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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 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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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8일 03시 25분 등록

팃낫한 스님이 밭을 가꾸는데, 기자는 물었다. 스님은 바쁘십니다. 한가하게 밭일을 하시네요.언제 글을 쓰십니까?

팃낫한은 '지금 씁니다'라고 말했다.

글을 쓰면 엉클어진 회로가 정렬된다. 의식이 가지런하게 놓이면, 힘이 솟고 상쾌하다. 모든 짜증은 개인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다. 행복할려면 내가 행복해야하고 더 나아가 행복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 글을 써야 행복하다. 올해는 글을 열심히 쓰는 한해가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하자. 또 한번 기쁘다.

2007년부터 변경연에 글 쓰면서, 글쓰기 도구가 생겼다. 별거 아니지만, 유용하다. 함께 보자. 인풋이 필요하다. 책을 읽지는 않아도 많이 구입한다. 빌린책은 안보지만, 구입한 책은 아까워서라도 본다. 책을 많이 산다.

책을 읽으면 발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해 보니, 닭뼈다귀 치울때 글감이 많이 떠오른다. 일을 어떻게 하면, 콘텐츠로 만들 수 있을까?고민해왔는데, 역시 방법이 없다. 아무리 의미를 가져다 붙여도 닭뼈다귀 치우는 것은 매력이 없다. 열심히 치우다 보니, 예기치 않은 성공을 발견했는데, 장사를 하면 지식의 화학작용이 활발해진다는 사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전업작가 되고서, 마라톤을 시작했다.

좋은 문장을 쓰려면 몇 번이라도 반복해서 읽고, 또 읽고, 수정해야 합니다. 좋은 글의 원칙은 '수정, 수정 또 수정!'입니다. 필요한 만큼,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수정해야 합니다. 157._하루키와 노르웨이숲을 거닐다_임경선


몸을 움직이는 것과 창조 사이에는 무언가 있다. 몸을 움직이면, 뇌도 움직인다. 밥 먹고 활동 열심히 하면, 소화도 빨리 되지 않는가? 일은 지식을 활성화시켜주는 촉매제다. 일을 열심히 하면, 좋은 글이 나온다. 손님에게 친절하고, 매장을 깨끗이 유지하면 좋은 글이 나온다. 장사하는 시간이 글 쓰는 시간이다. 

세번째 도구는, 필사다. 긴호흡으로 장중하게 서사할려면, 길게 필사한다. 한줄이나, 한단락을 베껴쓰기는 모자르다. 보통 3페이지, 많게는 5페이지를 연달아 베끼면, 무언가 향상됐다는 느낌이 들고, 공부 열심히 한듯 뿌듯하다.

필사의 효과는 글을 쓰면서 나타난다. 아기가 말문이 틀때처럼 글쓰기에도 글문이 튼다. 글쓰는 사람들은 쓰기 전에 워밍업을 한다. 필사를 하면, 아무 생각이 없다가도 수다스럽게 글이 이어지는 경험을 한다. 아마도 필사는 무의식의 언어를 의식 표면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가 보다. 손 닿는 곳에 서랍이 많으면, 더 많은 정보를 꺼낼 수 있다. 독서를 해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독서가 아메리카노라면 필사는 에스프레소다. 찐하게 뇌리에 박힌다.

소위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으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말이 되든 안되는 지면을 채우는 방법이다. 영화나 글쓰기 강좌에서는 헤밍웨이 운운하면서, 의식의 흐름기법을 이야기한다. 신들린 듯이 써내려가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 멋있어 보인다. 시도한적은 많지만, 의식의 흐름으로 글이 된 적은 없다. 디자인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원본이다. 예를 들면 사진소스가 예쁘지 않으면 실력좋은 디자이너가 작업을 해도 결과물이 안나온다. 소스를 편집을 할 필요가 없다면, 결과물이 좋다. 초고가 걸레면 뭔짓을 해도 걸레다.

어느 정도 양이 되면, 쳐내려간다. 연설을 할 때도, 음, 저, 그러니까, 같은 쓸데없는 말들이 들어간다. 글에도 그렇다. 오늘, 나, 접속어, 부사, 중복되는 단어를 지운다. 특히, 접속어와 부사를 남발한다는 것은 논리에 자신이 없다는 반증이다. 너무 안쓰면 결벽증같기에, 적절하게 써준다. 쥐어짜면, 글이 쫄깃해진다. 꽉 쪼여준다. 흘러내릴 것 같던 의식이 탱탱해진다. 희망이 생기고, 가슴은 부푼다. 이 맛이다.  

땡땡이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는 점을 찍지 않았다면, 이미 자살했을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정신병원에서 작업을 하며 연명한다. 벽 하나를 땡땡이로 채운 작품을 보면, 미치신것 맞다. 신경질적으로 땡땡이를 찍었다. 소름이 돋는다. 재일작가 유미리는 타자기를 7대 부셨다. (10년 전에 7대 였으니까, 지금은 더 부셨을 것이다) 예술가는 살기殺氣가 있다. 섬세한 감성을 가졌기에, 세상이 수시로 상처 준다.  글쓰기는 모난 성격으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짱박혀서 글 쓴다. 인슐린 맞듯, 글, 그림으로 상처를 어루만져야 살수 있다.  

글쓰기 방법론 보다 중요한 것은 일정한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시간은 보이지 않기에 관리하기 힘들다. 보이지 않는 시간을 관리할려면, 눈에 보이는 공간을 관리한다.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장소에 가서, 일정 시간 작업을 한다면 결과물이 나온다. 장소로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회사원중에는 독서실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고, 고시원에 작업실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보통 피씨방에서 글을 썼는데, 담배연기가 싫어서, 노트북을 구입한 뒤로는 커피숖에서 쓴다. 집은 집중하기 어렵고,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집에 있으면, 잠만 늘어나고 게을러진다. 긴장감을 유지하기 어렵다.

잘 쓰고 싶다면, 책을 볼 것이 아니라, 잘 산다. (책은 글쓰는 사람과 어려운 출판사를 위해서 많이 사놓기만 하자. 그러다 읽겠지.)

좋은 글은, 좋은 삶에서 나온다.

쿠사마 야요이 (草間弥生) / 설치미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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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land of the bumblebees, the floating balloon is king.
in the land of the bumblebees, the floating balloon is king. by brett_gullborg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요즘은 연로하셔서,그나마 땡땡이가 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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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8 10:36:06 *.96.12.130
'부사'와 '접속사'. 저한테 해주시는 말씀같아서 뜨끔했습니다. 공간이 중요하다는 말씀에 백번 공감합니다. 맑은님 글을 읽으니 기운이 솟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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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나무
2010.01.09 01:09:27 *.230.105.78
공간을 관리한다..그러고 보니 모든 공간속에 시간이 녹아 있는거 같네요..정말 좋은 삶에서 좋은글들이 나오는것 같습니다. 이론과 분석만 가득한 자기개발서보다 진짜 삶속에서 성장한 과정이 있는 성공담 책들이 더 교훈도 잘 전해지는것 같더라구요..좋은하루를 살았을때 글감이 술술 풀리는것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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