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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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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16일 10시 59분 등록

딸아이에게  배우는 글쓰기 필살기


"매일 똑같은 시간대에, 똑같은 양의 시간을,

똑같은 일에 투입하는 것“

구본형의 필살기 p.179


봄은 봄인데, 아직 겨울옷을 정리해 넣지도 못합니다.

해마다 봄꽃들이 개화시기를 앞당긴다고 걱정했었는데

올봄은 늦도록 피지 않는 봄꽃들을 한참을 기다려야했습니다.

영하의 날씨를 보이는 지역도 있다는데 이곳 남쪽도 아직 제대로 봄이

오지 않은 듯합니다.


늘상 바쁘게 하루를 지내고 그 하루에 또 무언가를 채워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허기지고 늘 허전한 것은,

아마도 “등에 짐을 잔뜩 진 낙타”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가지 못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동안 내가 집중한 일들은 딸아이 서포터즈였던 것 같습니다.

직장에서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시간이외의 남은 시간들은

아이 공부시키고 책 고르고 놀고 뭐 그렇게 말입니다.

내 또래의 다른 많은, 아니 대부분의 엄마들이 하는 것처럼 그렇게 말이지요.

딸아이는 나름 열 살까지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할 수 있는 편이지요.

요즈음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학원과 공부방을 전전해야하는 것과는 달리

맘맞는 친구들과 산으로 들로 학교운동장으로 뛰어다니면서 실컷 놀았습니다.


이제 4학년이 된 아이는

제 엄마랑 많이 닮았으면서 또 다릅니다.

예를 들면 엄마는 초등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이 가장 싫었는데,

이 녀석은 “거의 운동회 때문에” 학교를 간다고 일기에 쓰고^^

“피구”하나는 4학년 전체에서 젤 쎄고 ㅋㅋ

수학 못하는 건 똑 같은데, 책읽기는 그다지 사랑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지난 해 한동안 제 고민의 한 가닥은 - 친구랑 놀기 좋아하는 아이가 책을 사랑할 수 있는가

였습니다.

정말 친구하고 노는 것보다 책이 더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아주 부정적인 답이 나왔습니다.
어린시절 책읽기에 빠진 인물들은 대부분 사회성이 꽝이거나 (바로 저같은 경우죠)

몸으로 놀기를 좋아하지 않는, 언어 수리지능은 뛰어난데 체육지능은 그렇지 못하다거나 ,

그래 보였습니다.

어쨌든 딸아이 담임선생님은 대놓고 “운동쪽으로 한번 시켜보시지요”하고 말해서

내 속을 상하게 하고 몇날 몇일 잠을 못 자게했습니다.

(혹 운동쪽 진로를 폄하하는 뜻으로 읽지 마십시오^^* 그저 지 엄마 유전자를
어쨌든 절반은 받은 아이인데 .... 가능하지 않어.. 그런 뜻이었습니다)

저는 스무살까지는 어쨌든 부모가 보살펴 주어야 한다고 믿는데,
경제적으로 썩 밀어줄 가능성이 없으니 이 엄마가 배우고 가르쳐야지 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잘 뛰어놀고 에너지 넘치고 책은 썩 좋아하지 않는 딸아이가 4학년이 되었습니다.

어쨌든 지난 한 해 책읽기는 열심히 시키긴 했습니다.

가끔 아이한테 “엄마가 이렇게 책을 사랑하지 않는 아이를 낳을지 상상도 못했다”는둥

“글씨를 이렇게 이쁘지 않게 쓰는 아이가 내 딸이라니 너무 가슴 아프다”는둥

이렇게 협박해가면서 말입니다^^


4학년이 되고 딸아이가 담임선생님께 자신을 처음으로 각인시키것도 역시

“피구”! 였습니다. 반별 대항에서 발군의 실력을 ㅋㅋ


드디어 딸아이에게 배우는 글쓰기 필살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4학년이 되자 날마다 일기쓰기가 숙제입니다.

그것도 대충 쓰기만 하면 되는게 아니라 일기장 가득 한바닥을 꽉 채워야만

A+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강도 높은 숙제는 처음입니다.

(울딸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아주 건전한 학교라^^ 사실 초3까지 숙제가 거의 없었습니다.

