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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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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10일 12시 40분 등록

똥_1_~1.JPG

 

복학생인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쓴 일기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맞아! 옛날에는 채변이라는 게 있었지. 요즘도 하나 몰라’ 하며 싱긋 미소를 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아들의 채변과제를 위해 똥덩어리를 뜨면서 ‘윽! 윽!’거리는 엄마의 모습에서 비슷한 추억을 떠올릴지도 모르지요. 당사자인 저나 아들의 감회는 말할 것도 없구요. 저는 이 짧은 일기에 삶의 한 장면이 들어 있어서 참 좋습니다. 

 

새_1_~1.JPG


아들이 좀 더 커서 5학년 때 쓴 일기입니다. 대열을 지으며 날아가는 철새 떼를 보고 일어난 감흥을 적고 있는데요, 초월에 대한 의지가 드러나 있고 관찰과 생각이 여물기 시작한 것이 보입니다. 자유와 초월의 상징인 새가 아무 생각도 없이 모이를 먹고 있는 데 대한 배신감이 철학의 시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에는 말과 글이 자유로웠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아들의 옛 일기를 가져와 보았습니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모두 아이의 기발한 표현에 박장대소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요. 아이들은 보이는 대로, 느낀 대로 표현하니까요. 이런 천진난만한 ‘자기중심성’이 표현의 시작일 텐데, 나이를 먹으면서 이것은 점점 훼손됩니다.  그렇게 만든 일등공신은 부모와 교사, 형제와 친구이기가 쉽습니다. 그들이 무심히 건넨 말 한 마디가 쌓여 우리 마음속에 자기검열과 가이드라인과 비판자를 키워놓았지요.  그 많은 ‘글짓기숙제’들이 글쓰기를 즐거움이 아닌 고역으로 만들어 버렸구요.


하지만 글쓰기는 정말 좋은 것입니다. 한 번 사귀어두면 절대 등 돌리지 않는 일생일대의 친구입니다. 마음먹은 것을 글로 써놓으면, 마치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것은 내가 잠시 영접한 ‘위대한 존재’일 수도 있고, 무의식으로까지 경계를 넓혀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여하튼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나’를 구석구석 성찰할 수 있게 됩니다. ‘문제’에 대해서도 그렇게 됩니다.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가 명확하게 보이면 그 두려움을 떨칠 수 있듯이, 그 ‘문제’가 지금 왜 내게 왔는지를 알게 되면 훨씬 성숙한 대처가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글쓰기가 최고의 자기계발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모두 시인이듯이, 자기검열에서 벗어나 자기를 드러낼 때의 엑스터시를 맛보게 되면 우리 모두 자유로운 글쓰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유로운 글쓰기만이 우리를 변화하게 하여,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출발하게 합니다. 반듯하고 규격화된 글, 남에게 보여주려고 잘 다듬은 글로 도달할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습니다.  내가 아닌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내가 없는 곳에서 해답이 나올 수는 없으니까요. 


제 생각과 비슷하게 ‘자유로운 글쓰기’를 추구하는 분들에게 손을 내밉니다. 1월 15일부터 4주간의 글쓰기강좌입니다. 이것은 제가 꿈을 향해 내딛는 첫 발걸음입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이 곳을 보시기 바랍니다.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카페 http://cafe.naver.com/writingsu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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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희
2010.01.11 12:56:37 *.89.181.122
시간도 맞고 토즈 장소도 아는 곳인데 지금 전 넘 멀어서 안되겟죠?
서울에 잇다면 같이 하고 싶은 기회인데 그래서 더 안타깝게 느껴지네요. 모쪼록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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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0.01.11 14:33:44 *.108.48.236
하하, 조금 멀지요?
'조금 많이' 먼 곳에 계신 분들이 몇 분 관심을 보여 주셨어요.
그래서 카페를 개설하는 대로 연락을 드려서
우선 온라인으로 인연을 시작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여지를 궁리해 보자고 말씀드렸네요.

종희님,
읽어보셨겠지만 요즘 독일에 이민간지 18년쯤 된
임혜지의 '고등어를 금하노라'가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몸은 이국에 있어도 모국과의 연결고리로
책쓰기도 좋은 통로일 것 같아요.
카페개설하면 연락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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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10.01.12 18:31:18 *.72.153.59
일기장 사서 쓰고 싶어지는군요.
하하하. 그렇게 사모은 노트가 엄청나지만 지금은 조렇게 생긴 일기장에 쓰고 싶어집니다.
가지고 다니는 메모지를 바꿨어요. 좀더 그림그리기 쪽에 가까운 종이로. 그릴종이와 펜은 무조건 가지고 다닌다라는 약속은 수도 없이 했구요, 또 수도없이 깨버렸지만, 다시 또 가방안에 그 메모지 챙겨넣어요.
제가 그림그리기를 두려워한다면... 그 심정 아실런지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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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0.01.14 03:13:20 *.108.48.236
두려움이라~~ 어쩐지 은밀하고 하소연하는듯한 단어로군요.^^
보통 특정한 일에 대한 두려움은 현상보다 과장되어 있는 수가 많아요.
그래서 충동적으로라도 한 발 내딛어보거나,
두려움의 실체를 바닥까지 추적해보면
의외로 아주 허약한 놈이라는 것을 알게 되거든요.
근데 정화씨가 그림을 두려워한다는 심정은 좀 더 복잡하고 어렵게 들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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