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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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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5일 13시 17분 등록

아듀~ 베바의 길목에 서서

 

이 글을 쓰기전 텔존 베바게시판을 둘러보고 왔다. 아직도 그곳에는 베토벤 바이러스가 남기고 간 여운과 아쉬움으로 가득차 있다. 마흔을 넘긴 남정네치고는 이상하리만큼 그간 다양한 드라마를 즐겨왔던 나에게도 베바는 특별함 그 이상이다. 오죽하면 최종회를 직접 보지 않고 신주단지 모시듯이 내 컴퓨터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일주일이 넘어서야 조용한 새벽에 혼자 감상하며 특별한 이별의식을 거행했을까. 아직도 스페셜 방송분을 보지 않고 아껴두고 있다. 베바종영에 따른 금단증세가 지독해지면 응급치료약으로 쓰기 위해서 말이다..^^

 

 

이런저런 궁리를 많이 했다. 최후의 리뷰를 어떻게 쓰는게 좋을지를. 베바 리뷰로 유명한 분들의 글을 빠짐없이 읽어보면서 가능한 중복된 이야기는 피하고 싶었다. 비록 타이밍상으로야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아직도 베바종영의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을 베바폐인 동지들에게 여운을 남겨줄 수 있는 글을 하나 선사해 주고 싶었다. 물론 가장 큰 수혜자는 내가 될테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방향을 잡았다. 최종회 내용중에 언제봐도 아련한 기억으로 남을 몇가지 장면에 대한 단상을 중심으로 리뷰를 대신하고 우리들을 울리고 웃겨왔던 베바속 캐릭터들에게 짤막한 편지를 보내기로 말이다. 욕심과 달리 허접한 내용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 동지들의 열렬한 응원이 있을 것으로 내맘대로 기대하며 열심히 써보련다. 베바를 사랑해주었던 모든 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기대한다..^^

 

 

진정한 사제지간으로 거듭난 쌍건우

 

이렇게도 특별한 사제지간이 또 있을까. 클래식과 영영 담쌓을 수도 있었던 리틀 강건우와 강마에의 운명적인 첫 만남이 예고했던 것처럼 이들의 관계는 갈등과 화해의 롤러코스터 그 자체였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굴욕, 위대한 스승의 진면목에 대한 경이, 별을 바라만 보지 말고 꿈을 꾸라는 스승의 일갈, 제자의 천재성에 전율하는 스승, 제자의 앞날을 위해 기꺼이 자존심을 버리고 자신의 라이벌에게 앞날을 부탁하는 스승의 배려, 제자의 섣부른 홀로서기가 잉태한 스승의 음악적인 분노와 인간적인 질투, 다름을 인정하기 어려운 스승의 밀어냄과 스승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제자의 좌절, 그 모든 과정에서 새로운 깨달음과 소중함을 깨달은 스승과 제자의 진정한 화해에 이르기까지 사제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를 우리는 지켜볼 수 있었다.

 

 

무릇 인간관계가 그러하듯이 모든 오해와 관계의 진전이 가져다 주는 장애물을 뛰어 넘은 그들에게 속마음을 숨기거나 과장된 소통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 설령 여전히 시각차가 존재한다 해도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며 솔직한 바람을 나눌 뿐이다. 그래서 이제 떠나야 하는 스승을 제자는 이해하고 그런 스승에게 마지막 도움을 기대하는 제자의 애절한 눈빛을 스승은 쉽게 외면할 수 없다. 아마도 스승이 마지막 부탁을 거절하고 떠나가거나 제자가 억지스럽게 바지가랑이 잡고 매달렸어도 두 사람은 더이상 상처받거나 그들의 진심을 오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이름의 사랑, 깊은 울림의 공명에 도달한 마루커플

 

