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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9일 01시 45분 등록
여성의 날이다. 내게 영향을 많이 주는 여자는 두사람이다. 아내와 어머니. 난 지금까지 어머니가 바라는대로 살았다. 5년 전에 어머니는 가슴에 몽우리가 잡힌다며, 삼성제일병원에 입원했다. 그리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 전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사무실에 있는데,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암이다. 조직검사를  해야, 어느정도인지 안다고 한다. 검사결과가 나올려면 일주일이 걸린다. 그 일주일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다. 내게 어머니는 강한 존재다. 남들이 보더라도 어머니는 강하다. 그녀는 맨손으로 지금 사업을 일구었다. 그런 어머니가 죽음의 공포에 떠는 모습은 충격이었다.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은 슬프다. 그때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암 0기다. 암이 진행되기 전의 단계다.

그 다음해에 아내를 만나서 결혼했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 아들을 낳았다. 또 그 다음해에 딸아이가 나왔다.  아내와 나는 아이를 잘 만들고, 잘 낳았다. 가끔 아이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상상을 하곤 한다. 손자와 손녀를 보자, 어머니는 예상대로 기뻐하셨다. 손주들과 노는 시간이 누가 보아도, 그녀에게 유일한 낙이다.

아이가 생기자, 아내는 회사에서 짤렸다. 내 월급만으로는 살림을 꾸려나가기 어려웠다. 그래서, 장사를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가게에서 일을 해왔는데, 장사가 세상에서 제일 싫었다. 12시간 넘게 손님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한 팀이 빠져나가면, 약속이나 한듯이 다음 팀이 그 자리를 메꾼다. 밥은 커녕, 한숨 돌릴 틈도 없다. 그만들어오라고, 손님을 때리고 싶을 정도다.

지금도 그렇다. 오늘 같은, 월요일에는 손님이 없다. 우리집만 없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크게 오픈한 집이 있으면, 그쪽으로 손님이 쏠린다. 그래도 기분이 안좋고,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앞집으로 손님이 쏙쏙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배가 아프다. 우리 가게는 테이블이 많고, 홀이 넓은데, 손님이 없으면 휑한 느낌이 든다. '장사가 안되는 집'이라는 인상을 줄수가 있다. 때문에 손님이 없으면, 가게를 힐긋 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에 위축된다. 손님이 많거나, 적거나 장사는 마음이 편할 수 없고, 피곤하다.

그래도 장사를 하니까, 수입면에서는 월급 받을 때 보다 좋다.  손님 없어서 가슴 조리고, 휴일 없이 사는 것이 금전적인 보상으로 온다. (물론, 모든 장사가 수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많은 가게가 인건비도 제대로 안나온다. )

어머니는 아들에게 기대가 컸나보다. 장사를 하는 아들을 못마땅해하신다. 난 그런 어머니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지금까지 살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 보다는 어머님이 원하고, 응당 그래야 할 것들을 선택했다. 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구색은 갖추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나를 여전히 못마땅해하신다.

김어준 딴지일보 발행인이,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는 연습을 하라'고 했다. 청개구리 처럼 반항하라는 의미는 아닌것 같다. 모든 인간관계의 시작은 부모님인데, 난 내 의견을 주장하기 보다 상대의 요구에 나를 맞춘다. 무리하게 맞추다 보니, 약속을 못지킨 경우도 많다. 거절한다는 것. 은 용기가 필요하다. 난 이렇게 생겨먹었으니, 쓸려면 쓰고, 아니면 말라는 배짱. 사실 용기랄 것도 없고, 그게 자연스러운 삶이다.

생각해보니, 남의 기준에 나를 맞춘다는 것은 불행하다. 힘은 힘대로 들고,  절대 상대의 기준에 다다를 수가 없다. 무엇보다 내 인생이 아니다.  연애할 때도, 자기 주장 없이 상대에게 맞추기만 하면, 매력이 없다. 이리저리 이용당하다가 버림 받는다.

난 부모님의 기대를 조금씩 저버릴 것이다. 이건 하루아침에 안된다. 기도와 명상이 필요하고, 매일 준비해야할 일이다. 난 나쁜놈도 아니고, 후레자식도 아니다. 단지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을뿐이다.
IP *.129.20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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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연
2010.03.09 10:43:02 *.142.217.240
부모님이 원하는대로 사는 것은 불행한 삶입니다.
특히 부모형제들과 너무 화목하게 살려고 하는것도 불편한 삶인것 같습니다.

우리 부모님과 형제들은 각자의 색깔이 강합니다.
그래서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색깔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말 보기 좋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내 가족들이 자랑스럽습니다. ^^

맑은님! 
드디어 회사에 사직통보를 했습니다.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리고 마음이 흥분됩니다. 
쉽게 진정되질 않을 것 같습니다. 

전 이제 저도 모를 나의 길을 찾아가겠지요..^^ 
기대가 큽니다. 그만큼 불안도 큽니다..^^

한달후 퇴직하면 점심이나 맛있게 드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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