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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11일 12시 29분 등록
러셀의, '서양 철학사'가 인상 깊다. 물론, 두꺼워서다.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평생 읽지 않을 책이다. 나뿐만 아니라, 읽을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요즘은 300페이지 이상되는 책은 안팔린다고 한다. 나도 2,3시간이면 읽어치우는, 경제 경영서를 읽어왔다.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는 생각이 없어진다. 이래라, 저래라, 라는 문장들을 보면 마취가 된다. 열심히 읽는다고, 자기개발이 잘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자기개발서는 '쵸콜렛'이다. 갑자기 열량이 높아지면서, 일시적으로 흥분한다. 탄약이 장전된 것 처럼, 몸이 달아오르는데, 오래 가지는 못한다. 기껏해야 하루다. 그래도 중독성이 있어서, 담배처럼 땡긴다.

자기개발서로 개발된것은, 엉뚱하게도 독서력이다. 자기개발서도 책인지라, 읽다보니 책과 친해졌다. 책 읽은 습관도 만들어준다. 전철안에서는 물론, 엘레베이터 안 등,  조금이라도 틈이 있으면 책을 읽는다. 많이는 아니지만, 열심히 읽었다. 골프장에서 손님 기다리며 읽고, 심천에서 홍콩 넘어오는 기차에서 읽고, 비행기 안에서 읽고, 신혼여행 가서 읽고, 회사에선 몰래 짱박혀서 읽었다. 독서는 관심 가는 분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은 것같다. 교양 이나 고전이 좋다고, 무턱대고 읽으면 독서에 흥미를 잃는다.

많은 도구와 방법을 습득했지만, 기분이 우울하거나 지치면  그 방법들은 무용지물이 된다. 도구가 있어도, 쓰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식이나 정보는 변화의 동력이 되지 못한다. 상위에 있는 것은, '왜?'라는 질문이다. 자기개발서는 질문하지 말고, 일단은 지르고 보라고 말한다. 기본을 만들고, 재빨리 업데이트하라고 한다. '왜 그렇게 해냐'하느냐 묻지 않기에, 어는 순간 회의에 빠지고, 전원이 나간 로보트처럼 멈춘다.  질문하고, 답하는 것이 철학이자, 문학이며 인문학이다. 왜 해야 하는 지 스스로 알지 못하면, 그것이 지옥이다. 의미를 찾았다면, 군대에서 삽질도 즐겁다.

광화문 교보문고부터 영풍문고, 반디까지 서점 순례를 하다. 눈에 들어오는 책들이 이전과 다르다. '이전'이라 함은, 서양철학사를 읽기 전과 후다. 두껍고 남들이 안읽는 책을 읽어야 한다. 정말이지 몇백부 팔리지 않는 책을 내놓는 출판사가 존경스럽다. 남들이 안읽는 책을 읽어야,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다. 사람들은 책에서 멀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무선 단말기가 유행이다. 아이폰 출시이후 데이터 통신 사용량은 100배가 늘었다. 컴퓨터 인터넷 접속 시간도 줄었다. 손안의 아이폰 삼매경이다. 책을 안 읽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조금씩 읽었던 사람도, 화려한 멀티미디어를 즐긴다. 책 읽는 사람은 더 희귀해지고, 가치는 높아진다.

스마트폰의 강점은 '즉시성'이다. 강남에서 맛집을 찾으면, 평생 본적도 없는 친구들이 재잘재잘 대답해준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사진과 약간의 느낌을 더해서 블로깅할 수 있다. 오늘 같이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라디오 교통정보 보다, 트위터가 더 빠르다. 즉시성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축적 되지 않기에 가볍고, 휘발한다.

서점에서 책들을 보면서, 나는 그동안 무엇을 읽었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었는데, 왜 변하지 않는가? 책에서 얻는 것은, 책 안의 내용이 아니다. 책을 집필하기 위해  흘린 작가의 땀이다. 책의 내용이 중시되다 보니, 그 내용을 만든 작가는 투명인간이 되어버린다. 칼융 만큼이나, 칼융의 전기를 쓴 사람도 대단하다. 1000페이지 짜리 책을 쓸려면, 어떤 각오와 노력으로 집필을 했을까? 놀랍게도, 지금껏 작가의 노력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들에 비한다면, 난 아무것도 아니고, 내가 한 노력도 대단한 것이 아니다. 

무엇을 읽어야 하고, 어떻게 읽어야 하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고민했다. 이번 레이스에서 어느 정도 찾았다.
IP *.129.20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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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3.11 13:31:10 *.36.210.228
연구원 합격은 마음먹기에 따라 가능할 수 있고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자신과의 약속이 먼저이기도 하고 결국 실행능력으로 나타날 것이기도 하니까.

그보다
빵을 조절해 나갈 힘이 있는가?
가족에게 잘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스스로의 조바심에 지치지 않고 멀리 갈 수 있는가?

또한
연구원생활은 혼자하는 공부와 연구만은 결코 아니라는 것도 고려해야 할 점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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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3.12 00:10:18 *.129.207.200
빵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사람들과 어울리고, 나누는 공부를 위해서 지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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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희
2010.03.13 14:17:42 *.126.226.75
빵에 대한 염려가 별로 없으신가 봐요..
그러면 짤릴 염려도 없으시겠네요.. ㅎㅎㅎ열심히 하세요 ~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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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2010.03.16 01:51:08 *.161.214.140
뉴스에 보니까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다음달 4월부터 8월까지 내부공사관계로 휴점한다고 합니다.
내 기억으로는 20년만에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 같습니다.
좀더 아늑한 공간에서 책을 읽고 고르는  행복한 공간으로 바뀌었으면 하네요.

교보문고는 종로서적처럼 사라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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