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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22일 02시 43분 등록
어머니가 '콘셉'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인테리어에는 콘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어머니 입에서, 영어 단어가 나오면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기획을 하거나, 디자인을 할때 '콘셉'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어머니도 쓸 정도로라면 매우 보편적인 단어임에는 분명하다. '콘셉 = 일관성'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특히 기획자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대화를 해보면, '콘셉'이라는 단어가 5분 마다 한 번씩 나온다. '콘셉이 중요하다' '콘셉이 무엇이냐' '어떤 콘셉으로 가느냐' 등을 강조한다. 사업이건, 이벤트이건 일정한 원칙을 세워서, 계획성 있게 실행할 수 있다면 대단한 내공이다. 노련한 디자이너만이 자기 방법론으로 디자인 작업을 한다. 수백번 시행착오를 하면서, 자기만의 노하우가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변수를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 정도 내공이라면, 머리 안에서 콘셉을 세울 수 있다. 레고 블럭 맞추듯이 척척 결과물을 만든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가 식사를 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메모지가 없어서, 식당 냅킨에 스케치를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냅킨 한장이 몇백만불 짜리 가치가 된다. 실무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기초적인 개념만으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어설픈 초보자는  '콘셉 만들기'함정에 빠진다. 일을 이루는 것은 작업인데, 작업 보다는 콘셉을 정교하게 다듬기만 하는 것이다. '콘셉트리'라든지 '콘셉츄얼라이징' 같은 말까지 사용하면서, 빈약한 콘텐츠에서 의미를 찾고자 애쓴다. 건더기 없이 조미료만으로 요리하는 것과 같다.

스티븐 킹은 자신에게 들려주듯이 글을 쓰라고 했다. 글을 다 써놓고, 주제와 맞지 않는 것을 지운다. 콘셉이라고 하는 것은, 알곡에서 쭉정이 고르기다. 풍부함 안에서 아닌 것을 골라내기지. 처음부터 주제에 맞는 것만을 채울 수는 없다. 그렇다면, 풍부함은 어떻게 형성하는가? 주제와 근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 끌어모은다. 해보지 않고서는 내 것이 아닌지 알 길이 없다. 대강의 방향만 잡을 수 있을뿐, 처음부터 정교한 콘셉은 있을 수 없다.

애플의 콘셉은 단순함이다. 어떻게 하면, 더 단순하게 만들까를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하지 않을까를 연구한다. 아이폰, 아이팟에 열광하는 것은 '단숨함'이라는 애플의 철학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나이키의 콘셉은 just do it. 이다. 슬로건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들의 마켓팅을 관통하는 문장이기에 콘셉이라고 하자. 각 브랜드마다 비슷한 콘셉들이 하나씩은 있다. 콘셉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하다. 나침반 이기도 하면서, 혼란스러운 세상에 등대같다.

가치있고, 중요하지만 쉽게 얻을 수 없다. 처음부터 단순한 콘셉은 없다. 심플하고, 직관적이며, 강력한 콘셉을 얻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종잡을 수 없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을 하기에 앞서, 정교한 콘셉을 다듬는 유혹에 빠지지 말자. 콘셉이 강력해 보인다면, 관념이 아니라 무수한 시행착오가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명이나 핵심 가치들의 선언문을 어딘가에 적어두는 것과 실행하는 것을 혼동하는 조직들이 너무도 많다는 데 있다. 선언문을 작성하는 과정을 거치기만 하면, 사람들이 지니고 다니는 작은 카드들을 발행하고 벽에 붙일 액자나 포스터를 만들기만 하면, 회사의 성과가 나아질 것처럼 구는 것이다. _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 65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은 베스트셀러다. 책에서는 '사명 선언서' 작성을 강조한다. 필요할 것 같아서 작성한 적은 있다. 사명선언서는 나의 삶의 원칙이며, 방향이다. 문제는 사명 선언서를 작성하면, 작성만으로 끝난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핵심가치, 정교한 콘셉, 완벽한 기획에 필요 이상 시간을 들이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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