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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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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일 00시 40분 등록

불타는 갑판위에 선 강마에다운 선택

 

사람들은 강마에를 현실세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그는 우리들의 또 다른 내면을 여러가지 각도로 입체적으로 깨닫게 해주는 절묘할 정도로 복잡하게 설계된 대변자다. 그가 내뿜는 독설은 우리가 드러내어 표현하지 않을 뿐 우리안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싶어하는 포장되지 않은 날선 감정을 대변한다. 변화의 길목에서 두려움에 사로잡혀 과거로 회귀하려는 모습은 또 어떤가. 부정하고 싶겠지만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매일 반복하고 있는 전형적인 태도와 너무나도 닮아있지 않은가.

 

그는 자신의 세계로 제멋대로 쳐들어와 이제까지 자신이 공들여 쌓아온 세계관을 뒤흔들고 있는 두루미, 리틀 강건우 그리고 단원들을 원치 않는 변화를 강요하는 적대적인 대상으로 판단하고 너무나도 솔직해서 무섭기까지 한 선언과 함께 그들을 직접적으로 내침으로써 과거로의 회귀를 선택했다. 그의 선택이 옳은 것이었다면 그렇게도 지독한 몸살을 앓을 필요가 있었을까?

 

 

살기위해서 선택한 길이 역설적으로 예정된 죽음으로 그를 인도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지금의 선택이 그에게 또 다른 성장을 담보하는 부활의 전주곡이 될지 그가 불편함 없이 안주해 온 변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착각속에서 남은 인생을 소비하는 오판이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최상의 선택을 위한 고민으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확실한 오판뒤에 오는 쓰라리지만 명확한 깨달음이 더 현명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일단 강마에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정리하고 예전의 활기를 되찾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그가 마음속에서 내친 사람들과의 인연의 끈이라고 할 수 있는 시향과 한국에서의 삶을 정리하지 않았다. 그가 의도한 대로라면 더욱 완벽한 결별을 위해서는 관계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바꾸어야 했지만 현재의 강마에는 이 정도 조치로도 충분하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강마에는 관계의 진전보다 위기에 봉착했을 때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새로운 시장의 도발과 위협이 강마에로 하여금 또 다른 선택하게 만드는 촉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맞서 싸울 것인가 더 멀리 도망갈 것인가 하는 선택말이다. 아마도 시장의 도발을 강마에는 단지 마에스트로 지위를 지키는 문제로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순수한 음악성에 대한 침탈로, 나아가 애써 내쳤던 자기 단원들의 꿈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고 이에 분연히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다시한번 변화의 귀로에 서게될 것이다.

 

 

두루미가 보여주는 삶을 살아가는 지혜

 

두루미는 베바의 그 어떤 캐릭터보다 지혜롭고 강인한 인물이다. 절망적인 상황이 닥쳐오고 사랑하는 이로부터 끊임없이 상처를 받지만 언제나 새로운 희망을 놓치 않으며 자신의 아픔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더 헤아리려 노력한다. 보통사람이라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청력상실이라는 불행한 현실을 담담하게 인정하고 기꺼이 보청기를 사용하고 자기다움의 끈을 이어갈 수 있는 작곡이라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모습에서 나는 어떤 절망적인 상황도 결코 희망을 앗아갈 수 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강마에의 이별선언에 그녀의 대응은 쿨하다는 표현만으로는 충분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 그녀는 그를 사랑하는 순간부터 이런 순간을 예감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마에를 향한 자신의 진심이 그의 뒤틀리고 얼어붙은 마음을 열 수도 있다는 실낱갈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던거 뿐일게다. 그녀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강마에만의 심적 고통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확인했을 때 그녀는 차라리 담담하다. 순간적으로 귀가 들리지 않아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강마에의 슬픈 독설을 더이상 들을 수 없어도 그녀는 더할 수 없이 명확하게 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녀는 헤어지는 순간까지 강마에를 연인으로 대하지 못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강마에를 떠올리며 슬픈 선율을 연주하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다. 그녀의 눈물안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었을까. 아마 그녀를 내친 몰인정한 연인에 대한 원망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느꼈을 고통에 대한 연민이, 그런 연인을 더이상 곁에서 위로할 수 없는 자신의 서글픈 현실이 너무나 처연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리틀 강건우에게 있어 두루미는 상처만 주는 존재일까. 두루미는 리틀 강건우의 의도적인 멀리하기를 이해하고 잠시동안 협조한다. 그러나 그를 이성으로서 사랑할 수는 없지만 특별한 친구로서 여전히 돕고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첫번째 좌절에 그가 흔들릴 때 두루미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단원들의 그에 대한 지지를 확인시키는 두루미의 슬기로운 기지는 그녀를 곱지 않게 바라보던 정희연을 놀라게 한다.

 

자기다움을 너무 중시한 나머지 앞선 이들의 지혜를 벤치마킹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그에게 넌지시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두루미는 타고난 카운셀러다. 그녀 스스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훌륭한 재능의 일면이 강건우와 강마에의 삶에서 빛나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그녀에게 바이올린과 작곡보다 더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은 다른 이들의 자기다움이 세상을 살아가는 공통의 지혜를 통해 빛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면모때문에 나는 두루미가 더욱 사랑스럽다.