사랑의 마에스트로 두루미가 연주한 강마에라는 이름의 교향곡은 표면적으로는 미완성에 가깝다. 그러나 이제까지 그들을 힘들게 했던 습작같던 악보와 이질적 악기간의 불협화음, 그리고 사랑의 하모니를 방해했던 자기만의 솔로연주에 대한 집착 등은 더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대신에 누구도 알아주지 못했던 외로움을 다독여주는 따뜻한 시선,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가슴벅차게 만드는 경이로운 설레임, 좌절과 절망속에서도 희망을 잉태하게 만들었던 강렬한 명령, 스스로의 혼란때문에 밀쳐내고 밀쳐내도 자신의 감정보다 밀쳐낸 이의 아픔에 더 눈물짓던 아름다운 이타심, 그 어떤 유려한 수사로도 전하지 못했던 두사람의 감정을 예술적 수준으로 승화시켰던 아름다운 스킨십 등이 마루커플을 강하게 결속시켰을 뿐이다.

 

 

강마에는 두루미에게 단순한 사진(강마에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들은 사진찍기를 통상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웬지 도신속 주인공 주윤발의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으로 남기보다 그 어떤 존재보다 자신의 가슴에 깊이 들어와 결코 잊지 못할 사랑의 각인을 남긴 여인에게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자신만의 절대반지를 내줌으로써 그가 현재까지 건넬 수 있는 최상의 징표를 선물하고자 한다. 그 징표가 그가 아직은 내딛을 수 없는 사랑의 교향곡이 완성될때까지 그녀를 지켜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에 대한 사랑의 고수 두루미다운 화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직은 이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는 강마에게 보여주는 애절하면서도 대견한 사랑의 퍼포먼스는 또 한번 눈물샘을 자극한다. 사랑하는 이가 떠나고 난 빈자리에서 힘들어 할지도 모를 그녀에 대한 걱정을 조금이라도 불식시키고 그가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고백하게 만들고 친절하고 귀여운 해설까지 덧붙이는 두루미의 모습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마에보다 훨씬 더 용감해 보이는 그녀가 깊은 울림의 공명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동안 그 공허함을 견뎌야할지 생각해 보면 안쓰럽기 그지 없다. 그녀의 두눈을 타고 흘러내리던 눈물속에 더이상 혼자 메아리 치는 사랑이 아님을 확인한데서 오는 기쁨과 또 한번 감내해야 할 기다림으로 인한 외로움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었으리라.

 

 

Dear 마에스트로 강

 

이 편지가 도착할 쯤이면 뮌헨필의 새로운 단원들에게 당신답게 신랄한 독설을 날리고 계시겠지요. 그래도 그들은 당신과 비슷한(그래도 당신의 독설을 결코 능가하지는 못하겠지만) 성향의 지휘자를 한번 겪어본 사람들이라 석란시향 단원들보다야 내성이 강할 것이니 조금 안심이 됩니다. 당신의 인생에 갑작스럽게 뛰어 들어 당신을 변하게 만들었던 단원들과의 마지막 연주를 마치고 토벤이와 떠나던 당신의 마지막 모습을 잊을 수가 없군요. 그 연주속에서 당신눈에 맺힌 눈물안에 얼마나 많은 상념과 감정이 담겨 있을지 상상도 하지 못하겠군요.

 

 

아마도 당신 인생의 마지막 제자가 될지도 모를 리틀 강건우는 당신과는 또 다른 마에스트로로 훌륭하게 성장해 스승인 당신을 더욱 빛나게 할 것입니다. 당신 스스로 표현했듯이 더이상 영원한 변방의 지휘자가 아니라 제자의 천재성이라는 원석이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으로 거듭나게 해 준 꿈과 삶의 위대한 지휘자로 말입니다. 제자가 여전히 좌충우돌하고 성에차지 않는 모습을 보여도 얄짤없이 혼내지만 마시고 당신만의 독설은 유지하되 그가 자기답게 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 격려해 주시길 바래요.

