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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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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14일 02시 50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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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큰 올케가 5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을 받았습니다. 다행히도 수술결과가 좋아 한 시름 놓았구요. 어제 형제들이 모두 병원에서 모였습니다. 병자의 쾌유를 비는 마음이 가득했지요. 수술비만 몇 백 만원 한다는 소리에 저마다 형편에 따라 십시일반으로 봉투를 준비했구요.

형제 중에서 제일 여유 있게 사는 큰 딸이 ‘언니에게 편지를 한 장 쓰고 싶었는데 도저히 안 써져서 못 썼다’며 두툼한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그 틈을 타서 저는 ‘난 편지라면 길게 쓸 수 있는데 금일봉은 좀 약하네’하며 얇은 봉투를 디밀었지요. 그리고는 친정언니에게 ‘왜 편지 좀 써 보지 그랬느냐’고 물었습니다. 언니 말인즉 너무 통속적이라 못 썼다는 것입니다.

친정언니는 맏딸답게 집안 생각을 많이 합니다. 올케가 중병에 걸린 사실에 만감이 스쳤나 봅니다. 언제 봐도 진중한 천생 맏며느리요, 젊어서 좀 ‘놀았던’ 오빠를 다독거려 성실한 가장으로 탈바꿈시킨 것만으로도 우리 집에 지대한 공을 세운 올케입니다. 오빠가 일으켰던 분란들, 그 과정에서 친정어머니가 겪은 마음고생, 만에 하나 올케가 잘못 될 경우에 대한 두려움에 ‘산다는 것’에 대한 회한이 오버랩되었다고 합니다. 그 심정을 구구절절 쓰다 보니, 진심인데도 불구하고 ‘과장’되었다고 생각되었고, 그것을 ‘통속적’이라고 표현한 것이겠지요.

보통 글쓰기가 어렵다고 말할 때도 이와 비슷한 것이 아닐지요? 쓰고 싶은 것은 있는데 스스로 편안해지지가 않는 거지요. 이렇게 쓰면 유치하지 않을까, 내 소심함이 드러나지는 않을까, 내 무지가, 두려움이, 나태함이, 그 밖의 온갖 속마음과 과거가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자기검열이 글을 못 쓰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쾌유를 비는 편지를 보고 ‘통속적’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와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진솔한 마음이 담긴 글을 보고, 거기에 공감하여 힘을 얻으면 얻었지 흉볼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절실하게 하고 싶은 말을 편안하게 드러냈느냐 ’ 하는 것이지, 그 글의 내용과 문장력은 둘째라고 생각합니다.

글쓰기에 대한 책이 참 많습니다. 저도 열 댓 권 읽은 것 같은데요, 저는 이오덕선생님과 윌리엄 진서에게서 제일 큰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두 분은 모두 ‘진솔한 삶에서 우러난 살아있는 글쓰기’를 강조했고, 자신의 주장에 걸맞은 책을 남겼습니다.

“우리가 날마다 입으로 지껄이고 있는 말, 꼭 하고 싶은 절실한 말, 참아도 참아도 기어코 터져 나오는 말, 지워도 지워도 끝내 남는 말”

--이오덕, ‘무엇을 어떻게 쓸까’ 166쪽

“긴장을 풀고 하고 싶은 말을 하자. 문체는 바로 여러분 자신이므로, 자신에게 충실하기만 하면 군더더기와 부스러기에 묻혀 있던 문체가 서서히 드러나 날이 갈수록 두드러질 것이다. .... 대화로 편히 나눌만한 이야기가 아니면 글로 쓰지 말자”

--윌리엄 진서, ‘글쓰기 생각쓰기’ 40쪽

편지 한 장을 못 썼다는 친정언니는 놀랍게도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환자를 격려했습니다. 그 정성에 감복하여, 수술은 잘 되었지만 6주 동안이나 입원해야 한다는 사실에 의기소침해 있던 환자가 언니를 껴안고 펑펑 울기까지 했습니다.  말과 글이 다르지 않다는 것, 심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글이 좋은 글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언니는 장문의 편지를 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대단한 문장가는 아니지만 글쓰기를 두려워하지는 않습니다. 내면의 자기검열만 걷어내면 누구나 만족할 만한 글을 쓸 수 있다고도 생각하구요. 순수문학이 아닌, 보통 사람이 자기를 표현하고 바로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글은 그저 솔직해지기만 해도 훨씬 좋아진다고 믿습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그것을 똑바로 인지하고 숨기지 않기! 누군가 내 마음과 개성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굳게 믿기! 조금 미흡하더라도 꾸준히 글쓰기를 멈추지 않기! 그럴 수 있다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글쓰기가 당신의 평생친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글을 쓰고 싶으신가요? 막연하게나마 글을 쓰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있으신가요? 글을 쓰고 싶은데 내부의 비판자 때문에 영 진도를 못 나가시나요? 남들의 무책임한 평가에 상처를 입으셨나요? 글쓰기에 관심은 있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없으신가요?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단번에 뛰어넘는 방법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뭉쳐 있는 것입니다. 서로 이해해주고 들어주고 지켜봐주는 커뮤니티의 존재는 우리의 꿈을 앞당겨 줍니다. 그 안에서 일상적인 글쓰기를 훈련하고, 스스로에게 자발적인 강제를 두어 목표를 향한 실행력을 키워주니까요.  

1월 15일부터 4주간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 ‘쉬운 글쓰기’, 그로써 ‘삶을 바꾸는 글쓰기’에 대한 강좌가 시작됩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이곳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당신과 합류하여 더 넓은 세상으로 흘러가고 싶습니다.’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카페 http://cafe.naver.com/writingsu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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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건친구
2010.01.15 07:41:59 *.120.80.243
글쓰기나 말하기나 본질을 같고 그 둘의 바탕은 '생각의 힘'이라고 봅니다.
남의 생각이 아닌, 내 머리와 가슴으로 정리해 낸 나의 생각 말입니다.
회사에서 후배가 어느 날 이렇게 묻더라구요.
'차장님.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하세요?'
그래서 그랬죠.
"아냐, 나는 말을 잘하는 게 아냐, 그리고 사실은 말을 하는 걸 두려워 할 때가 더 많아.
만약 내가 말을 잘한다고 느꼈다면, 그건 내가 잘 아는 주제를 말하고 있을 때였을꺼야
누구든 자기가 깊게 생각한 것을 말하고 글쓰는 건 잘할 수 있어.
그리고 누구든 자기가 짧게 생각한 것은 말하고 글쓰기 어렵지"
명석님의 글을 읽을때도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분은 이 주제에 대해서는 정말 많이 고민하셨고, 또 그 분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셨구나.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구나.
진솔한 삶에서 우러란 글쓰기란 바로 이런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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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10.01.15 12:20:06 *.108.48.236
동건친구님의 말씀에 모두 동의합니다.
누구든지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을 입고,
자신의 삶과 어우러져,
가장 잘 알고 있으며 또 하고 싶어 몸살나는 이야기를 글로 쓰면
그 글에 힘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글 쓰는 사람이 팔아야 하는 것은 글의 주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그리고  그 '자기로서' 살아가는 에너지에서
글쓰기는 물론이요 사업과 연애 즉 삶의 모든 것이 시작한다고 생각하구요.

자신의 매력을 팔아서 살아야 하는 것은 연예인 만이 아닌 거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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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10.01.15 13:03:07 *.108.48.236
오늘부터 시작되는 제 글쓰기강좌에 '조경희'씨가 입금만 하시고
연락처를 남기지 않으셨네요.
교육장소가 강남토즈가 아니고 개인사무실이니
제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017-434-8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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