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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3일 05시 37분 등록

한국 상장사 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상장사 전체 매출액은 늘어난 반면,  직원은 줄었다. 구직자에게는 안된 이야기지만, 경영은 잘 한 셈이다. KT를 비롯 일부 은행은 희망퇴직자 접수를 받았다. 그 중에는 30대도 끼어있다. 2년치 연봉을 위로금으로 받는다. 재취업하지 않는다면, 퇴사후 자영업을 한다. 창업시장에서 2, 3억은 애매하다. 크게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르고, 마땅한 아이템은 없다. 경험이 없기에 프랜차이즈를 선호하는데, 잘되야 인건비만 챙길뿐이다. 자영업은 금전적으로만 보아도, 회사생활 보다 어렵다.

21세기는 창조의 시대다. 인적자원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사람을 내모는 모습은 아이러니다. 창조란, 사람을 더 줄이는 방법인가보다. 2명이서 할 일을 혼자서 해낸다면, 창조다. 혹은 2명이 할 일을 혼자서 해내게끔 디자인한 사람이, 핵심인재다.

경제 위기 속에서 기업 경영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효율성(efficiency)입니다. 기업들은 과거보다 더 적은 투자로 더 높은 생산성을 올려야 하고, IT의 필요성도 더욱 부각될 것입니다._MS 스티브 발머_조선일보에서 발췌100101

일례로 편의점 물품은 중앙본사에서 통제한다. 재고를 파악하고 발주할 필요가 없다. 자연스럽게 인원이 필요없어진다. 편의점 알바도 얻기 힘들다.   

2010년에는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한다. 88만원 세대는 20대를 넘어 30대까지 번졌다. 발로 채이는 것이 실업자다. 사람들의 얼굴은 메말랐고, 간절하다. 안스러운 일이다. 자영업자인 나도 직장에 있는 당신도, 직장을 구하는 사람도 자영업자다. 자영업자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직장인은 시키지 않으면 안하지만, 자영업자는 끊임없이 제안한다. 지금까지 이런 라이프 스타일은 생소한 것이었다. 

암 전문의와 밥 먹다. 5명중 3명이 암에 걸릴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마침 모인 사람이 5명이었는데, 이 중 3명은 암에 걸릴 것이라며 겁 주었다. 암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면, 이뻐해야 한다는 색다른 말을 했다. 어떻게 암을 이뻐하는가?  故이주일 선생님도 암은 물리쳐야 할 것이 아니라, 친구처럼 사이 좋게 지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불가항력적인 존재와 맞닥뜨렸을 때는 불가항력을 삶의 일부분으로 편입시킨다. 암에 걸리면, 수술하고 항암제 맞고 치료한다. 그렇게 몇년을 더 살 수 있다. 살다가 재발하면, 또 수술하고 치료를 받는다. 해보지 않은 것이라고 해서, 고통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또 다른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받아들인다. 고용불안과 퇴사와, 밥먹듯이 쓰는 고용계약서에 친해지자.

조직을 나와서 제일 먼저 적응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퇴사하면, 군대 제대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규칙적인 생활에서 벗어나면 당황한다. 노사재취업 센터에서 들은 이야기다.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한 분은 소일거리가 없었다. 한동안 전철을 타고 종점에서 종점을 왔다갔다 하는 생활을 했다고 한다. 마음껏 썼던 사무용품을 돈 주고 사고, 출장비가 꼬박꼬박 나왔지만 어디 갈려고 하면 교통비가 만만치 않다. 4대 보험은 알아서 적립이 되었지만, 더 이상 안전망이 없다. 가장 큰 변화는 일하는 방식이다.

조직의 장점은 추진력이다.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것은 필요악이지만, 그 추진력은 대단하다. 삼성 전 이건희 회장은 가만히 있으면 먹여는 줄테니, 남 뒷다리는 잡지말라고 했다. 아무일을 하지 않아도, 옆에 있어주고, 바라봐 주는 것만으로도 일이다. 나를 일하게 만드는 일이다.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기에 혼자가 힘들다. 영화 촬영이 끝나면, 모든 스텝들이 서로를 축하한다. 소설가 김영하는 '검은꽃'을 탈고했을 때 새벽 2시였는데,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환희하는 쓸쓸한 업무에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

조직은 적절하게 긴장감을 준다. 사장이 팀장을 쪼면, 팀장밑으로 여운이 감돈다. 물론 이완할 때는 확실히 풀어준다. 자영업자는 긴장과 이완을 알아서 관리해야 한다. 손님 없다고, 일감이 없다고, 풀어질 수 없는 것이다. 실패하는 자영업자는 항상 이완되어있다. 그 이완은 끝이 없다. 방바닥에 녹아 없어질 정도여도 자신은 모른다. 그나마 성공한 사람은 매순간 긴장한다. 건축가 안도 타다오는 고교시절 권투를 하면서, 긴장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매 프로젝트마다 고전분투했고, 어느 순간 강한 스트레스도 견딜 수 있는 내성이 생겼다. 

학력주의가 뿌리 깊은 일본 사회에서 대학 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건축의 길을 걸어 온 반생은 순풍에 돛 단 배하고는 거리가 먼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소형 도시주택 설계로 출발한 이래 매 작업을 ‘이 기회를 놓치면 끝장’이라는 심정으로 안간힘을 다했다. 돌아보니 그런 역경들이 어느새 긴장감의 지속을 견뎌낼 수 있는 강인함을 길러준 것 같다.
나, 건축가 안도타다오中


긴장을 유지하는 능력도 체력처럼 단련할 수 있는가보다. 안도타다오는 의뢰가 들어오지 않아도, 일을 찾아서 했다. 아이디어는 후에 계약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북디자이너 서기흔 선생님은 우리 나라 북디자인의 축을 세운 분이다. 강연을 들었다. 피곤해 보였다. 실제로 3일 밤샘을 하고 왔다고 한다. '일을 해내는 것은 스트레스입니다' 라고 말하다. 신선하다. 보통 일로 인한 스트레스로 고통스러워하지 않는가? 누구나 피하고 싶어하지만, 장인은 오히려 스트레스의 바다에 몸을 던진다. 기꺼이.

일을 만드는 것은 스트레스이며, 긴장감이다. 자영업자는 매순간 긴장하고, 제안한다. 스스로 일을 벌려야 한다. 아무도 나에게 일을 주지 않는다. 자영업자는 혼자 기획하고, 혼자 추진하는 사람이다. 혼자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자영업자는 본인의 일에 미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조직 밖에 있건 안에 있건, 빠르게 기획하고 실행하는 능력을 만들자.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카테고리 기술/공학
지은이 안도 다다오 (안그라픽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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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흔 / 그래픽디자이너
출생 1953년 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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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03 16:41:12 *.207.110.81
가끔 맑은님의 글을 읽고 있습니다.  다 좋은데요.
극사실적인 표현을 약간 지양하고 간접적 완곡 어법으로 글을 써보심이 어떨가합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표현한 글을 읽으면 긴장됩니다. ^^*
저만 그럴 수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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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1.06 01:30:04 *.129.207.200
다소 그렇지요. 제 성격이 또한 그렇구요.  올해는 부드러워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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