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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30일 04시 55분 등록

케리어 코치(career coach)에게 경력코칭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하루 4시간 자가용 통근으로 심신은 지쳐있었다. 통근 시간과 행복도는 반비례한다.  통근 시간이 길면, 출근하자 마자 지치고,  퇴근해서 스트레스를 풀 시간이 없다. 집과 회사만 왔다갔다하는 일상이 반복되면 폭발한다. 면역력이 낮아져서 사소한 일에 짜증이 난다. 미운 사람이 더 미워지고, 매일 하던 일도 더 지겹다. 통근 시간이 연봉 보다 더 중요하다. 연봉이 많아도 오래 다니지 못하면, 돈도 경력도 쌓을 수가 없다. 

회사는 1년 정도 다녔고, 앞으로 파견 근무는 4개월 남았다. 하루 하루가 지옥이었는데, 케리어코치는 그 4개월을 참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곳으로 갈려면, 적어도 경력 2년이 되어야 한다. 회사에서 쫓아내도, 나와서는 안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의 말은 구구절절 맞다. 명쾌한 결론에 기분이 좋아서 거금을 코칭비로 주었다.

약발은 일주일 정도 갔던 것 같다. 논리적으로 그의 말이 맞아도, 당장 내 몸이 힘든 것은 피할 도리가 없다. 결국 사표를 냈다. 사표에도 종류가 있는데, 박수 받으면서 내는 사표는 바람직하다. 회사생활하면서 진심어린 박수를 받기란 무척 어렵다. 어려운만큼 값진데, 그 경험 자체가 자산이 되어서, 퇴사후 허허벌판에서 힘이 되어준다. 직장 생활에는 고비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그 고비를 넘기면, 한 동안은 평화다. 이런 위기를 맞이하면, 삼자가 볼 때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본인은 심각하게 고민한다. 넘기지 못하고, 퇴사하거나 그만두면 손해다. 직장생활이나 자영업의 성공은 일단은 오래 버티기다. 개인적으로 대기업이라면 10년, 중견기업 5년, 중소기업은 3년이 적정근무기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력서를 보더라도 오래 버텼다면, 기초체력이 있다고 판단한다.  동네 장사라 해도, 1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영업했다면 보통 내공이 아니다.

개그맨 유재석과 양원경은 동기다. 출발은 양원경이 좋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행사 나갈 때 유재석은 새끼 MC로 따라다녔다고 한다. 잘나가던 양원경은 언젠가부터 TV에서 안보였다. 그 사이 유재석은 상대를 자신보다 띄어주는 진행으로, 국민MC를 먹었다. 출연료 랭킹 1위다. 출연료만 그렇고, 그 외에 광고나 행사비용까지 합한다면 수익은 엄청날 것이다. 유재석이 잘 나가자, 양원경도 TV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는데, 예전의 명성을 되찾거나 유재석을 넘기는 어려워보인다.

중학교 때, 선생님은 지속성의 중요성을 다음 예로 말씀해 주셨다. 새싹이 두 개 돋아났다고 치자. 하나는 빌빌 거리고, 하나는 싹이 좋다. 빌빌 거리더라도, 성장을 멈추지 않으면 결국 열매를 맺는다. 아무리 싹이 좋아도, 가꾸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된다. 꾸준히 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이유다. 뛰어난 사람은 건방져지기 쉽다. 제 잘난 맛에 주어진 기회를 함부로 다룬다. 유재석과 양원경을 보더라도,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실력이 아니다. 실력이 있어도, 뛸 무대가 없다면 사람은 성장하지 못한다. 윗사람에게 잘보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왜곡된 자아, 이를테면 우물안에서 스스로 잘났다는 태도, 상대가 못났다는 의식, 나는 이런 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는 오만으로는 결국 오래 붙어있을 수 없고, 그 공백기간은 자신에게 데미지가 된다. 대학생이건, 직장인이건 휴학하고 공백기 가져서 좋은 게 없다. 휴가라면 몰라도, 몇개월 쉬었다고 하면 좋게 안본다.

동료와의 알력다툼이나 자괴감으로 회사를 그만두면, (결론 부터 말하면) 그만두는 쪽이 진다.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고 자위해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감정적인 퇴사는 경력에 치명적이다. 그때부터 관성이 생긴다. 소위 꼬이기 시작한다. 다음 회사에서 자리 잡기가, 전 회사에서 붙어 있기 보다 몇배가 어렵다.

