 위한 기획입니다. 길은 야금 야금 넓어집니다.

IP *.207.136.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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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8.11.27 09:18:00 *.209.32.129
맑은 님에게 올 한 해는 댄스로 시작해서 그림으로 마무리 하는 한 해로군요.
물론 그외에도 '나의 변화이야기'에 값하는 많은 실험과 변화를 보여주었구요.
몰입과 성장의 놀라운 세계에서 바늘로 우물 파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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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8.11.27 23:03:54 *.129.207.121
블로그에도 자주 방문합니다. 얼마전 서명숙님 소식을 미탄님 블로그 통해서 알았지요.

지식과 지식, 사람과 사람간의 메타 역할을 하시네요.

항상 따듯한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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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11.27 12:44:52 *.190.122.154
그림을 그린다고 하신지가 얼마전이었는데 벌써 이런 솜씨를 보여주시다니...

참 보기 좋습니다. 자극이 되네요. 저는 여전히 머리에 있는 것을 표현할 단계가 아니라서 단순히 줄긋기를 하고 있습니다. 줄을 긋는 그 짧은 시간에도 마음이 여러곳을 방황하는 것을 보네요. 마음이 방황을 하니 줄이 비뚤어집니다. 이렇듯 무심하게 줄하나 긋는 것 조차 쉽지는 않군요.

상반기에 좋은 인연들을 만나서 좋았는데 아마도 올해를 마무리하면서 맑은님을 뵐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래서 기대가 되고 또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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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8.11.27 23:49:00 *.129.207.121
보고 간신히 따라 그릴뿐입니다. 선에 내공이 쌓일려면, 적어도 1년은 그려야 한다고 하더군요. 막상 시작해보니, 그림 보다는 그림 그릴 때 몰입이 더 좋습니다. 오히려 몰입을 목적으로 하면, 미적감각과 그림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좋은 인연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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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8.11.27 14:19:15 *.209.32.129
맑은 님의 누드크로키가 놀랍군요.
예술적인 재능이 많은 분인 것 같아요.
제 포스트에 맑은 님의 글을 인용했길래 트랙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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