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나의

일상에서

  • 식염수
  • 조회 수 3221
  • 댓글 수 7
  • 추천 수 0
2008년 1월 12일 08시 57분 등록
식염수의 일자리 찾아 삼만리~

그 후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지요?
여러분의 궁금증을 모아 모아 오백원입니다.
뭔소리야?

사장이 밤새 베스트셀러만 빼간 후 자취를 감추었고,
생각보다 많은 채권자들이 관계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요.
사장이 고의로 낸 부도라는 소문도 있네요.
암튼 뒤가 구려요. 앗~ 냄새~ ㅋㅋ
깨끗하게 마음을 접고 다른 서점을 알아 봅니다.

그 후 노량진의 한 서점에 취직을 하였습니다.
부푼 꿈을 안고 출근한 첫날.
왠지 삐걱거리는 느낌이 듭니다.

어떻게 책 정리를 했는지
온 직원이 책 1권을 찾아 이리저리 헤맵니다.
결국 짜증 만땅 고객이 발길을 돌리는 사건이
1시간 동안 무려 5건 발생
근데 아무도 심각하게 받아 들이지 않아요.
다들 웃고 즐기며 보물찾기 하듯 책을 찾아 다닙니다.

무언가 예감이 안 좋은 식염수
한 직원에게 친한 척 다가가 이것 저것 캐묻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밝혀지는 서점의 실체
관리자들을 제외하고
3개월 된 직원이 가장 오래된 직원이랍니다.
‘흠… 이직이 잦은 회사군. 뭔가 수상해…’

결국 영업 차 들른 안면 있는 출판사 직원의 한마디에
쓰러지는 식염수.
“왜 여기 취직했어? 힘들기로 유명한 곳인데……
다른 데 알아봐”

지난 번 서점에서 일한 경험이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든 바꿔봐야지 결심했을 겁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몇 가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것을
식염수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방치한 경영자라면
다른 문제 또한 마찬가지일 테죠.
왜 이런 속담이 있지 않습니까?
‘경영자의 직무태만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
없다구요? 없음 말고~

부도로 끝을 맺은 지난 번 회사에서 깨달은 바 있는 식염수
단호하게 맘을 먹습니다.
‘이 곳을 나가자. 나가야 해. 식염수! 약해지면 안 돼!!’
그만 두겠다고 말씀 드리고,
꼬리라도 잡힐 새라 부지런히 서점을 빠져 나옵니다.

하지만 식염수 다시 백수가 되었습니다.
갈 곳 없는 외로운 이 신세
그 누가 알아 줄꼬…

구직 방법을 공격적으로 바꾸어 봅니다.
사람을 구하는 서점에 이력서를 내는 게 아니라
우선 체계가 잘 잡힌 서점을 찾고,
직원 채용 의향이 있는지 물어 보는 거죠.

그렇게 이리 저리 서점을 찾아 다니던 식염수
결국 고양시에 있는 서점에까지 오게 되었슴다.
가는 데만 1시간 30분이 걸리는군요.
무슨 여행 가는 줄 알았습니다.
김밥이라도 사 갈 걸 진심으로 후회했습니다.
앞으로 고생길이 될 출퇴근이 두려워진 식염수
가서 점만 찍고 돌아 와야지 맘 먹습니다.

그러나 이런 예상치 못한 일이…
식염수 방문한지 1시간 만에 그 서점에 필이 꽂혀버립니다.

출판된 지 꽤 오래 된 책들도 약간 빛이 바랜 것을 제외하고
책 상태가 아주 깨끗합니다.
-책을 소중하게 다루는 서점이라는 뜻이죠

전화를 받을 때 직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밝힙니다.
-서점업계에서는 참 드문 일이죠.

책 위치나 검색시스템이 고객을 배려하여 잘 짜여 있습니다.
-시스템이 잘 갖추어졌음을 뜻하죠.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친절하게 응대합니다.
-이거, 제법인데?

그리고 벽 곳곳에 이런 저런 문구가 붙어 있는데
그 문구들이 가슴 속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킵니다.
-얼쑤 좋구나~ 그래 바로 이곳이야.