내가 플레이하는 '판(무대, 일터)'은 내 실력 보다 중요하다. '판'에 붙어 있으면, 어떻게든 실력은 생긴다. 같은 일을 매일 하면, 마술처럼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다. 전문성이란, 빠르면서 강력한 솔루션이다. 생업은 의사부터, 구두닦이까지 매일 하는 작업을 기반으로 한다. 몸에 체화된 작업의 흐름이 그의 전문성이다. 그 전문성은 일관된 일터에서 생긴다.

양원경이 유재석을 못 넘는 이유는 거대한 시간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10년을 열심히 활동해야 하는데, 유재석은 그 10년 동안 놀겠는가? 판을 맘대로 바꾸어서는 안된다. 판을 떠나서도 안된다. 직장인은 매일 도전 받는다. 직장은 버티는 곳이다. '직장은 즐거운 곳'이라는 생각을 암암리에 하기에, 분열되고, 약하다.  힘들고 어렵다면, 제대로 사회생활하는 것이다. 성장은 반드시 고통이 필요하다. 즐거운 성장은 없다.

인간에게 세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적어도 직장에 있어서 만큼은 그때 그 직장이 마지막 기회였다. 덕분에 일찍 자영업으로 왔다. 장사하면서, 결심한 것은 '매일 출근하기'다. 1년반이 지난 지금, 잘 지켜오고 있다.

나의 변화 이야기에 글을 100편 이상 쓰면, 변한다. 점점 내 일이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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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이 변경연에 올리는 마지막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수차례 절필했는데, 담배 끊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밥 먹으면, 대변 보는 것처럼. 책을 읽거나 자극 받으면, 글쓰고 싶어진다. 생각해 보니, 글로 인풋했다고 글로 아웃풋이 나올 필요는 없다. 나의 아웃풋은 현업이다. 글로 아웃풋이 나온다면 번지가 잘못된거다. 

책 보고 글만 쓰는 생활을 해볼까? 생각한적도 있다. 우선 글만 써서 먹고 살 자신이 없다. 아이가 둘이고, 매월 납입해야하는 보험과 연금 상품에 만만치 않은 돈이 들어간다. 무엇보다, 내 씀씀이를 줄일 자신이 없다.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사보아야 하고,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먹어야 한다. 

더 중요한 이유는, 글에 상처가 베어있어야 독자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자산은 책에서 얻은 지식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경험한 상처다. 직장 생활과 퇴사, 적성을 찾기 위한 방황, 왕따...이런 상처를 글로 풀었다. 내가 그렇게도 찾을려고 했던 파랑새는 세상에 없다는 믿음이 글을 쓰면 쓸수록 확실해졌다. 천직이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다. 이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걸렸다. 초창기에 '구직자'라는 아이디로 글을 썼는데, 어떤 분은 댓글로,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넘는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굳이 파랑새가 없다는 진리를 파랑새를 찾다가 포기하고 깨달은 필요는 없는 것이다. 고생해서 알기에는 생산성이 낮은 지식이다.

정말로 작가가 되고 싶다면, 더 상처 받아야 한다. 잘 된 것은 난 상처 받기 쉬운 기질이다. 나뿐만 아니라, 작가들은 콤플렉스와 트라우마로 약하다. 약하기에 민감하고, 작은 자극에 크게 오버하고 놀란 마음을 지면에 풀면서 정리한다. 남들은 무시하고, 잊어버릴만한 일들도 작가는 (겉으로는 안그런척해도) 꽁하게 가지고 있다.그럴수 밖에 없는게, 그 답답함과 울분이 글이나 그림을 풀어내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해야할 일은 미치기 직전까지 세상을 미치도록 사는 것이다. 글쓰기는 그 다음이고.


맑은. 장사 끝내고, 새벽에 피씨방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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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전략
2009.12.05 00:00:45 *.109.192.38
이런 걸 '극사실주의(?)'라고 하는건지 잘 모르지만, 잘 꽂히네요.
글쓰기가 부전공..아님, 복수전공 쯤 되십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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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2009.12.28 10:14:36 *.42.195.39
글에서 몸소 느낀 경험의 지식이 물씬 베어 있네요
참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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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9 12:17:23 *.6.27.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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