 

당신은 부정할지도 모르겠지만 두루미가 많이 걱정되고 보고 싶으시죠. 그녀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씩씩하고 용기있는 사람이예요. 새로 배워나가는 작곡분야에서 그녀가 이루어내고 있는 놀라운 성취를 곧 확인할 날이 올꺼예요. 또한 그녀에게 당신만큼의 의미는 아니지만 힘이 되주는 친구들이 많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대신에 당신다움이 물씬 묻어나는 명령조의 단문 메시지라도 틈나는대로 자주 보내주세요. 그것이 그녀가 여전히 어찌할 수 없는 당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고 당신이 선물한 절대반지의 수호본능을 강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좌청룡 우백호를 제외한 단원들의 소식도 궁금하실꺼예요. 그들은 당신의 기대만큼은 아니더라도 다들 자기다운 방식으로 음악을 계속 하고 있어요. 이들이 현재 꾸미고 있는 기분좋은 음모를 확인하시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궁금해지는군요. 그게 뭐냐구요. 강마에 초청 마우스필 부활공연이라나 뭐라나. 눈썹을 찌푸리며 화내다가 살짝 입술을 비틀어 묘하게 미소짓는 당신의 모습이 보이는군요. 그래요. 그게 그들만의 방식인걸요. 나중에 너무 튕기지 마시고 조금은 더 성장한 그들의 모습을 지켜봐 주시기만 하세요. 다시 뵐 날이 있겠지요.. 그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Dear 강건우

 

한참 수능을 끝내고 제대로 된 음악공부에 전념하고 있을 것 같군요. 스승의 빈자리 때문에 잠시 울적해 있을 당신을 생각하니 살짝 걱정이 되는군요. 그래도 당신이 말한대로 실패가 성공이 될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있는 한 당신만의 즐기는 음악은 빛을 발하게 될꺼예요. 혹시나 다소 획일적인 배움의 과정에서 또 한번의 혼란과 좌절을 겪을지도 모르겠군요. 부디 당신 스승정도의 내공은 아니더라도 당신의 자기다움을 잘 살려줄 수 있는 또 다른 멋진 멘토를 만났기를 기대합니다. 어떤 스승과 어떻게 배우냐에 따라서 많은 것이 달라질테니까요.

 

 

당신의 재능은 단지 천재적 음악성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두루미를 비롯해 당신을 지휘자로 인정해주고 따랐던 단원들을 잊지 마세요. 그들이 지금 처해 있는 남루한 현실속에서도 꿈을 잊지 않도록 스승을 대신해서 힘써주세요. 그속에서 당신의 음악도 조금 더 성숙하게 익어갈테니까요. 당신의 환한 미소와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에너지를 그들에게 전염시켜주세요. 그리고 조만간 있을 마우스필 부활공연에서 스승에게 그런 성장을 증명해 보이세요. 쉽게 칭찬하지 않는 스승이지만 약간의 독설로 포장된 겸연쩍은 립서비스 정도는 기대할 수 있을테니까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상 당신의 아름다운 성장을 지켜볼 것을 약속하며 이만 줄입니다.. 화이링~

 

 

Dear 두루미

 

새로운 대선율을 당신 삶의 주선율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강마에의 빈자리만 빼면 당신은 여전히 씩씩한 여장부처럼 새로운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겠지요. 이미 작곡수업 담당교수님으로부터 기회를 부여받아 멋지게 작곡가로 데뷔했을지도 모르겠군요. 당신이 아끼던 바이올린 주자로서의 꿈을 당신이 창조해낸 음악으로 당신같은 열정을 가진 누군가를 통해 발현해 보세요. 비록 당신이 직접 연주하는 것만큼의 환희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또 다른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꺼예요.

 

 

강마에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하는 당신의 배려를 알지만 그리움이 너무 사무치면 홀연히 그에게 달려가세요. 혹시나 강마에의 마음이 여전히 '아직은..'에 머물러 있다 해도 그 역시 반갑게 당신을 맞아줄테니까요. 그의 역설적인 애정표현에는 이미 익숙해졌을테니 분위기 깨는 강마에다운 앙탈도 귀엽게 소화하리라 믿어요. 당신이 얼마나 잘 헤쳐나가고 있는지도 보여주시고 강마에가 또 다르게 겪을지도 모를 성장통도 보듬어 주세요. 겉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그는 당신보다 훨씬 더 약한 사람이니까. 그렇게 두 사람의 교감이 더욱 더 그윽한 사랑으로 성장해 나가길 바랍니다. 당신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많은 이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마세요. 화이링입니다..^^

 

 

