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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12일 14시 45분 등록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불구다. 그 답답함과 분노가 작가를 만든다.

일본어 공부를 잘했다고 느낀 것은, 일본어 책을 읽을 수 있어서다. 일본은 콘텐츠의 왕국이다. 종류가 다양하다. 아마도 '나홀로족'이 많아서일거다. 혼자서도 조금도 심심하지 않다. 읽을만한 책도 많고, 텔레비젼도 재미있으며, 사람 보다, 혼자서 게임하는 것이 더 즐겁다. 그래서인지, 일본은 가뜩이나 개인주의가 발달했는데, 더 혼자만의 세계로 침잠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개인주의가 발달한 이유는, 일본이 섬나라이기 때문이다. 같은 아시아라 해도, 섬나라 일본은 확실히 문화가 다르다. 선생님과도 이야기했지만, 일본은 가족들끼리도 깍듯하게 예의를 지킨다. '죄송합니다만, 면목없습니다만'이 입에 붙었다.  서양 사람들이 서로를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표시로, 모르는 사람과도 가볍게 인사하는 것과 같다. 내 영역에 침범하지 말아달라는 표현이다. 토끼장 같은 곳에서 몇식구가 살면서도, 그 안에서조차 세밀하게 자기만의 구역이 나누어져 있다. 그러니까, 얼마나 쪼잔하겠는가.

학교 다닐때, 이런 일본인의 개인주의를 조사한 적이 있다.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 일본인의 협동정신, 잘 뭉치는 습성은 모자른 자원 때문이다.  튀는 행동을 하면, 전체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때문에, 개인의 생각과 창의력은 철저히 무시된다. 일본의 축제를 마츠리라고 한다. 마츠리때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뭉치는 퍼포먼스를 한다. 겉에서 보면, 역동감에 감동받기도 하는데, 달리 보면 헛짓거리 하지 말고, 전체에만 귀속하라는 집단최면이다.

소위 와和라고 하는 것은, 일본을 대표한다. 일본과자를 와과자和果子라고 하고, 일본식은 와풍和風이라고 한다. '와'란 쉽게 말하면, 동그라미인데 서로 둥글게 잘 뭉쳐있는 모양새다. 동그라미는 이쁘다. 일본의 동그라미는 이쁘지만, 잔인하다. 튀어나온 못이 정을 맞는다고, 동그라미를 만들기 위해 개인의 개성이 무참하게 정을 맞는다. 

일본의 국기는 '히노 마루'로써, 새빨간 동그라미다. 내출혈을 하면서까지, 동그라미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보이지 않는가? 일본 아이들 도시락을 보면, 하얀 쌀밥에 '우메보시'라고 하는 매실 짱아찌 하나가 놓인다. 우메보시 하나만으로 밥을 다 먹을 정도로 맛이 찐하다. 일본인들은 항상 지진과 태풍에 지쳐있어서, 대륙인의 비해 그 기반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언젠가 모든것을 다 버리고, 강력한 동그라미로 회귀하겠다는 집단 무의식이 있는 것 같다. 

일본인은, 표현할길 없는 자신의 창작욕구를 방향을 바꾸어 내부로 쏟아붓는다. 일본에는 광적인 매니아가 있다. 이들을 오타구라고 한다. 한자로 택宅이라고 하는데, 집에 틀어 박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요즘은, 그래픽이 발달해서, 영화에서도 사람인지 그래픽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다. 플레이 스테이션 같은, 비디오 게임이 그렇다. 게임이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화려한 그래픽에 먼저 압도된다. 이런 완벽함은 오타쿠때문이다. 집에 틀어박혀서, 옥의 티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켠다.  

내부로 향하는, 일본인의 습성. 무언가 표현하고 싶은데, 안으로 삭이는 분위기 때문에, 일본은 콘텐츠 왕국이 되었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작가는 어느정도 불구자다. 소통에 미숙하다. 답답하기에, 다른 소통도구를 찾는다. 위대한 가수나, 소설가, 화가를 보라. 그들은 어딘가 미숙하다. 답답할 정도로 순진한 면도 있다. 가수 비나, 서태지가 일반 기획사의 아이돌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이들에게는 한恨이 맺혀있다. 이거 아니면, 자신은 죽음이라는 느낌이 있다. 기획사의 아이돌은, 달콤한 인기와 명예에 눈이 멀어 가수를 꿈꾼다. 돈과 명예도 우리가 원하는 것이지만, 목숨 만큼은 아니다.

소통에 미숙하다는 것은, 희노애락중 어느 하나를 표현하는데 미숙하다는 이야기다. 어떤이는 기쁨을, 어떤이는 분노를, 어떤이는 부당함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것은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일수도 있고, 유전적인 요인도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받은 상처일수도 있다.

스티븐 잡스의 어린시절은 상처 투성이다. 부모에게 버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선禪사상에 심취한다. 무엇보다, 치유받기 위해 선택한 것은 일이다. 혁신이란, 어느 정도 무모함이 있어야 행할 수 있다. 막말로 하자면, 혁신은 미친짓이다. 간절하기에 미칠 수 있지않을까? 목숨이 걸려있기에 간절하다.

