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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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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10일 12시 41분 등록
 

이 책에서 인상 깊은 ‘말놀이’ 2탄은, 저자가 ‘글쓰기 준비운동’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날마다 맨손체조를 하듯 5분씩 글쓰기 힘줄을 풀어주는 버릇을 갖는 것. 방법은 5분 동안 계속해서 종이 위에서 펜을 놀리는 것이다. 생각을 하기 위해 펜을 멈추면 안 된다. 손을 놀리면서 종이 위에서 생각하기! 문법이나 맞춤법을 무시하고 하나의 낱말, 문장, 혹은 아이디어를 붙들고 종이 위에서 뒹굴며 논다.


자동기술법의 한 가지로 보이는데, 키워드가 있다는 것이 모닝페이지와 조금 다르다. 문장으로 하는 브레인스토밍이라고 해도 좋겠다. 쓰고 싶은 주제는 있는데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지 모를 때 유용할 것 같다.  말놀이를 할 때 조심할 점은 너무 진지하지 않게 가벼운 마음으로 하는 것이란다. 커다란 기대를 하지 않고 놀이하듯 접근해 보면 얻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나는 이 말도 믿는다. 재미와 감각, 직관과 원시적 표현을 담당하는 우뇌의 활동을 풀어주는 연습이기 때문이다. 무슨 일에든 너무 골몰하지 않고 나를 내려놓을 때 오히려 아이디어가 더 잘 떠오른다. 그 후에  이것을 글로 옮길 때의 짜릿함이라니! 그 맛에 나는 계속 글을 쓴다. 저자가 이 책을 쓰는 동안 했다는 ‘준비 운동’역시 매혹적이다.


아이디어는 즐겁고 신나고 얼큰한 것. 종이 위에서 구르는 낱말들의 육감적인 느낌이 좋다. 찬란하게 더러운 느낌. 손가락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흐뭇한. 공책 종이의 매끄러움, 종이 표면에서 사각거리는 이런 저런 펜들의 감촉이 좋다. 아이디어와 씨름을 하는 것이 즐겁다. 아이디어에게 언어의 옷을 입히는 것, 온 세상의 눈길을 끌도록 고혹적인 옷을 입혀서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 즐겁다. 대형 조각그림 맞추기처럼 사소한 낱말들을 모아서 커다란 그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겁다. 보이지 않는 독자들과 대화하는 것이 즐겁다. 창조의 물결이 일렁이며 넘쳐흐르는 순간의 두려움과 경이로움, 작렬하는 듯한 도전의식. 뭔가 꿈틀거릴 때까지, 무슨 일인가 일어날 때까지 맹렬히 글을 쓰며 버티는 것이 즐겁다. 글쓰기에 대한 내 얘기는 소박하고 때로 경박하지만 항상 실현가능한 것이다. 나는 뭔가 배우고 있을 때 행복하다. 글쓰기는 곧 배움이고 깨달음이다. 글쓰기는 곧 놀이이다.


글쓰기강좌를 이제 막 시작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와 불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겠다. 잘 하는 것이라곤 딱 한 가지 글쓰기뿐인데  쓰지 못하고 있다는 사람이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쓸 수 없게 되었는데 일상에 떠밀려 묻히고 말까봐 두렵다고 했다. 젊은 날에는 글쓰기와 제법 친했는데 오랜 시간 공문서만 작성하다 보니, 문체가 너무 딱딱해져 고민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기질과 상황으로 보아 글을 쓰면 참 좋을 것 같은데 도저히 시작을 못 하는 사람도 보았다.  그들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팁이나 규칙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 누가 말놀이 한 가지라도 꾸준히 하느냐의 문제이다. 그리고 그 작은 몸짓이 가져오는 변화는 너무나 엄청나서,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뒤집어 버린다. 


참고도서: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 로버타 진 브라이언트, 예담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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