Dear 정희연 (자칫했으면 똥덩어리라고 쓸뻔 했습니다.. 죄송..^^;)

 

참 속 한번 뚫을려다가 별 소리를 다 듣고 몸고생 마음고생 많았죠. 정희연씨를 생각하면 술에 취해 강마에를 당황하게 했던 그 장면이 자꾸 생각난답니다. 아마도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때부터 강마에가 정희연씨 마음속에 얼마나 뚫어야 할 것이 많은지 실감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연주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당신이 보여준 소름끼치는 솔로연주는 정말 대단했었죠. 그 솔로연주 이후에 당신이 보여준 음악에 대한 조금은 더 부드러운 접근이 이해가 갈만큼 말이예요.

 

 

사실 음악적 속풀이보다 더 축하해드리고 싶은 것은 나름 위험한 댓가를 치르긴 했어도 남편과 차마 나누지 못했던 진솔한 소통과 남편으로부터의 인정과 지지를 얻어내신 점이예요. 그때부터 정희연씨 표정이 훨씬 더 환해지고 편해진거 아세요? 당신 삶에 첼로가 전부는 아니어도 무언가 또 가슴을 답답하게 할 때, 외롭고 힘들때, 자신감이 없어질 때면 언제나 당신의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 청량제가 되길 바래요. 마지막으로 아직도 강마에만 보면 흠칫하는 증후군이 있을꺼예요. 그거 애써 고치시려고 하지 마시고 즐기세요. 불가능하니까..^^;

 

 

Dear 김갑용

 

사실 선생님에게 편지를 띄워도 되는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문득 선생님이 이든이에게 남긴 편지 생각이 났어요. 그녀는 아마도 선생님이 읽을 수 있건 없건 줄기차게 자신이 어떻게 성장해 나가고 있고 살짝 삐딱선을 탔다가 선생님 생각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적으로 재잘거리는 편지를 보냈을꺼예요.. 맞죠? 그래서 저도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당신에게 편지를 쓰렵니다.

 

많은 사람들은 선생님이 치매와의 싸움에서 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아직도 그 싸움이 끝나지 않았으며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알기에 선생님의 새로운 소통방식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요. 아마도 치매라는 놈이 생각보다 훨씬 만만치 않다는 걸 실감하셨을 때, 잠깐 당황하셨겠지만 당신답게 준비를 하셨겠지요. 다른건 몰라도 이든이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셨을꺼예요. 이든이가 고속버스터미날에서 당신이 기억해낸 단 한사람의 이름을 직접 확인하진 못했어도 선생님이 약속을 지켰다는걸 알고 있을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잠깐씩 돌아오는 선생님의 기억이 더 소중해졌겠지요.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당신의 무의식속에서 오보에 연주하는데 보내실 것이라 믿어요. 비록 선생님이 애지중지하던 오보에의 물리적 감촉과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해도 또 다른 차원에서 단원들과 삶을 연주하는 맛이 남다를꺼예요. 그쵸? 언젠가 선생님이 사랑하시던 모습 그대로 이든이와 단원들을 다시 만나 넬라 환타지아의 세계속에 빠질 때가 올꺼예요. 그때까지 자상하고 자존감 넘치는 삶의 멘토로서 행복하시길 빌어요.

 

 

Dear 배용기

 

당신은 언제나 즐거운 사람이예요. 불같이 화를 내다가도 불쑥 귀엽게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당신이 참 많이도 그리울꺼 같아요. 당신 특유의 애드립때문에 참 많이도 웃었지요. 특히나 그 대단하다는 강마에의 콧속을 마구 후비며 너무나 태연하게 진지한 대사를 읖조리는 당신은 타고난 광대가 아닌가 싶어요. 모두가 현실이라는 괴물에게 잠시 굴복하고 정들었던 연습장을 떠나던 날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던 당신의 마음이 느껴져서 많이 울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만이 가진 타고난 낙천가 기질이 그런 아픈 현실을 딛고 일어서게 만들 것 또한 안답니다.