그가 만들어낸, 작품은 대단하지만, 그의 일하는 방식은 매우 험하다. 잡스와 잡스의 직원의 관계는, 사디즘같은 면이 있다.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은 장정일 소설이 원작이다. 몽둥이로 상대의 엉덩이를 매만져준다. 때리는 자는, 힘의 확장을 느끼고, 맞는 자는 일상의 죄책감을 아픔에 묻혀 날려버린다. 마치, 고해성사때 신부와 고백자의 관계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쪽은 익명이 보장되지만, 다른 한쪽은 그렇지 못하다. 익명이 보장되지 않기에, 경계가 무너지고 관계가 뒤엉켜 버린다. 
 
한쪽은 몰아붙이고, 다른 한쪽은 카리스마에 압도된다. 상대의 거침없는 몰아부침에 자신을 방기해 버린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결과물이 나와있고, 절대자의 순리에 따랐다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애플의 경영은, 일반 기업과는 다르다. 그들은 기업이라기 보다, 종교 단체다. 이익이 아니라, 영성을 위해 모였다. 애플의 목적은 영적 완성이지, 이윤이 아니다. 애플의 아이폰은,  통일교의 맥콜, 여호와의 증인의 윤선생 영어교실과 같다. 말이 마차를 이끈다.

잡스는 노골적으로 상대를 비난하고, 마음에 안들면 에레베이터에서 직원을 자른다. 즉흥적이며, 신경질적이다. 이런 태도는 무난한 성격이 아니라기 보다, 소통하는 방식이 불구인 것이다. 만약, 잡스가 아이폰과 아이맥같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 낙오자가 되었을 것이다. 아무도 능력도 없으면서, 성격까지 고약한 사람을 따르지 않는다. 따르기는 커녕, 욕하고 침뱉는다.

소통을 완벽하게 할 수 있다면, 작가가 못된다. 쌓인게 없기 때문이다. 모든 면에서 균형 잡힌 사람은 사업이 어울린다. 정주영의 마음이 꽁했다면, 오늘날 현대가 있었을까? 살인적인 분위기의 노조 파업현장에서도, '나도 죽겠어'라며 너스레를 떨던 인물이다. 당일 룸살롱에 가서, 술 먹고 여자랑 놀며 다 풀어버린다. 다음날 새로운 인간이 되며, 새로운 힘이 솟는다.

소통이 미숙하면 미숙할수록, 내적인 콘텐츠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다시 말하면, 소통이 미숙한 사람은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편집자는 책으로 말하고, 작가는 원고로 말한다. 결과물이야말로, 소통의 창구다. 결과물이 없다면, 소통의 채널도 막힌다.  수소 폭탄이 된다. 안으로 안으로만 폭발하는.

그 범위는 조금씩 넓어진다. 처음에는 자기부터,그 다음에는 가족에게, 그 다음에는 친구에게로.

그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도 병든다. 그러니까, 돈 못번다고 미안해하지 말고, 자기  나름의 소통 방식대로 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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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4.12 16:59:44 *.36.210.166
재밌다.  소통의 불구자가 책으로 소통하는 그날까지 응원합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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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4.12 18:42:12 *.129.207.200
일본어 수업 받은 것에 대해서 쓸려고 했는데, 엉뚱한 쪽으로 이야기가 흘렀네요. 글쓰기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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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나무
2010.04.12 17:40:44 *.33.169.195
지금껏 소통의 방식으로 자기의 태도변화를 일컷는 글이 주류였는데 불완전한 소통의 방식을 인정하고 약점을 강점으로  내적콘테츠를 강화하고 자기철학을 집약시킨 소통의 결과물을 만들라는 글은 자기변화와 자기발전과 그리고 몰입의 방식에 정말 훌륭한 실용적 변화의핵심을 가르쳐주는것 같네요..나에게 아이폰 같은 소통의 결과물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으로 아이폰같은 철학이 새겨진 결과물로 나의 소통의 통로를 만들어 스스로 주도적으로 성장하는 사람이 될수 있는가 ? 다시 생각해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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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4.12 18:44:31 *.129.207.200
일반적인 것이 글이지요. 대중적이기도 하고요. 그림이나, 영상, 다른 매체는 다루기가 어렵지요. 글쓰기는 특별하게 준비할 도구가 없지요.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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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10.04.12 18:48:07 *.187.232.74
좋은 글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맑은님의 글 보면서  세상 보는 안목도 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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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4.13 00:28:14 *.129.207.200
오랫동안 지켜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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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04.12 18:56:24 *.236.70.202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내맘을 몰라주는 사람들을 원망하다 지쳤을 무렵부터 글쓰기를 시작했던 게 맞을 거야.
나도 알고 보면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입증하고 싶었던 거지.

소통이 미숙하면 미숙할수록, 내적인 콘텐츠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미숙함에 좌절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는 말라는 얘기지?
후..120% 이해하는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퍼진다.

가슴을 울리는 작가  vs 눈빛으로 마음을 전하는 노련한 커뮤니케이터
둘중에 하나를 꼭 골라야 한다면 나는 결국 어느쪽을 선택하게 될까?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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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4.13 00:30:00 *.129.207.200
미옥은 소통에 능숙하지 않아? 

노련한 커뮤니케이터가 어울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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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4.15 13:13:30 *.30.254.28
인건아..

니 얘기 같기도 하고,
내 얘기 같기도 하네..

니가,' 유끼'라서 다행이다.
너, 참 잘 들어왔다..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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