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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24일 19시 52분 등록

올해에 들어서면서 접어두었던 영어공부를 다시 하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또 마음이 준비가 되니 그 동안 나를 괴롭혔던 영어공부가 재미있었습니다. 영어공부를 하다가 보니 영어로 된 책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옛날에 읽었던 번역서들을 원서로 읽어보고 싶다는 욕망도 마구 생겨나고 있습니다.

 

어느 책 어느 구절에서 읽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옛 사람들은 남의 나라말(한자)을 어려서 공부해서 그냥 외우는 단순 무식함을 반복했어도 열살이면 시를 논한 정도가 되었는데 어찌하여 수십년을 가까이 하고도 영어는 머나먼 이야기인지 모르겠다한 부분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현재와 그 옛날을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의 글을 읽는 사람들이야 글을 읽는 일 밖에는 할 일이 없었겠으나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은 글을 읽는 것 말고도 할일이 많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무엇인가 언어를 습득한다는 것은 반복의 과정이 필요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옛 말씀에 독서백편의자현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는 정말 백번을 읽으면 뜻이 절로 들어날까 시험해 봐야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제가 선택한 책이 The little prince입니다. 아직까지 14번 밖에 읽어보지 못했지만 글을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이런 구절이 있었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해 주는 구절들을 만납니다. 정말 백번을 읽으면 뜻이 절로 드러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연말까지는 백번을 읽을 것입니다.

 

어린왕자의 주인공을 작가자신으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어린왕자를 봐야할지 모르겠지어쨌든 작가는 어린 시절의 좌절의 경험을 통해 그림을 포기했다가 다시 그림을 시작하게 되는 부분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책을 통해 나를 비쳐볼 수 있는 것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중학교 시절 미술시간에 처음에 책가방을 그리는 것이었는데 제가 스케치를 하고 있을 때 미술선생님께서 잘 그린다고 도와주셨었는데 스케치한 것을 색칠할 때 저의 색감각 때문에 다시 그리라는 선생님의 꾸중을 들어야 했었습니다. 아마 그 뒤로도 색칠할 수 있는 감각은 그리 좋아지지 않았나 봅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스케치를 제가 하고 미술부에 다니는 친구가 색칠을 해 주는 바람에 교실 뒤편에 제 그림이 붙어 있는 적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런 저런 핑계로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 때 부터인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언뜻 언뜻했었습니다. 지루한 회의시간이 되면 반복되는 무늬나 내가 확실하게 그릴 줄 아는 도형들을 그리며 백지를 채우고는 했지요. 또 그림 그리는 방법에 대한 책도 주문해서 어딘가에 쳐박어 두었지요. 어린왕자를 읽으면서 그 쳐박아 둔 책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렇게 만난 것이 김충원 씨의 스케치 쉽게 하기라는 책입니다.

 

그렇게 마음이 이끄는 것은 언젠가는 마주할 수 밖에 없나 봅니다. 이제 그림 공부를 시작하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내가 만나는 요즘 같이 아름다운 세상을 내 손으로 담아내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시도를 해라라고 백날 천날 이야기를 해왔지만 나 자신에게도 해당된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김충원씨의 책을 만났는데 아마 이것도 인연입니다. 흔히들 기교파라고 무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오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김충원씨 말에 공감을 하기 때문입니다. 무릎이 아프고 지방간이 심해지면서 살을 빼기 시작했었지요. 3년에 걸쳐서 꾸준히 뺀 몸무게는 건강만이 아니라 자신감까지 저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이제 줄긋기 연습을 합니다. 아래로 내리긋기 위로 올려긋기 쉽지 않군요. 책에서는 10장은 그리고 다음으로 넘어가라고 하는데 10장을 넘어 거의 100장 가까이 연습했는데도 이제 겨우 내려긋는 선이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하는군요.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연필을 쥐는 힘도 떨어지고 글이 자꾸 날라갔었는데 아마도 그 휴유증이 조금은 있나 봅니다. 넘쳐나는 이면지를 이용해서 열심히 줄긋기를 할 것입니다. 마음에 들면 다음으로 넘어가겠지요. 줄을 긋다가 보니 예전에 중학교 시절에 숙직실에서 점심시간에 수학선생님 붓글씨를 쓰는데 먹을 갈았던 기억이 떠오르는 군요. 수많은 연습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말고사에 100점을 맞으면 글 한 장 주신다는 약속을 지키시지 않으셨었지요. 어쨌든 무수한 글씨 연습을 옆에서 지켜본 경험이 이제서야 소화가 되어 내것으로 삼켜지나 봅니다.

 

무수한 연습, 그러나 그것이 고통스러운 연습이 아니라 즐거운 연습이 될 것임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가 진정으로 원했으나 다른 이유 때문에 하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나이 마흔에 시작하는 새로운 그림공부가 사랑하는 내 두 딸에게도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시도를 해보라는 하나의 살아있는 공부가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언젠가 여러분의 멋있고 웃는 모습을 그려드릴 수 있는 그 행복한 날을 꿈꿔 봅니다.

IP *.220.1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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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8.10.26 21:17:07 *.129.207.121
서점에서 만지작 거리기만 하는 책인데, 과감히 시도하시는군요.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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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10.26 21:40:34 *.220.176.3
맑은님 답글 감사드립니다.

벌써 반쯤을 이루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잖아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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