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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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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9일 18시 10분 등록

놀랄만한 열정의 소유자를 만나다

 

며칠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평소 형제이상의 우애를 쌓고 있는 10년 터울의 윗동서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우연히 알게된 목사님 한분을 같이 만나고 싶다는 전화였습니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저에게 목사님들과의 교류는 흔치 않은 일이었지만 윗동서에게 특별한 제안을 했다는 이 목사님은 웬지 만나보고 싶어져서 흔쾌히 응하기로 했죠. 그 특별한 제안이란 자기다운 일을 찾고 있던 50대의 윗동서의 책임재능을 단박에 알아 보시고는 농사를 같이 한번 지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딱 한번 윗동서를 만났다는 이 목사님의 제안은 큰 기대를 갖기에는 다소 생뚱맞은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생활에서는 이런저런 세속적인 잣대로 힘들어 하던 우리 형님이 하고 싶어하고 상대적으로 잘 할 수 있는 농사일을 제안했다는 것만으로도 한번 만나서 얘기를 들어볼 가치는 충분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이 목사님에게 반해서 이런 글을 쓰게 될지는 꿈에도 생각못했었죠..^^

 

 

양평군 용문면에 위치한 삼성충신교회에 도착할 무렵 목사님은 교회앞에 쌓인 은행잎을 손수 만든 것으로 보이는 튼실한 싸리빗으로 치우고 계셨습니다. 이제 70대를 눈앞에 둔 연로하신 분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는 정정함에 우선 놀랐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힘찬 악수속에서 직관적으로 이 분이 범상한 분이 아님을 눈치채고야 말았습니다.

 

목사님이 들고 계시던 싸리빗을 바람같이 낚아채서 낙엽청소를 시작한 윗동서를 바라 보며 이런 재밌는 얘기를 해주시더군요. "옛날에 새로운 머슴이 오면 주인장은 제일 먼저 마당청소를 시켰답니다. 청소하는 모습 하나만 봐도 머슴의 적정쇠경을 결정할 수 있었죠. 상일꾼(머슴계의 최고봉)으로 판명되면 일년에 쌀 일곱마지기를 쇠경으로 주었는데 오늘 이선생님 형님 하시는걸 보니 능히 상일꾼이라 할만하네요.."

 

 

68세 목사님이 빨간양복을 입는 이유

 

목사님께 인사를 드리고 제 명함을 하나 건넸습니다. 빨간색 바탕의 제 명함을 받아드시고는 목사님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건네시며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빨간색에 담겨있는 의미를 알고 계시지요?" 사실 생소한 제 직업을 명함 한장 받아보고 제대로 이해하시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목사님은 단박에 제 일의 속성과 지향하는 바를 꿰뚫어 보시고 힘이 나는 덕담을 해주셨습니다. 이때만 해도 기분이 업되긴 했지만 목사님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아챌 수는 없었습니다.

 

다과를 앞에 두고 목사님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목사님이 아시는 양복점 주인이 불황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가게운영으로 TV에 출연하게 되었고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목사님이 함께 출연해서 인터뷰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답니다. 그리고 촬영에 들어가기전에 양복을 한벌 선물해 주시겠다며 옷감을 골라보라 하셨는데 뜻밖에도 보통의 목사님들이 선택하는 권색이 아니라 젊은 사람도 선뜻 선택하기 위한 쌔빨간 옷감을 고르셨답니다.

 

맨앞줄 가운데에서 오른쪽에 계신 우리의 빨간양복 목사님..^^;

 

양복점 주인은 당황해 했지만 목사님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분이 아님을 알기에 뜻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아셨답니다. 그렇게 해서 목사님은 빨간양복을 얻게되셨고 결혼식에서 주례를 보시거나 당신이 설립한 월천장학회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 양복을 입고 다니셨답니다. 청소년들에게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빨간양복에 담긴 열정과 도전의식을 심어주고 싶으셨던거죠. 새로이 가정을 이룬 부부들에게도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나가라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전달하고 싶으셨나 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느끼셨겠지만 이런 삶을 향한 자세를 세상의 시선이나 목사라는 지위를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게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드뭅니다. 저는 빨간양복에 담긴 목사님의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마음에 감동했습니다. 십시일반의 개념이 녹아 들어있는 월천장학회(2001년부터 청소년 육성을 위한 100년운동을 목표로 월 1,000원의 장학기금을 모아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설립)와 청소년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지역민이 직접 참여하는 광복절 행사를 수년간 주최해올 수 있었던 것도 이분이 나이를 초월한 열정의 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벌써 7년째 꾸준히 치러오고 있는 진짜 참여형 중랑지역 광복절 기념식..^^ 

 

 

홀대받는 가능성의 땅, 농촌을 살리려는 꿈

 

목사님은 요즘 또 다시 원대한 꿈을 그려가고 있습니다. 매일 반경 3km 정도 거주지인 양평군 용문면 일대를 산책하면서 버려진 농촌마을의 구석구석에 담긴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합니다. 농사짓는 일이 더이상 부가가치가 없는 것이라 단정짓는 사람들의 고정관념과는 달리 목사님은 이곳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하며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우리가 꿈을 꾸는 한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것을 목사님은 당신의 지나온 삶을 통해 확신하고 있습니다.

 

우리 형님에게 목사님은 건강한 농촌운동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자는 비전을 제시합니다. 목사님이 지인을 통해 경작권을 확보한 버려진 농지 1,800평이 그 시작입니다. 우리는 아직은 가능성을 황량한 잡초밑에 묻어두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황무지로 밖에 보이지 않는 드넓은 농지위에서 피어날 아름답고 성실한 땀의 결실을 미리 그려봅니다. 넘어야 할 장애물과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많다해도 욕심과 조급증을 버리고 하루하루 성실하고 슬기롭게 희망을 가꾸어 나가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해맑게 웃고 계신 빨간양복 목사님의 모자도 역시 빨간색..^^

 

농촌에서 미래가 없다고 떠나간 사람들, 도시생활의 팍팍함에 상처받고 지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건강한 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목사님의 새로운 꿈은 이제 막 발걸음을 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황당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훨씬 더 이른 나이에 희망과 가능성을 지레 포기하고 살아가는 더 많은 젊은 사람들에게 목사님은 당신의 열정을 조금이라도 더 심어주고 싶어 합니다. 시간이 좀 더 흐른후에 목사님이 심어둔 이 희망의 씨앗이 풍요한 결실로 나타나는 날 그 바람은 더욱 더 생생하게 이루어질 것을 저는 믿습니다.

 

이 글을 빌어 20대의 활화산 같은 열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길에 도전하며 삶의 귀감이 되주신 삼성충신교회 김동섭 목사님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어떤 인연으로 당신의 새로운 꿈의 여정에 참여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힘이나마 그 희망의 프로젝트에 보태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그리고 목사님이 보여준 참된 열정을 제 삶에서도 옹골차고 패기있게 녹여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것이 목사님이 꿈꾸는 세상을 만드는데 작지만 의미있는 밀알이 될테니까요. 언제까지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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