 

 

리틀 강건우는 우리들의 젊은시절이다

 

리틀 강건우는 천재적인 재능을 소유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지만 우리들의 설익었던 젊은시절을 대변하고 있는 캐릭터다. 꿈이 아니라 막연하게 별만 바라보던 평범한 젊은이가 동경하는 스승을 만나 꿈을 향해 자신을 던지고 자신보다 더 사랑해주고 싶은 여인을 만나 성숙으로 가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는 모습은 누구나 겪게 되는 성장기의 전형이다.

 

성공보다는 좌절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는 시기, 확신보다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더 가득한 시기, 지혜와 성숙보다는 무모한 도전과 설익은 열정이 더 빛나는 시기, 누군가를 돕기보다는 다른 이의 도움과 격려가 더 필요한 시기 한복판에 리틀 강건우는 서있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믿었던 스승의 이해할 수 없는 고백과 행동에 지혜롭게 대응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가 지금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자신의 음악적 성장을 증명하는 것 뿐이다.

 

 

스승의 독설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하는 리틀 강건우의 모습에서는 아버지를 부정하면서도 그를 닮아가는 당혹감을 느끼는 자식의 마음이, 두루미의 슬기로운 조언에 힘입어 한걸음씩 성장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최후의 지지자로 곁을 지켜주는 어머니의 힘을 떠올리게 된다. 리틀 강건우가 우리들과 다른건 그의 천재성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과 자극에 대해 대처하는 방식이다. 여전히 서툴고 방황하고 상처받지만 그는 세상이 바라보는 시각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지금 눈앞에 있는 현실에 맞서고 있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자신을 낭비하기 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는 점에서 리틀 강건우는 그가 원하는 해답을 자연스럽게 찾게 될 가능성이 크다.

 

 

베토벤 바이러스를 우리들의 스승으로 삼아 보자

 

혹자는 일개 드라마에서 무슨 그런 거창한 의미를 찾느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들에게 필요한 중요한 메시지는 거창한 무엇인가에서 얻어지기 보다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우리 가슴속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나는 가장 대중적이라는 영화, 소설, 만화, 음악 등을 통해서 인생의 지혜를 깨우친 경험이 누구보다도 많다. 우리가 만들어내고 우리가 주인공이며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베바속 인물들에게서 당신에게 필요한 지혜의 조각들을 찾아내라. 닮고싶은 모습이 있다면 무엇이 그런 모습을 가능케 하는지 주목하고 그들의 모습을 통해 실감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당신안에 남아 있을 부정적인 감정과 태도가 있다면 가차없이 내쳐라. 꿈, 재능, 열정, 자기다움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깨우치고 당신의 삶에서 그걸 되찾기 위한 여정에 나서라. 그대를 이끌 스승을 찾고 자신보다 더 당신을 사랑해 줄 수 있는 연인을 찾아 나서라.

 

당신의 삶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환상의 나라가 아니라 같은 생각과 느낌으로 동반자의 길을 걷고 있는 마음으로 이 드라마를 지켜보도록 하자. 이제까지 보다도 훨씬 더 생생하게 당신 안으로 이 드라마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가 스며들 것이니. 이런 마음으로 강마에, 두루미, 리틀 강건우 그리고 단원들의 여정을 응원하고 아름다운 결실의 순간을 함께 하도록 하자.

 

IP *.100.109.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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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이은남
2008.11.02 05:42:43 *.215.56.222
베바를 열심히 보는 펜으로써 한 마디:

강마에: 아하..그렇게 쉽게 어떤 따끈 뜨뜻 황당한 기분에 무너져 내리고 마는 그것에 요즘 약간 실망… 겨우 그거였남? 묻고 싶은 거..
그러니깐, 음악(제 아무리 클래식)이라는 게 사람 나고 음악이지 음악 나고 사람인감?
사랑 땜시 자신이 자부하던 음악이 흔들리고 어쩌고 하는 거 쫌 강마에 답지 않다는 거.
세상의 모든 현상은 그 기반에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거이 대단히 중요)
강마에, 너 그런 것도 없이 음악했던 거냐? …. 앞으로 좀 험한 길 걸을 것 같다…^^

두루미: 노 코멘트…(암튼 그대의 순수함이 누군가에게는 잘 통하길 바래..)

리틀 강건우: 가끔 화면의 얼짱 각도가 멋져 보이네….드라마 속에서 건우의 멋진 반전을 노리는가 하면 반대로 그의 눈물이 보고 싶기도 하다는 이런 뵨태스런 중년..^^;;
그런데 만약 이런 인물이 현실적으로 내 곁에 있다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을 지도…..

아니 사실 있다면 정말 눈물나도록 좋겠지만 내가 강마에만큼의 인물이 아니란 것에 대한 뼈아픈 자각에.. (무쟈게 부럽다. 강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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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8.11.04 21:02:29 *.105.212.77
강마에같이 부러운 구석이 많은 인물도 향인님이 지적했듯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도 당연해 보이는 일면에서 한없이 나약함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 이 드라마를 통해 던지는 작가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어요.. 변화, 재능, 꿈, 관계라는 화두가 곳곳에 담겨있어서 참 미칠 수 밖에 없는 드라마죠. 자신에게 없는 다른이들의 재능과 기질을 부러워하는 시각에서 자신에게 이미 존재하는 것을 아름답게 빛나게 할 수 있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절실해지는 요즘입니다. 향인님다운 댓글 반가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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