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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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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17일 12시 20분 등록
 

달덩이처럼 빛나던 시인이 있었지
                              -- 봄이 쳐들어와 시를 읽는다


내 가난한 기억 한 모퉁이에

달덩이처럼 빛나는 시인 하나 있네

이 땅의 마지막 청정지역 산골 출신답지 않게

두툼한 어깨의 멀끔한 한량

그에게 미쳤는지 시에게 미쳤는지

외롭지도 심심하지도 않게

한 시절 잘 놀았느니,


“누구 시를 제일 좋아해요?”

어느날 내가 물었겄다,


“난 내 시가 제일 좋아.”


지금은 안다

빈한한 농촌의 장남에서 빤한 가장으로

가도 가도 고단한 길

시밖에 가진 것이 없는

천생 시인의 유아독존


그 때는 몰랐다

그런 게 어디 있냐고 따졌더니,

나희덕의 시가 좋다고 겨우 대답했지


그러고 열 번의 봄이 지나갔다

올 때마다 설레도

끝내 아무 일도 없이 봄은 지나가고

오늘 또 다시 왕림한 봄 속에서 시를 읽는다

나희덕이다


그니가 쓴 것이 아닌데도

직접 고른 시에 붙인 말들이 모조리 시다, 기막힌 시다


열 줄 안팎에 쟁여놓은 그니의 내공, 그니의 언어

시가 거저 쓰이는 것이 아니었구나

시인이 허울이 아니었어

누군가 추천해준 시인 하나가

십년을 에돌아 내 안으로 들어온다

아무개도 아직 건재하겠지

세월은 가고 시가 남았다


시여!

나에게 언어의 비경을 열어줘

산수유, 개나리, 목련처럼 유서 깊은 꽃나무야 그렇다 쳐도

말라붙어있던 잡풀조차 눈부신 잎눈을 달고 있는데

나는 도저히 피어날 길이 없다


마셔도마셔도 목마른 생에의 기갈

피어라 꽃!

그것이 봄의 강령이니

나도 피고 싶다

이 봄에 언어 안에서.



추천도서: 나희덕엮음, 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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