무언가 배울게 있는 서점이라면
지옥 끝이라도 찾아가겠다고 말로만 결심한 식염수
-그래. 결심했어!!!

그리고 그 날 저녁입니다.
또 다른 서점에 면접 차 들렀습니다.
이게 왠 신의 장난인지 면접 보는 서점 옆에
Y문고가 떡 하니 새로 오픈하였네요. 그려.
(식염수 Y문고 출신입니다. T.T)

매출 감소로 한 층을 줄이고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K서점
역시나 제 이력서를 보더니 정중하게 거절을 합니다.
(날 뽑으면 사장한테 혼난다는 말을 아주 정중하게… )

하지만 제가 맘에 든데요.
(이 놈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몰라~)

그리고 원한다면 다른 서점에 저를 소개주고 싶다고 하네요.
(자기가 안 뽑을려면 말 것이지, 뭐하는 짓이당께~)

그러면서도 왠지 구미가 당깁니다.
솔직히 말하면 식염수 이런 우연을 참 좋아합니다.
허름한 종이로 포장된 신의 선물인 경우가 많거든요.

아파트 단지에 오픈하는 자그마한 동네 서점이고
사장과 저 이렇게 둘이 운영하게 된답니다.
또 다시 호기심 지수 급상승 중인 식염수
한번 가보자, 아님 말구~
인생 뭐 있어?
이차 저차 해서 면접까지 보게 됩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행복한 고민에 빠집니다.
체계가 잡힌 중형서점과
내 뜻을 펼칠 수 있는 동네 서점
그간 일 보다 다른 직원과의 마찰이 더 힘들었던 식염수
왠지 동네 서점에 마음이 끌립니다.

하지만 조금은 망설여 집니다.
올해 제 나이 29이 되었습니다.
가진 돈도 없고, 경력도 보잘 것 없고….

제가 가진 재산이라고는
수없이 많은 실수하고 실패한 경험들뿐이네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든 시도해 보는 성격 탓에
참으로 엽기적인 행각들을 벌였더랬죠. ㅋㅋ

결국 우리의 구선생님께 S.O.S를 친 식염수
제 마음을 읽은 걸까요?
동네서점을 선택하라는 답신을 받습니다.

드디어 200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자그마한 동네서점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식해서 용감한 식염수도 조금은 겁이 납니다.

대형서점과 그 체인점들이 서점계를 압도하고 있는 지금
많은 동네서점들이 문을 닫고 있는 지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아요.
아님 계란으로 바위치기?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건
참으로 흥분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 서점에서
식염수가 어떤 엽기적인 짓들을 벌일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되는 군요.
자~
‘식염수의 좌충우돌 서점일기’
이제 진정 본막이 올랐습니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 주삼!! 우헤헤헤

참, 여러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해 신나고 즐거운 일만 가득하시길 빕니다.
그리고 행복하세용~^^
IP *.234.194.174

프로필 이미지
파란바다
2008.01.12 10:42:40 *.246.146.170
동선을 쭉 따라가게 만드는 글이네요. ^^

행복하세요 선택한 일 안에서.
프로필 이미지
황금빛모서리
2008.01.12 17:08:12 *.48.10.21
사당동에 가면 주택가 후미진 곳의 지하 창고에서 헌책방을 하는 책창고라는 데가 있다. 초로의 아저씨가 운영하는 곳인데 가끔씩 가보면 주민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이 방문하고 있고, 매일 우체국 택배로 엄청난 양을 인터넷으로 팔고 있다. 헌책방인데도 모든 헌책들에 정가를 붙여서 체계적으로 분류된 서고에 꽂혀 있고, POS는 쓰지 않지만 나름대로 재고 관리가 잘되고 있고 찾으려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게 관리하고 있다.

노량진 삼거리에 가면 고시데이라는 서점이 있는데 28살짜리 숭실대학생이 운영하고 있다. 월매출이 7천만원이고 직원은 네 명이다. 이곳도 인터넷 매출이 오프라인 서점 매출보다 크다. 이 집의 강점은 yes24나 인터파크보다 먼저 신간을 메인에 올려서 파는 스피디함과 고시생들을 위한 컨텐츠가 있는 인터넷커뮤니티가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대형서점의 틈바구니에서 소형 동네서점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특화된 분야를 가지고 있으면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동네 주민을 넘어 전국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본다.

