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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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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17일 12시 19분 등록
 

내 글쓰기강좌 2기가 시작되었다. 6명으로 조촐한 숫자이지만 참 좋다. 처음도 좋았지만 두 번째는 더 좋다. 불과 한 달 만에 내가 한걸음 나아간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첫 강좌를 할 때는 글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글쓰기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핵심을 알려 주고, ‘그냥 쓰라, 글쓰기는 오직 글을 쓰는 가운데 익힐 수 있다.’고 강조하는 데서 그쳤다. 내가 글을 쓰면서 자기표현의 쾌감을 느낄 수 있었고, 계속 쓰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고 궁리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기에 남들도 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서 또 단계에 따라서는, 첫걸음을 떼지 못하여 막막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원인으로 내가 추측할 수 있는 것 두 가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첫째, 정말로 ‘쓸 것’이 없는 경우.

보통 우뇌는 감각, 직관, 상상, 자발성, 재미, 원시적 표현을 관장하고, 좌뇌는 논리, 판단, 절제, 초점, 위트, 언어의 정확성을 관장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좌뇌가 발달하여 주로 좌뇌의 기능에 의존하는 사람은,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판단 외에는 길게 이어갈 말이 없기도 할 것이다. 두 세 줄 쓰고 나면 할 말이 없다는 사람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분들은 우뇌의 활용을 훈련하면 좋겠다. 자동기술법이 유용하다. 판단기능을 작동시키지 말고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쓰는 것이다. 머리와 손의 거리를 단축시킨다고 할까, 모닝페이지, 부치지 않을 편지, 일기, 브레인스토밍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모닝페이지와 일기의 효과는 널리 알려져 있으니 누가 얼마나 습관화시키느냐의 문제이다.


나에게 상처를 입혔거나  분노하게 만든 사람에게 부치지 않을 편지를 쓰는 것도 효과적이다.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감정해소가 되거니와, 분노와 상처의 기저에 깔려 있는 나의 무의식을 감지할 수도 있다. ‘쏟아내기’의 유용함이나 쾌감을 맛보게 되면 계속 나아갈 수 있다. 또 단어뿐만 아니라 문장으로도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 있다. 글감에 대해 혹은 선택해야 할 사안에 대해 5분에서 10분 정도 손을 멈추지 말고 써 내려 가라. 내 안에 들은 것을 토해내는 데 아주 유용하다.


둘째, 체험을 절단하여 ‘글감’으로 가져오는 데 서툰 경우.

고미숙은 공부의 최종심급이 글쓰기라고 한다. 나는 거기에 한 가지 더 보태어, 공부와 삶의 최종심급이 글쓰기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의미 있는 경험도 글을 통해 정리되고 보존됨으로써 생명을 얻는다. 눈뜨고 접한 모든 직간접의 경험, 심지어 꿈속의 일까지가 모조리 글감이다. 이 광대무변한 글감의 보고 중에서 어떤 것을 채취하여 한 편의 글로 전환시킬 것인가. 여기에는 글 쓰는 사람의 가치관과 취향이 실린다. 글감을 택하는 것은 한낱 기능이 아니라 실존의 문제이다.


세상에 대고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 하고, 내 목소리에 대한 자긍심이 있어야 한다. 글쓰기에는 전존재가 실리기 때문이고, 그것이 우리가 글쓰기를 계속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것은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 꾸준히 훈련해야 할 영역이다. 폭넓은 독서를 해 나가면서 ‘할 말’의 저수지를 채울 것,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말하는 방식’을 익힐 것! 아주 재미있다. 나는 그대에게 이 재미를 알려주고 싶어서 입이 간질간질하다.




@ 매 홀수달마다 글쓰기강좌를 하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카페 http://cafe.naver.com/writingsu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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