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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1일 09시 13분 등록
습관 02 - “귀 열고 적고 또 적는다”(수첩·볼펜 들고 사는 메모광)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을 대표하는 CEO 가운데 한 명이다. 윤 부회장을 더 유명하게 만든 것은 그가 유명한 메모광이란 사실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윤 부회장은 회의 내용은 물론 자신의 지시사항까지 작은 수첩에 빼곡이 담아두는 습관이 있다. 몇 년 전에는 40여 년 동안 쌓아둔 메모를 바탕으로 경영 현장에서 느낀 소고를 담은 책을 펴내기도 했다. 50년 넘게 축적된 메모 습관이 그를 국내 대표적 전문경영인 반열에 오르게 한 밑거름이 됐음은 물론이다.

메모와 토론을 강조했던 재계의 대표적 인물은 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이다. 최 회장은 최태원 SK(주) 회장, 최재원 SK E&S 부회장 등 두 아들과 과학 분야의 토론을 즐겼다. 그런 다음 꼭 중요한 내용을 기록해 두도록 당부했다. 그의 이런 습관은 두 아들에게, 다시 손자에게 대물림됐다.
최태원 회장은 중국 상하이에 유학 중인 자녀들에게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 국내외 지역을 방문할 경우 현재에 가서 보고 들은 것뿐 아니라 물가·교통·문화 등을 항상 메모하도록 교육한다고 한다.

온라인 교육업체인 휴넷의 조영탁 사장도 늘 메모지를 포켓에 넣고 다닌다. 조 사장은 “이 메모지가 나에게 아이디어 뱅크 구실을 했고, 목표 궤도에서 이탈할 때 바로잡아주는 이정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변화경영전문가인 구본형씨의 메모습관은 조금 특이하다. 구씨는 책을 일고 나서 몇 개의 ‘관심 상자’안에 중요한 구절을 따로 나눠 보관한다. 메모의 내용이 미리 정해둔 주제일 때도 있고, 책을 읽다 불현듯 연상되는 새로운 주제일 때도 있다. 구씨는 “책을 읽을 때마다 얻게 된 지식이나 정보를 이런 관심 상자 속으로 배분하는 습관 덕분에 글쓰기가 3분의 1 정도 쉬워졌다.”고 말한다.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의 강창희 소장(부회장)은 주말에 몰아서 스크랩하고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여의도에 집이 있는 그는 주말이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회사에 출근해 신문이나 잡지를 스크랩한다. 20년 전부터 ‘주말 출근’을 해오고 있는데 ‘투자 교육’ ‘증권사 교육’ ‘펀드’ 등으로 나눠 자료 정리를 한다. 강 부회장은 “이렇게 20년 넘게 모아온 자료들이 글쓰기의 밑천이 된다.”고 말했다.
오너 경영인 혹은 CEO가 메모 습관을 독려하기도 한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신규 임원진에게 만년필이나 휴대전화를 선물로 주는 것은 유명한 얘기다. 평소 “기록이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이 회장에게 이 선물은 ‘기록’을 철저히 대 두라고는 뜻이다.

금융계에서는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부회장과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메모습관이 유명하다. 김부회장 책상 서랍에는 자신의 2년치 수첩이 가득 쌓여있다. 수첩의 오른쪽 면에는 회의 노트를 하고, 왼쪽에는 전화메모를 적는데 나중에 확인하기가 효율적이라고 한다. 김 부회장은 “한 달에 대학노트 한 권을 다 쓴다.”며 “몇 년 전에 태플릿PC로 바꿨지만 여전히 볼펜을 들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장에 취임한 강 행장은 사석에서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국민은행의 부족한 점을 물으며 메모하는 습관을 가졌다. ‘투신상품 종합서비스’ 같은 서비스도 은행권 최대 상품 판매사로서 서시스 제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렴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의 힘이 실제 경영에 발휘된 사례다.

‘성공하는 사람=메모광’이라는 등식은 조금 과장해 불변의 법칙이다. 성공한 CEO들을 보면 대체로 두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독서량이 많다는 것과 메모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링컨, 에디슨, 아인슈타인, 잭 웰치 등은 모두 ‘역사적인 메모광’이었다.

기업 CEO들도 비슷하다. 상사의 지시사항, 부하직원과 대화를 나누다 나온 업무 개선안, 혹은 길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생각난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것이 체질이 된 사람들이다.
그런데 메모와 관련된 다양한 기법을 터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메모를 ‘재창조’하는 것이다. 모 재벌 회사의 A사장은 “100번 메모하면 그중에 2~3개가 훌륭한 작품이 된다.”고 말한다. 거꾸로 나머지 97~98개는 그냥 묻힐 수 있다는 말이다. A사장은 “그래도 메모 습관은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메모광으로 통하는 모 금융재벌 2세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메모는 그 자체만으로도 재산입니다. 오른손에 펜을 쥐고 있으면 남의 말을 듣는 태도와 주변을 바라보는 자세가 달라지지요. 이것이 메모 습관으로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수확이에요. 그 다음 중요한 것이 ‘사후 관리’입니다. 사실 메모 습관 자체가 경영 성과를 높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계속 (메모한 결과를) 다시 봐야 해요. 진주가 묻혀있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습관 03 - “막대기에도 절을 한다.” (타고난 겸손과 자기 절제 돋보여)

