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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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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26일 16시 00분 등록

첨삭지도라는 방식이 있다. 누가 되었든 글쓰기를 지도하는 사람이 지도를 받는 사람이 쓴 글에 첨삭을 해 주는 방식이다. 나는 이 지도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정말 신뢰하고 인정할 수 있어서 그 사람의 문체와 정신세계를 그대로 모방하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이득보다는 폐해가 더 많을 것 같다. 나를 지도해주는 사람이 나보다 약간 앞섰을지는 몰라도 신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특정인의 주관과 취향 안에 나를 가두는 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첨삭을 할 때 알아보기 쉬우라고 주로 ‘빨간 펜’을 사용하는데, 내게는 ‘첨삭지도’하면 ‘피칠갑’한 귀신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합평회’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도 지도하는 사람의 주관이 크게 작용하고, 목소리 큰 사람의 횡포가 있다. 개인차야 있겠지만 누구나 다른 사람의 의견에 초연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신경 쓰다 보면, 내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죽도 밥도 안 될 것이다. 소설가 김영하도 ‘합평회’의 역할에 대해 지독한 평가를 내린다. 그는 합평회가, 예전에 더러 있었던 전혀 교사답지 못한 교사의 체벌과 같다고 말한다. 수업시간에 떠들다 걸린 두 학생을 앞으로 불러내어 계속해서 서로 따귀를 때리게 하는 체벌! 처음에는 상대방을 생각해서 살살 때리기 시작하지만, 내가 상대를 배려한 것보다 아프게 맞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갈수록 강도를 더해 손을 올려붙이게 되듯이, 공격적이고 혹독한 비평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글은 쓴 사람이 직접 고쳐야 한다. 글을 쓰고 난 뒤 최소한 하루는 멀리 해야 한다. 그래야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내 글’을 ‘남의 눈’으로 볼 수 있을 때 그 때 수정이 가능하다. 간혹 수정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좋은 글의 원칙이 ‘수정, 수정 또 수정!’이라고 강조한 사람은 부지기수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소설을 쓸 때 집중해서 쓰고 한 달 정도 숙성을 시켰다가 그 다음에 집중해서 수정을 한다.


그는 ‘해변의 카프카’를 작업할 때 쉬지 않고 180일간 써서 초고를 끝낸 후, 한 달간 쉬고 나서 두 달에 걸쳐서 수정을 했다고 한다. 그 후에 또 한 달간 쉬면서 원고를 숙성시키고, 또 한 달간 수정을 했다. 다른 장편소설의 경우에는 1년에 걸쳐 소설을 쓴 후, 그 다음 1년에 걸쳐서 총 열다섯 번 가량 고쳐 썼다고 한다. 필요한 만큼, 납득할 수 있는 만큼 수정을 거쳐야 비로소 세상에 내놓을 만한 작품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정여울도 ‘구토가 나올 때까지 고치지 않은 글은 두고두고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그들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수정의 맛을 알고 있다. 글을 쓰고 나서 열 번 읽으면 열 번 고칠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읽을 때마다 고칠 것을 발견하는 재미에 빠질 정도이다. 어떻게 조금 전에는 이것이 눈에 띄지 않았는지, 한 번 더 읽으면 또 무엇을 발견하게 될 지 신기할 뿐이다.


결국 내 글이든 남의 글이든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 식상할 정도로 흔한 말이지만 이것은 여전히 사실이다. 내 글을 쓰는 사이사이 남의 글을 읽는다. 가끔 글쓰기에 대한 책도 읽어준다. 그리고 내가 쓴 글을 스스로 고칠 수 있을 때, 그 때 우리의 글쓰기 실력은 순식간에 업그레이드된다.



무라카미 하루키 부분은 임경선의 ‘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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