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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2010년 4월 19일 03시 07분 등록
딸 아이가, 엄마 젖을 먹는다. 일어나자마자 엄마의 가슴을 풀어헤치고, 머리를 박는다. 젖빨기는 투쟁이다.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라고 했던가? '그래, 저렇게 사는거다.' 

몇년 동안 내 화두는 시간관리였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관리는 일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하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고, 해야할 일을 먼저 한다. 그런데, 이런 경험 있는가? 일을 줄인다고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의 양과 일의 퀄리티는 별 상관이 없는듯하다. 일은 바쁜 사람에게 시키라고 했다. 바쁜 사람이 일의 결과도 빨리 본다.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일을 안한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학생이 지각을 더 하는 이유와 같다 

보통 직장인은 시간이 생기면, 하고 싶은 것을 다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읽고 싶은 책도 마음껏 읽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나며, 영화도 맘껏 본다. 이것도 하루 이틀이다.  삶 전체의 긴장감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시간이 무진장 주어지면, 오히려 무기력해진다. 

장사와 책읽기, 연구원 활동, 그 외에 여러가지 역할로서 해야할 일들. 모두 해낼려고 노력하기가 시간관리다. 시간을 분단위로 나눌 수는 있다. 그렇게 살아지지는 않는 것이 문제다. 시간관리란, 정원에서 차마시며 리스트 체크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일상은 겉으로 보면 고요해도, 전략도 세울 수 없고, 변화무쌍하다. 일상의 기반은 혼란이다. 조금만 각도를 달리해도, 모양새가 어그러진다. 

본질이 혼란이라면, 팬티바람으로 대서양에 뛰어들기가, 삶의 바람직한 태도다. 그러다가 섬에 다다를 수 있고, 운좋으면 신천지를 만나기도 한다. 삶의 목표는 내가 세울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이건, 인생의 끝자락에 자연스럽게 정리가 된다. 지금은 발버둥 치고, 헤엄칠 때다.

1차 인터뷰에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라고 하기 보다는, 만나서 이야기하고 내 느낌을 적었다. 그 만남은 너무 좋았다. 장어를 먹는 것 보다, 개인 트레이닝을 받은 것 보다 좋았다. 만남의 시간이 고스란히 내 피와 뼈가 되는 것이 눈으로 보였다. 

불과 1달 남짓한 기간동안, 면접여행, 남도시인기행, 연구원 전체여행을 다녀왔다. 여기서 만난 변경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겉모습과는 달리, 각 산업에서 최첨단에 서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행이다. 나에게 이 정도 사람 알아볼만한 식견이 있다는 것이.

어떤이는 미래의 신기술, 클라우딩 서비스의 실무자다. 어떤이는 기호와 개념을 종횡무진하는, 아이덴티티 작업을 한다. 어떤이는 정보를 조직화하는데, 선수다.  이들은 하나하나가 황금알이다. 난 이들을 엮어내고 싶은 것이다.  성장하기 위해서 사람을 만난다. 이동우 북세미나 대표는 근 6개월간 책을 두권 썼다. 난 이 사람을 오랫동안 주시해왔다. 무엇보다 그의 학습방법이다. 그가 진행한 북세미나에 근 1년간 착실히 다녔다. (난 이곳에서 우리 청강생, 윤인희님을 처음 만났다.) 

전에 다니던 회사는 디자인아카데미였다. 좋았던 것은, 디자인 수업을 많이 들어서다. 글은 사람을 만든다. 글을 쓰면 스스로가 설득당한다. 난 몸서리처던 장사를 이제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쓸 때, 당시 들었던 수업,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생각난다. 특히 디자인 강의에서는 글쓰기와 콘텐츠 작성에 있어서, 방법론을 얻었다. 

사람에게서 배우는 것이 훌륭한 학습이다. 이런 생각한다. 아무리 온라인 강의가 좋다고 해도, 재벌 3세들이 온라인으로 강의 받을까? 책도 시작이 될 뿐, 그 자체가 완결성을 가지지는 못한다. 삶을 만드는 것은 책이 아니라, 말그대로 삶이다. 삶은 책이 아니라, 사람으로 이루어졌다. 

변화게시판에 3년 넘게 글을 썼다. 적어도 확실한 것이 있다. 변화란 그 속성이 체계적이지 않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지금 당장 시작해야, 변화한다. 왜 우리는 변하지 못하는가?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좀더 두고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방법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자료를 더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두 도피다. 하얀 모니터의 막막함과 수시로 막히는 내 창조성의 실체를 어떻게든 맞딱드리지 않으려한다. 

다음달에는 종부세를 신고해야 하고, 음식가격도 올려야 한다. 새로운 메뉴를 도입하고, 마켓팅이 필요하다. 게다가 난 훌륭한 남편과 아빠가 되고 싶다. 그건 그것이고, 성장을 위한 노력은 별개다. 일정관리 도구와 플랭클린 플래너를 내다버리자. 시간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계획이 아니라, 투쟁이다. 변화란 몸부림이다. 우리는 이미 삶의 우선순위를 안다. 목표도 안다. 

딸아이는 건강하다. 난 천지에 뿌려진 젖들을 왜 빨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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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나무
2010.04.19 19:28:08 *.33.169.195
너 자신의 생각에 믿음을 가질것, 마음속 가장 깊은곳에서 너 자신에게 참인것이 모든 인간에게도 참이라는 것을 믿을것, 그것이 재능이다. -니체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판단의 포기다. 판단하기를 포기하는 사람은 복종하는데 익숙해진다. -니체
위의 글과 같이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거 같아서 적어봅니다..

전의 글에 시간을 매시간 기록하면 시간의 순도가 올라간다고 하셨는데 이번에는 일정관리 도구를 버리자고 하셨네요.. 글속에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의 차이로 쓰신건지, 생각의 차이도 생기신건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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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2010.04.20 16:18:11 *.33.169.195
 좋은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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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4.20 01:52:07 *.129.207.200
일정관리, 플래너는 도구에 불과하지요. 도구에 빠지지 않겠다는 의도였습니다. 도구가 목표로 이끌어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삶에는 도구나 시스템보다, 간절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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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연
2010.04.20 10:30:17 *.104.66.98
점점 진화하는 성장덩어리, 맑은!

이제 나또한 본격적으로 활동할 때이다.
나또한 너처럼 여기에 1주에 한번 글을 올리며 스스로를 변화시키도록 해야겠다.
이 공간에서 너와 경쟁할수 있다는 것은 영광일 것이야..

친구겸 스승으로 변해가고 있는 괴물,,,맑은아..!
요즘 글이 한결 좋아지고 있는것이 느껴진다. 축하한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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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4.21 00:55:49 *.129.207.200
활동과 함께, 글을 쓴다니 반갑다. 내가 열심히 피드백 해주지. 괴물'보다는, '미소년'이라고 불러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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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4.22 22:05:54 *.34.224.87
어제 먹은 닭한마리도 좋지만
오늘 글이 더 좋구나...

불러주마...
'미소년 괴물' 이라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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