특화된 분야가 없이 동네주민 만을 상대로 한 동네서점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나부터도 최근 20년간 동네서점에서 책을 사 본 일이 없다.

-책 독자로서 제 생각입니다. 새 직장에서 좋은 일 있으시기를...
프로필 이미지
정 희 근
2008.01.12 17:58:25 *.23.89.152
샬롬!
경주의 백수를 남겨두고 혼자만 일터를 구해 버렸군요.ㅋㅋㅋ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군데에서 같이 일해 볼 의향을 물어오곤 하는데, 식염수님의 결정을 저도 참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을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까? 혼자서 고민하고 저울질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꿈을 찾아 열심히 매짐하는 그대가 참 부럽고 자랑스럽습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화이팅!!!
프로필 이미지
식염수
2008.01.13 00:05:34 *.234.206.152
파란바다님 제가 좀 활동량이 크죠. 매일 동선을 그려요. 저도 점을 찍고 정착하고파~

황금빛모서리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또 다시 호기심 급상승 중. 고시데이는 얼른 가봐야 겠군요. 그리고 사당동 서점에 대해 좀 더 많은 정보 주시면 감사하겠슴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정희근님 행복한 고민에 빠지셨군요. 좋은 결과 아니 좋은 선택 있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희근님도 홧팅~!!!
프로필 이미지
김지현
2008.01.13 16:38:22 *.67.52.201
미래의 초대형 울트라 캡 서점 사장님 파이팅 하삼!!!!
프로필 이미지
백산
2008.01.13 17:48:19 *.131.127.20
한 걸음씩,,,
감사하지만 만족으로 주저앉지 않고
계속 ... 앞으로 앞으로 ... 꿈으로...
취직을 축하하며
건강한 새 해 되시기 바랍니다.
프로필 이미지
김지혜
2008.01.14 07:03:32 *.187.232.205
사당동 헌책방은 제가 즐겨찾는 곳이라 정보 적습니다.
www.bookagain.co.kr예요.
제 집 근처이기도 한데....근처에 들르시면 전화 주세요 ^^
(016-9855-7901)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6 [단식 8日] 습관의 힘, 그리고 상상력 귀한자식 2006.09.08 3276
315 관하다 [1] 존재의 향기 2007.08.12 3278
314 너 자신을 알라, 스물 언덕의 고민 file [1] Doer Ahn 2009.06.24 3281
313 고객을 영웅으로 만드는 법 구본형 2006.06.23 3290
312 [Human transition]8. 올라갈 산을 스스로 만들다-3 [1] 홍승완 2003.07.10 3291
311 지리산에서의 한달-스물한날 [3] gina 2007.10.31 3291
310 '무엇'을 알때까지 기다린다. 만족 지연 능력. 맑은 2011.11.30 3291
309 100일 창작 - 로댕으로 부터 file [3] [5] 한정화 2010.05.24 3292
308 '난설헌' _최문희 맑은 2011.12.14 3292
307 [이순신과 조선 수군] 준비하지 않은 자와 준비된 자의 ... [1] 홍승완 2005.07.10 3296
306 [Human transition] 7. 변화를 지속시키는 힘-1 홍승완 2003.06.30 3308
305 보잉의 실수 홍승완 2005.01.21 3310
304 이타심과 RQ [2] 맑은 2009.03.14 3313
303 [行]단식일기 D-2 [4] 귀한자식 2006.08.31 3315
302 [Human transition] 7. 변화를 지속시키는 힘-4 홍승완 2003.06.30 3316
301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1 : 그라민 은행의 탄생 홍승완 2005.02.07 3318
300 엔트로피 읽으신 분? [9] 맑은 2008.01.19 3319
299 지금 나이들기 시작했다면. [5] 한명석 2006.12.18 3321
298 [선물] 어떤 수건 좋아하세요? [6] 강미영 2010.07.06 3321
297 [3] 재능이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귀를 기울이면> file [1] 박승오 2010.12.09 3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