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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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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8일 17시 56분 등록
스물 일곱번째 날

한 달만의 때목욕이다. 시골생활에 얼굴과 손이 가을볕에 까무잡잡해지고, 까칠하니 주름도 느는 것 같다. 이 곳 할머니들 피부를 닮아가는 게 아닌가. 이건 아니 된다. 덕산 읍내로 훠이훠이 또 걷는다. 이젠 혼자 이십리 길을 잘도 걸어 다닌다. 오홋~ 오늘은 얼마 안가 카렌스를 얻어 탔다. 운수 대통한 이 기분도 시골이 아니면 느낄 수가 없을 것이다. 10년 전쯤에 88 올림픽도로에서 택시를 얻어 탄 적이 있었다. 기사 아저씨께서 하도 기가 막혀 손님께 양해를 구하고 태워 주셨다했다. 그 때는 창피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막막한 고마움 이었지만, 이 곳에서의 히치하이킹은 쌍방의 인간애가 뚝뚝 묻어나는 정겨운 복권당첨이다.

덕산 읍내에는 금강산 목욕탕 굴뚝이 제일 높다. 세월의 풍화를 견디며 우뚝한 굴뚝을 뒤로 하고 계산대에 섰다. 아니, 창문이 하도 낮아 주인장의 눈높이에 맞춰 주저 앉아 얘기를 해야 했다. 동네 유일의 목욕탕, 철저한 주인장의 똥배짱이 묻어나는 공간이다. 그렇게 똥누는 자세로 고객만족 같은 뜬구름 잡는 소리 따윈 아랑곳 없는 주인장 아저씨와 마주했다. 대인 3,000원, 소인 2,000원. 목욕비는 알겠고, 단식 중이라는 핑계를 대고 때미는 분이 계시냐고 여쭈었다. 그런 거 없다신다. 진주 가야 있으니 진주로 나가라신다. 요즘 말로 목욕관리사를 찾아 진주로 한 시간여를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빈털터리로 와서 아무 것도 없다 하니, 물 밖에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으름장이다. 우와~ 주인장 만세다. 하는 수 없이 비누와 때수건을 사고, 수건을 빌려 여탕으로 들어갔다. 작고 아담한 욕실에 한 열분 정도 탕 주위에 모여 목욕을 한다. 오홋~ 눈에 띄는 신기한 물건 발견. 드디어 한 아주머니께서 작동을 하신다. 네모난 철가방 앞에 툭 튀어나온 지름 20센티미터 정도의 때수건이 둘려있는 볼록한 원반이 붕~ 소리를 내며 천천히 원을 그린다. 파랑, 빨강 버튼이 철가방 오른쪽에 있고, 왼쪽엔 ‘등때밀이’ 라는 명칭과 함께 제작한 회사명도 선명하다. 호호 신기한 맘에 ‘이게 뭐예요?’ 질문을 하니 원반에 등을 대고 문지르시던 아주머니 신기한 듯 나를 훑은 후 하시는 말씀, ‘요즘 이런 거 다 있는데, 시내엔 두 개씩이나 있던데 어디서 왔댜? 이것도 모르고~’ 대답은 말고, 날 수상히 보신다. 시골이라 한 대 밖에 없지 도시엔 두 대씩이나 있는데, 필히 더 심한 오지에서 온 촌뜨기로 여기셨나보다. 꼭 사진 찍어 인터넷에 올리리라. 암튼 ‘등때밀이’덕분에 혼자서 대충 때목욕을 마쳤다.

어제 열 살이 어린 김성경이 와 한 방을 쓴다. 연기를 하는 학생인데 얼굴이 조막만하고 예쁘다. 맘씨도 예쁜 것 같다. 나는 이렇게 예쁜 여자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내가 꼭 남자가 된 것 마냥 예쁜 여자는 보고만 있어도 즐겁다. 하긴 명품은 누가 봐도 감탄을 자아 내듯이 미남 미녀들은 누가 봐도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이모 보다 이쁘다는 옆방 솔직꼬마 지연이의 발언에 발끈하는 척 해 보지만, 나는 늘 질투의 감정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얼굴도 예쁜데 마음도 예쁜 것들은 시집도 잘 간다. 하나님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것 같다. 신은 원래 불공평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야 더 맘이 편하다. ㅎㅎ
2007-11-05 10: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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