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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5일 06시 03분 등록
'크로스 포인트'라는 디자인 회사 있습니다. 엑스캔버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힐스테이트, 참이슬, 이브자리등의 브랜드를 디자인했습니다.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은 BI, 즉 브랜드 아이덴터티 디자인입니다. 제품의 본질을 파악해서 세련된 카피와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것이 그들의 일입니다. 다시 말해 제품의 정체성을 좀 더 분명하고, 명료하게 만들고자 애씁니다. 본질은 덜어냄으로써 드러납니다. 이것 저것 가져다가 붙이면 더 흐려질 뿐입니다. 로고와 패키지만 그 상품에 어울리게 바꾸어도 매출이 올라갑니다.

흔히 변화를 이야기할 때, 무엇인가를 '더 하기'를 생각합니다. 새로운 경영 방식이나, 시스템 도입, 외부 컨설턴트...조급한 마음에 눈에 보이는 것을 바꾼 것을 변화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명함을 바꾼 것도 변화라고 이야기합니다. 의사가 일식요리사가 되거나, 광고쟁이가 오지탐험가가 되고...

이런 변화는 자칫 현업에 대한 도피가 될 수도 있고, 심지어 경력이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변화는 여기에서 저기로 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기'입니다. 본질을 찾아내서 드러나게 만들기 때문에 변화는 디자인입니다.
예전 교토에 갔을 때, 돌정원을 본 적이 있는데, 극단적인 생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은 디자인 강국입니다. 단순하고 명료한 디자인 정신이 사회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 도시는 바둑판처럼 일직선이고, 비지니스도 깔끔합니다. 그들은 한 치의 오차가 생기면, 불안해 합니다.

비슷한 것끼리 묶고,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것이 정리이자, 디자인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것 부터 정리합니다. 몸부터 정리를 하면, 정신과 마음도 정리가 됩니다. 운동을 해서 불필요한 지방을 태워버리면, 생각도 단순해집니다. 반면 세상만사 관리하지 않으면(디자인하지 않으면) 복잡해집니다.

라이프 스타일 또한 그렇습니다. 해야할 일은 많고, 분주하지만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렇게 살고,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기에 답답합니다. 분주함은 복잡함에서 비롯되고, 결단력 없는 시간을 정당화 시켜줍니다.

콘텐트와 경력과 실력은 고여있을 때만 빛을 발하기에, 고이고 쌓여지고, 농축되기 위해선 가지를 치고 움직이지 말아야 합니다. 업을 어떻게 디자인할것인가? 변하기 위해서 더하기만 생각했습니다. 자기개발하면 무엇인가를 더 배우고,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떠올리지 않습니까? 변화하겠다고, 학원다닐 필요도 없고 전직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 천직입니다. 다양함 추구는 본업에 대한 게으름과 도피입니다. 시간이 가면, 업의 정수가 추출될 겁니다. 강점이 강선이 되고, 자연스럽게 일가를 이루며, 삶은 풍요로워지리라 믿습니다.

현.장.에. 더 깊이 침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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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
2008.07.13 10:35:25 *.215.128.1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일보다는 삶에서의 빼기를 실천 중입니다. 살다보니 너무 많은 것이 더해졌습니다. 그중에 몸무게도 많이 더하기되었지만, 지금은 20대 체중으로 돌아갔습니다. ^^

아직 저는 일에 대해서 확고한 길을 가지않기에 일에 대한 다양한 추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 일을 찾을 때 본업에 대한 게으름과 도피의 다양한 추구를 빼기로 하겠습니다.

다시한번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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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8.07.18 01:02:55 *.129.207.121
뱃살이 빠지니까 확실히 생활이 날렵해졌습니다. 해야할 일도 뭉게기 보다 빨리 해치우고....... 뱃살이 변화의 적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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