기업의 CEO 하면 으레 어깨와 목에 상당히 깁스를 한 채 뻣뻣할 것이란 선입견을 갖기 쉽다. 그러나 정말 선입견에 불과하다. 이른바 ‘장수 CEO’일수록 겸손이 생활에, 습관에 배여 있다. 모 대기업의 임원 중 악수만 하고 나면 상대방의 ‘수명’이 얼마나 갈지 늘 족집게처럼 맞히는 이가 있었다.
그 비결이 궁금해 물어보니 의외로 간단했다. “자신이 갑(甲)의 입장에 있더라도 겸손하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정식으로 하는 이는 장수하는 반면, 힘이 좀 있는 갑이랍시고 꺼떡대며 악수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이는 대부분 단명 하더라”는 이야기였다.

재능이 칼이라면 겸손은 칼집이다. 재능은 자신을 현재의 위치에서 한 발 더 나아가도록 해 준다. 이때 겸손은 시기의 칼날을 막아내고 견제의 지뢰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겸손은 귀와 눈을 겸허하게 열어 놓고, 남의 말을 받아들이고 분발하게끔 한다. 그래서 재능만 있는 이는 현재완료형에 머물지만, 겸손을 겸비한 이는 미래를 향해 진행형으로 늘 발전한다.

이채욱 GE헬스케어아시아 사장은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는 한국이 대표적 글로벌 CEO다. 그는 삼성에서 신입사원으로서 첫발을 디뎠는데 출근해 보니 한강 이남 대학 출신은 자신밖에 없더란다. 명문대 출신 동기들을 제치고 그가 오늘날 입지전적 성공을 거둔 비결은 간단했다. “명문대를 나온 그들에게 늘 나는 배우고자 했는데, 그들은 나에게 배우려고 하지 않더군요.”
지난 해 그가 자서전 [백만불짜리 열정]을 펴내고 강연회를 할 때였다. 강연을 듣고 나서 이 사장과 e-메일로 인사를 나누었다. 잘 보았다는 답장이 바로 돌아왔다. 그런데 내용이 “부족한 것이 많지만 고칠 사항 세 가지만 꼭 적어 달라”는 것이다.
10년이 넘게 최고의 자리에 있던 인물이 이렇게 늘 남에게 자신을 낮추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이유 덕분에 ‘직업이 CEO'인 생활을 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성공한 CEO들의 ‘타고난’ 습관은 겸손과 자기 절제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가령 식사를 해도 절대 과식하지 않는다. 저녁 때 풀코스 식사가 나올 경우 “스테이크를 작은 것으로 달라”는 주문을 가끔 들을 때가 있다. 건강관리가 몸에 배어 있다는 얘기다.

겸손이 몸에 밴 습관이라면 자기 절제는 훈련된 습관이다. 대개 명상 습관을 가진 CEO들이 그렇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은 불경을 작은 글씨로 베껴 스는 사경(寫經)으로 심신 훈련을 한다. 퇴근하고 나서 오후 9시부터 2시간 가량 사경을 하는데 ‘천수경’ ‘금강경’ ‘법화경’ 등 세 개의 경전을 모두 썼다고 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강창희 부회장의 겸손 이야기도 흥미롭다. 기업에서 인사는 늘 뒷얘기를 낳게 마련이다. 강 부회장은 대우증권 초년병 시절 들은 인사 이야기를 가슴에 새기고 산다.
“우연히 인사에 불만을 품은 한 선배가 인사팀 직원과 나누는 대화를 들었어요. 부당한 인사 조치라는 항의에 인사부 직원이 ‘인사는 자기에게 무조건 유리하게 해석하는 게 좋다. 그리고 더 좋은 것은 빨리 잊는 것이다’고 대답하더군요. 저는 이것을 대인 관계에 적용했습니다. 언짢은 얘기도 새옹지마로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지혜를 주더군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좋은 습관 아닌가요?”

불경에 ‘막대에도 큰 절을 하라’는 말이 있다. 성공에 오르는데 시기의 지뢰를 제공해주는 것도 겸손이지만, 오래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겸손이다. 그래서 장수하는 CEO들의 대답은 한 목소리다. “겸손은 인생의 만병통치약입니다. 겸손하면 늘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에 미래를 준비하게 되고, 또 현재 자신의 처지에 감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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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1.01 09:51:23 *.70.72.121
새해에 전해주는 메시지라 더욱 좋군요.

은행에 가면 말이죠. 강남권보다 변두리 은행일 수록 일반적인 창구보다 고액관리를 하는 쪽에 장소가 배 혹은 그 이상으로 훨씬 넓어요.

한 쪽은 박리다매, 한 쪽은 왕건이니까 하는 생각에 수긍은 하지만 좁은 곳에서 북새통을 이룰 때 보면 늘 안타까워요.

더 나은 합리적인 전략 방법은 없을까요? 다수의 일반인들이 주눅들지 않고 편하게 왕래하며 거래할 수 있도록.

새해는 다소 부족한 힘들이 용기내어 당당한 몫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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