 

 

바이올린 주자 중 귀여운 여인네랑 연애는 잘 되가시는지요. 두 사람은 너무나 잘 어울려서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자아내게 한답니다. 트럼펫 실력이 왕창 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당신의 진정한 재능은 사람들 사이에 유머와 위트라는 윤활유를 뿌려주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누구보다 왕성한 추진력으로 현실적인 시련에 대해 맞설 수 있는 경험과 용기가 있으니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든 잘해나갈 수 있을꺼예요. 언젠가 강마에 앞에서도 기를 펴고 당신만의 기질이 녹아있는 트럼펫 연주로 그를 움찔거리게 만들 수도 있어요. 그때를 대비해서 트럼펫을 놓지 않았으면 해요. 고마웠어요. 정말..

 

 

Dear 박혁권

 

당신은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인거 아시죠? 그런 친구같고 애인같고 스승같은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런 딸 보라가 있는 것만으로도 어떤 시련과 절망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테니까요. 누군가는 당신이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퉁명스럽고 현실적인 사람이라 손가락질 할지도 몰라요. 그래도 저는 안답니다. 당신이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인지. 단지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당신으로 하여금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든 것임을 알지요.

 

 

새롭게 시작한 화원은 잘되고 있겠지요. 그속에서 당신의 콘트라베이스에 대한 열정과 영감을 잉태하길 바래요. 당신의 배려넘치고 지혜로운 아내가 허용해 주는 범위안에서 더도 덜도 말고 음악생활을 즐기셨으면 해요. 너무 무거운 목표나 음악적 욕심은 버려도 좋을듯 해요. 그저 당신삶에 에너지를 안겨다 주는 아름다운 채널로 존재하기만 하면 되요. 당신이 꿈꾸는 행복은 사랑하는 아내와 보라에게 경제적 안정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남편과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강마에가 당신이 사표를 낼때 이런 말을 했었죠. 당신의 용기가 부럽다고. 진심이었을꺼예요. 그런 용기는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언제까지나 행복한 가장이자 악기연주자로 살아가시길 진심으로 기원할께요.

 

 

Dear 하이든

 

이든이한테만은 웬지 반말을 해야할 것만 같구나. 약간 언짢아도 김갑용 선생님 친구라고 생각해주렴. 지금 한창 영재스쿨에서 지겨울지도 모를 수련과정에 있겠구나. 문득 문득 선생님이 그리워져 너의 전매특허같은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구나. 선생님도 다른 누구보다 니 생각 많이 하고 계신거 알고 있지. 여전히 치매라는 놈과 사투를 벌이고 있을 선생님을 생각해서라도 너의 꿈을 꼭 이루어 나가렴. 너같은 어려운 환경에 있던 사람도 꿈을 이룰 수 있음을 만천하에 보여주렴. 그것이 선생님을 가장 기쁘게 하고 너와 같은 길을 걸어가야 할 많은 후배들에게 용기를 줄테니까.

 

 

이런 아름다운 미래의 풍광을 항상 가슴속에 품고 생활하는 것도 좋겠구나. 당당히 세계적인 플룻콩쿨에서 우승하고 나서 소감을 말할 때 이렇게 말하는 너의 모습 말이야. "정말 가당치 않은 꿈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돈을 왕창 벌어서 저같은 아이들이 꿈을 꺽지 않게 해주고 싶기도 했어요. 그때 김갑용 할아버지가 제게 손을 내밀어 주었어요. 물질적 지원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었지요. 제가 혼자 해낸 것이 아니라 김갑용 선생님과 함께 해낸 일입니다. 지금도 치매와 싸우고 있을 할아버지께 이 모든 영광을 바칩니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달려가 우승트로피를 보여드리고 한껏 따뜻하게 안아드리렴. 그 순간만큼은 이든이를 알아보지 못하셔도 가슴과 영혼으로 모든 것을 느끼실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선생님이 회복하실때까지 너의 아름다운 플룻연주로 그분의 영혼을 위무하고 보듬어 드리렴. 선생님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선물이 될테니까. 아무리 힘든 상황이 와도 이 풍광을 떠올리면 넌 헤쳐나갈 수 있을꺼야. 멀지 않은 미래에 있을 그날을 위해 고고씽하기를 기대한다. 하이든.. 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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