공부안시킨다고 싫다는 엄마들도 있다더만, 우리는 좋기만 했습니다)

엄마는 A+안 받아도 그만이라는데

피구를 통해 자신감 충만해진 딸은 꼭 검사를 받고, 또 포도알을 받겠다고 의욕에 찼습니다.

그전까지 별다른 글쓰기 수업도 시킨적도 없고

일기장 반토막만 써도 잘 써간 실력인데...

이건 딸아이 숙제가 아니라 엄마 숙제지요...


어쩌다가 나는 “애쓰지 마라”를 교육모토로 잡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닥 애쓰고 살다가 배신당한 경험도 없는 것 같은데...

딸아이에게 늘 “너무 애쓰지 마라” 그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3년을 보내서 그런가 딸아이는 정반대로 무척 “애쓰기”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참, 놀랍게도 한 달쯤 날마다 한 바닥 가득을 써가다보니

어느새 딸아이의 글쓰기 실력이 놀랍게 발전했습니다.

처음에는 반바닥을 겨우 채우는 아이 옆에서 “이 때 네 느낌은 어땠어?”

“ 아까 네가 했던 그 이야기도 좀 적어봐라”... 그렇게 잔소리를 하면서

한바닥을 가득 채웠는데...

어느새 아이 혼자서도 쓱쓱 잘 써냅니다.

엄마의 간섭과 잔소리를 이젠 싫어하지요.

심지어는 같은 반 친구들이 “넌 어떻게 날마다 A+를 받느냐? 일기장 좀 보자”고 한답니다.

아이에게 이미 잠재되어 있던 능력을

“날마다 한바닥 가득쓰기”라는 과제가 없었다면 꺼집어내기 힘들었을 겁니다.


매일 같은 시간대에
같은 양의 시간을 확보하고
날마다 해나간 것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그렇게 아이와 3월 한달을 지내고 나니 다시 나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어쩌다가 나는 “애쓰지 말기” 같은 말로 자신을 거짓위로하면서 살게 되었을까

.....

열한 살 딸아이가 날마다 하루 한바닥을 가득 쓰면서

저만큼이나 발전하는 걸

나는 그만큼 애써 보았나...


^^ 누가 나한테도 A+이렇게 검사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도 할라나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ㅎㅎ

포도알도 하나씩 주고 그걸 모으면 뭔가 나도 뭔가 하고싶은 거 하나 할 수 있으면 할라나

(딱 수준이 열한 살이지요 ㅎ)


필살기 -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저항과의 싸움에서 이겨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변화에 성공하려면 싸우는 사람의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p.187


날마다 하는 일

소박하지만, 딸아이가 날마다 일기장 한바닥을 가득 메워가는 것처럼

어린아이에게 배워야겠다.


문득 오지 않는 봄을 기다리며 며칠동안

이상화 시인의 오래된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첫 구절 -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가 계속 되뇌어졌습니다.

속상하고 가슴아픈 소식들로 가득한,
참 잔인한 봄입니다.
그속에서 늘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듯 하지만
결국 늘 돌아오는 질문은
나는 어떻게 살것인가 입니다.

그리고 어제부터 내가 나에게 줄 작은 상을 뭐로 할까 궁리중입니다.

뭐가 좋을까요?







IP *.131.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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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0.04.16 20:03:53 *.108.50.73
예~~ 김나경씨!
나경씨는 유진이와 달라서 '성인반'이므로^^
'상'이 포도알처럼 즉각적일 수도 없고
외부에서 주어지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꿈은 보이는 곳에 있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야 한다' 는 말처럼
나의 성취감을 자극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를 갖는
스스로 규정한 목표의 달성이 되겠지요.

내 인생의 첫 책, 그리고 두 번 째 책, 세 번 째 책은 어떨지요?
프로필 이미지
나경
2010.04.17 10:08:44 *.131.41.34
네!
'성인반"선생님!

정말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
분주함...이 당분간은 계속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살 수는 없어서
작은 목표 -날마다 고전읽고 암송하기(큰 목푠가^^*)
를  다시 시작합니다.

내 인생의 첫 책을 '상'으로 삼고 달리기는 넘 힘들겠는데요 ㅎㅎ
암튼 늘 기억하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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