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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 식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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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20일 20시 59분 등록
코미디 같은 일

평소처럼 출근을 했습니다.
오후반이어서 1시가 다 되어 서점에 도착했는데
서점에 불이 꺼져 있네요.
‘무슨 일이지?’
그 앞에서 웅성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
분위기가 살벌한 것이 한판 붙을 것 같네요.
그 중심에 부장님이 서서
열심히 사람들을 설득하고 계시고,
또 한 구석에 불안하게 서있는 우리 직원들.

한 직원을 불러서 물어 봤습니다.
“무슨 일이야?”

“북센(도서 도매상)에 어음 6억을 못 막아서 부도 났데”

“그게 무슨 말이야? 어제까지 별말 없었잖아.
이번 주만 넘기면 된다고 안심하라고 했잖아”

“몰라. 사장님은 연락도 안 되고…”

왠지 불안했던 날들.
출판사에서 더 이상 책을 주지 않고,
컴퓨터랑 각종 기기에 붙어있는 압류 딱지.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빚 독촉 전화

이 정도 상황이면 눈치 챘어야 하나요?

하지만 잘 될거라는 윗분들 말씀을 믿고 싶었습니다.
이 고비만 무사히 넘기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던 말들을 믿고 싶었습니다.
창업 초기에 누구나 거치는 과정이라는 말을
눈 딱 감고 믿어주고 싶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냥 믿어 주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그 누구도 탓 할 수 없는 거겠죠.

하지만 직원들에게 아무 말 없이
서점 문을 닫아 걸은 것 만은 이해가 안 되는 식염수입니다.

집에 돌아 오는 길에
발걸음이 무겁네요.
할리보이님이 불러주셨던 ‘걱정말아요 그대’를 떠올리며
힘을 내봅니다.
기운내자구~!!!
앗싸~!!!

그리고 차근 차근 생각해 봅니다.
지금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한가지 남은 희망은
다른 누군가가 이 서점을 인수해 주는 거라고 합니다.
저에게 눈 먼 돈 10억만 하늘에서 뚝 떨어졌음 좋겠어요.
10억이라…
흠…

내일 다시 서점에 가봐야겠어요.
인수자를 찾고,
이것 저것 뒷마무리 하는 것을 도와야겠습니다.
저처럼 열정적인 직원이 있는 걸 알면
누군가 서점을 사줄지도 모르잖아요. ㅋㅋ
어차피 이판사판 공사판인데,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려고요.

그래도 안 되면?
다른 서점을 찾아 보면 되지요.
까짓거…
젊다는게 한 밑천인데 뭐가 걱정이겠습니까?
다시 시작하면 되지요.
그렇죠?

벌써 연말이네요.
모두들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IP *.234.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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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12.20 22:06:17 *.70.72.121
도원아, 너의 초롱한 눈망울이랑 열심히 장단 맞추던 기억이 난다. 네가 그토록 신명이 많은 사람이란 걸 우리가 함께 공연을 보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알았겠니? 아마 신웅이도 놀랐을 거다. ㅋㅋ 너의 밝음이 이쁘더라.

"책을 만지는 것이 좋아요" 하던 너의 말이 귀에 포근히 내려 앉더라. 마치 부드러운 연인의, 아니 아가의 숨결을 느끼며 그 보드라운 살과 생명과 영혼을 느끼듯 하던 너의 표정...

그랬구나. 하지만, 그래도!!!

"내일 다시 서점에 가봐야겠어요.
인수자를 찾고,
이것 저것 뒷마무리 하는 것을 도와야겠습니다.
저처럼 열정적인 직원이 있는 걸 알면,
누군가 서점을 사줄지도 모르잖아요.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려고요."

네가 바로 변.경.연이로구나. 네 모습이 우리들의 변.경.연이란다.
저녁에 세검정 마루에 오렴. 사부님께서 주시는 포도주 우리 같이 마시자. 서로 사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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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7.12.20 23:28:25 *.128.229.81
식염수야. 내일 세검정 마루로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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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7.12.21 03:29:21 *.100.112.105
밝은 소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식염수님의 단단한 마음이 읽혀져서 마음이 놓입니다. 물론 여전히 현실의 벽이 우리들의 꿈을 가로막고 있을테지만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그 놈은 더이상 벽이 될 수가 없지요. 부지깽이님의 초대에 응해서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제 힘 닿는데까지 돕고싶군요. 식염수님.. 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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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보이
2007.12.21 08:48:03 *.133.238.5
식염수표 [긍정 마인드]를 당할 장사는 없습니다.^^;;;;;

절반은 해결된 거나 마찬가지일 것...
저도 화이팅을 보냅니다.

여담이지만,
굴곡없이 순탄하게만 살아오던 인생에서 얼마전 처음으로 큰 어려움에 닥쳤을때,
저도 눈 먼 돈 XX억...을 간/절/히 꿈꾸었더랍니다...

식염수님 글에서 다시 눈먼돈... 얘기를 보게되니...
타이밍이 아닌 줄 알면서도..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려...^^;;

그래요...
저야 글타치고...
식염수님한테는 성탄절날 눈먼돈 100억 정도 함박눈처럼 쏟아지면 좋겠다는...ㅎ

그나저나...
식염수님은, 말마따나 젊음이란 든든한 밑천이 있으니... 얼마나 좋으셔요... 부러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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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근
2007.12.23 21:03:29 *.115.200.173
이 글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식염수님을 뵈었군요.
대단하네요.
그 상황에서도 용기를 내는....
성경에 " 강하고 담대하라, 내가 세상 끝날때까지 늘 너와 함께 하리라...."
"감당치 못할 시험은 미리 피할길을 주시리니...."
그 의미를 새깁니다.
식염수님도 잘 새기시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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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7.12.24 09:08:24 *.92.16.25
찡하고 짠하네요.
송년회에서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순수함과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삶이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할 때 식염수님같은 마음을 갖기가 참 힘든데 대단합니다.
힘내시구요. 다음에 기회되면 많은 이야기 나누어보아요.
즐거운 연말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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